<3>화순군 만원임대주택

[한국농어민신문 이강산 기자] 

전남 화순군이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월 1만원에 임대하는 화순읍의 부영아파트 전경.
전남 화순군이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월 1만원에 임대하는 화순읍의 부영아파트 전경.

전남 화순군이 2023년부터 시행한 청년 만원임대주택 사업이 대한민국 정부혁신 우수 사례에 선정돼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등 전라남도를 넘어 전국 각 지자체의 벤치마킹 사례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인구 감소 문제가 농업·농촌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지금, ‘월 1만원의 임대료만 내면 20평 임대아파트에서 최장 6년 동안 살 수 있는’ 화순군의 청년 만원임대주택 사업이 우리나라 인구 문제 해결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을지 현장을 취재했다.
 

만원임대주택은 청년·신혼부부 최대 6년 거주주변 상권 살아나고 지역도 활기

입주자가 들어오기 전 도배, 장판, 화장실 리모델링 등 새단장을 마쳤다.
입주자가 들어오기 전 도배, 장판, 화장실 리모델링 등 새단장을 마쳤다.

화순군의 청년 만원임대주택은 2022년 민선 8기 구복규 군수 취임 이후 지역 소멸 예방을 목표로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추진됐다.

화순군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총 예산 192억 원을 투입해 4년 동안 매년 100가구, 총 400가구에 만원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관내 임대주택 건설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 오래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을 확보했다.

만원임대주택 지원 대상은 화순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49세 이하 무주택 청년 및 신혼부부 중 중위소득 150% 이하인 사람이다. 기간은 기본 2년에 2회 연장이 가능, 최대 6년으로 정했다. 화순군이 가구당 4800만원의 보증금을 전액 지원하기 때문에 입주민은 월 만원의 임대료만 내면 주거가 가능하다.

화순군이 만원임대주택사업을 발표한 2022년 많은 사람들은 사업 성공에 대해 “청년과 신혼부부가 왜 이런 시골까지 들어오겠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각각 50세대를 배정하는 추첨식에 1차 409명, 2차 463명의 희망자가 몰리는 등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나면서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청년 만원임대주택은 입주자 뿐만 아니라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사업 전에는 오래된 아파트라서 이사 가는 가구만 있었지만, 지금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입주자가 늘어나면서 주변 상권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 가는 것 같아서 좋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2023년 사업 첫 해를 보낸 화순군은 올해부터 신청 기준을 낮춰 신혼부부라면 소득 기준에 제한을 두지 않고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해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부여할 예정이다.
 

청년들은 왜 열광하나 파격적 주거비·공평한 기회·합리적 재정 집행 ‘호평’

화순군은 공평한 기회 부여를 위해 자격요건을 통과한 신청자가 당첨 공을 직접 추첨하는 방식으로 만원임대주택 최종 입주자를 뽑는다. 
화순군은 공평한 기회 부여를 위해 자격요건을 통과한 신청자가 당첨 공을 직접 추첨하는 방식으로 만원임대주택 최종 입주자를 뽑는다. 

청년들이 만원임대주택에 열광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분석된다. 파격적으로 낮춘 주거비용, 공개 추첨을 통한 공평한 기회 부여, 예산 낭비 요인을 제거한 합리적인 재정 집행 등이 그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 안정기였던 2015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전국 평균 1.23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본격 상승하기 시작한 2017년 합계 출산율은 1.05로 추락을 시작해 2023년 0.78까지 떨어졌다.

저출산의 요인은 매우 복합적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것에서 기인하는데, 결혼을 선택할 때 넘어야 할 가장 큰 난관 중 하나가 주거 문제라는 것이다. 급등한 부동산 가격은 청년들이 지불가능한 수준을 넘어섰고, 청년들을 결혼과 2세 등 미래를 계획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실제 국토연구원이 지난 2일 발표한 워킹페이퍼 ‘주택가격 상승이 출산율 하락에 미치는 동태적 영향 연구(박진백 부연구위원)’에서 주택가격 상승과 출산율 하락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집값이 1% 오르면 최장 7년까지 출산율에 영향을 끼치고 합계출산율은 0.014명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화순군의 만원임대주택은 주택비용에 대한 걱정 없이 청년들에게 미래를 준비하고 계획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 준 셈이다. 이에 광주광역시 등 타 지역 청년과 신혼부부도 출퇴근길이 멀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화순군으로의 이사를 선택했다.
 

제2차 입주자 추첨경쟁은 더 뜨거웠다.
제2차 입주자 추첨경쟁은 더 뜨거웠다.

공개 추첨을 통한 선발로 입주자 선정 과정에 대한 잡음을 없앤 것도 주효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제공, 내 집 마련의 꿈이 멀게만 느껴졌던 청년들은 ‘나도 당첨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뜨겁게 반응했다.

마지막으로 합리적인 재정 집행. 400가구에 만원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화순군이 투입하는 예산은 192억원이다. 임대아파트 사업자에게 가구당 전세보증금 4800만원을 지급하는데 드는 비용이다. 만약 신축 아파트를 지어 공급했다면 아파트 건축비를 평당 1000만원으로 계산해도, 20평 아파트 400채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최소 8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특히 전세보증금은 없어지는 돈이 아니라 계약기간 종료 후 다시 회수된다는 점에서 사업비가 크게 소진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구복규 화순군수
“인구정책 핵심은 청년이 결혼해 아이 낳을 수 있게 만드는 것”

지난 9일 화순군청 집무실에서 만난 구복규 군수. 구 군수는 초선이지만 33년의 공직생활과 두 번의 전남도의원 역임 과정에서 고민해 왔던 준비된 정책으로 혁신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9일 화순군청 집무실에서 만난 구복규 군수. 구 군수는 초선이지만 33년의 공직생활과 두 번의 전남도의원 역임 과정에서 고민해 왔던 준비된 정책으로 혁신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현금성 출산지원정책 한계
결혼·출산·보육·교육까지
근본적 청년 대책 마련해야

지자체장 의지만 있으면
재정 취약한 시·군도 가능

2단계 인구정책에도 심혈
‘화순형 24시 어린이집’ 등
보육·교육환경 조성 주력
다문화가족 사업도 역점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인구 소멸을 막으려면 청년들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주는 게 핵심입니다.”

지난 9일 화순군 군청 집무실에서 만난 구복규 군수는 화순군의 만원임대주택사업이 인구 소멸,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구복규 군수는 1974년 화순군 지방직 공무원으로 임용, 화순군에서 33년 공직생활 후 퇴직했다. 이후 제9·11대 전남도의회 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2022년 민선 8기 화순군수로 취임했다.

“초저출산 추세가 이대로 지속되면 2300년 즈음엔 대한민국이 소멸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미 나왔잖아요. 화순만해도 지난 2022년 출생자 수가 178명인데 사망자수는 785명이었습니다. 4배가 넘어요. 그나마 화순은 고령화율이 29.5%로 다른 농촌지역보다 훨씬 양호한 편인데도 그래요. 인구절벽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절박감으로 만원임대주택을 시작했습니다.”

구복규 군수는 그동안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부모급여, 아동수당, 출산바우처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내놨지만, 청년들의 주거·일자리·육아 등 근본 문제 해결 없는 단기적 현금성 지원정책은 예산 낭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화순군이 추진하고 있는 인구정책의 핵심은 청년들에게 결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만원임대주택사업은 그 첫 단계로,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 주자는 것이죠. 첫해 100가구를 분양했고 124명이 전입했습니다. 이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면 획기적인 인구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원임대주택의 가장 큰 특징은 지자체가 아파트를 직접 신축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를 임차해 재임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정이 취약한 시·군에서도 얼마든지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게 구복규 군수의 설명이다.

“아파트를 신축해 분양하려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지만, 기존의 임대아파트 공실을 활용하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전세보증금은 없어지는 돈이 아니잖아요. 군내 노후 임대아파트의 공실률도 낮출 수 있고, 젊은층이 들어오면서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니까 지역의 상인들도 당연히 좋아하고요. 지자체장이 어떤 목표와 의지를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구복규 군수는 인구정책의 2단계로 보육 및 교육 환경 조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먼저 취학 전 아이를 24시간 돌봐주는 ‘화순형 24시 어린이집’이 그것이다. “제가 2004년에 화순읍장할 때 어린이집이 76개소였는데 지금 29개로 줄었어요. 그 중에 국공립 어린이집 2곳에 의뢰해 24시간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요 조사를 통해 계속 늘려가야죠. 맞벌이를 하는 부부가 아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구복규 군수가 취임 후 신설한 ‘다문화팀’도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현재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 일본, 중국 등 5개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5명을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해 운영 중이다.

“화순에 다문화가족 인구가 2000명이 넘어요. 제 며느리도 필리핀 사람이라 다문화에 관심이 많았죠. 외국국적 출신 결혼이민자를 나라별로 한 명씩 정식 공무원으로 채용해 이들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통번역 서비스에서부터 각종 민원처리, 애로사항 해결 등을 전담해주니 이민자들의 지역사회 정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구 군수는 지자체별로 경쟁을 유도해 인구 빼오기를 하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인구문제 해결도, 지방소멸 극복도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구 감소는 화순이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문제입니다. 뭘 하든 사람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는 건데,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 전체 인구가 같이 늘어날 것인지 고민해야지, 지자체간 찔끔찔금 인구 빼오기라는 무의미한 경쟁에 빠져선 안되죠. 화순의 성공적인 모델이 전남으로,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화순=이강산 기자 leeks@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