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일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고성진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있는 22일 저녁,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으로 제철을 맞은 만감류가 반입된 모습이다. 올해는 상대적으로 작황이 양호한 만감류가 태풍 피해 등으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사과·배·단감 수요를 대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있는 22일 저녁,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으로 제철을 맞은 만감류가 반입된 모습이다. 올해는 상대적으로 작황이 양호한 만감류가 태풍 피해 등으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사과·배·단감 수요를 대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설 명절 대목을 앞두고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등 농산물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하지만 장기화된 경기침체에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인한 주요 과일·채소류 생산량 감소와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예년과 같은 설 대목 분위기는 기대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오히려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 발표와 주요 언론의 물가 관련 보도가 쏟아지면서 움츠러든 소비심리가 더 위축되지는 않을까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주요 과일, 채소류에 대한 설 대목장 분위기를 2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

대과 비중 적은 사과와 달리
배는 시장 반입량 적지 않아 
7.5kg 평균 4만원대 전후 전망
만감류 작황 좋아 수요 몰릴 듯


주요 과일류 거래 상황은?=지난해 이상기후와 태풍 등 잇따른 재해로 과일 생산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도매시장에서도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설 명절 대표 과일인 사과와 배가 여기에 해당하는 품목으로 정부가 최근 물가안정 대책을 이야기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있다.

사과의 경우 지난해 생산량이 39만4000톤 수준으로 전년보다 30.3% 줄었고, 배는 26.8% 감소한 약 18만4000톤을 기록했다. 더군다나 사과는 생산량 축소에, 명절 선물용으로 주로 유통하는 대과 비중이 특히 적어 높은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22일 기준,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사과(부사) 10kg 상자 특품 평균 가격은 올해 들어 최고인 14만6222원으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평균 9만원대 후반에서 10만원대 초반을 오가고 있다. 다만 상품 사과 가격은 6만5000원 전후로, 가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사과와 다르게 배는 대과 비중이 많아 정부와 언론의 우려처럼 시장 반입량이 적지는 않을 것으로 유통인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 22일 기준, 15kg 상자 특품(신고) 평균 가격이 8만7997원으로, 지난해 설 명절을 20여일 앞뒀던 기간 대비 60% 가량 상승했다. 배 7.5kg 상자는 5만원대 초반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 설 대목장 전체적으로는 평균 4만원대 전·후반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재희 중앙청과 영업이사는 “사과와 배 모두 특품 가격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상품 정도는 생각보다 높은 가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라며 “지난 추석에도 가격이 엄청 오른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품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라고 언급했다.

2023년 생산량(7만800톤)이 전년보다 32%정도 하락한 단감의 가격 상승 폭도 상당하다. 10kg 상자 특품 기준 1월 평균 가격이 6만6925원으로 지난해 1월과 비교해 58% 이상 올랐다. 물량이 워낙 부족한 탓에 중품도 5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가락시장에는 한라봉, 레드향 등 제철을 맞은 만감류가 많이 눈에 띠고 있지만 한라봉, 레드향의 3kg 상자 특품 가격도 1월 평균 2만5337원, 2만9041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소폭 올랐다. 2023년 같은 기간 한라봉과 레드향 가격은 2만3599원과 2만5669원. 레드향이 낙과로 생산량이 줄면서 2023년 동기 대비 가격이 상승했는데, 유통인들은 신규 진입 농가와 유목에서 성목으로 자란 나무를 감하면 생산량 감소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레드향이 한라봉을 비롯한 다른 만감류 가격 상승까지 견인하고 있다는 게 유통인들의 분석이다. 가락시장의 한 경매사는 “사과·배·단감 등은 국내 작황이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작황이 양호한 만감류로 수요가 이동할 것 같다”라며 “만감류는 2월이 넘어갈수록 품질 더 좋아지는 만큼 가격, 맛, 품질 면에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높은 가격에 소비도 침체
정부 소비촉진 지원 주목
과일 선물세트 구성도 변화
축산물·이색과일 혼합 늘어


▲설 대목 분위기, 살아날까?=과일이 전반적인 생산량 부족으로 높은 가격을 형성한 만큼 만감류를 제외하고는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이재희 중앙청과 영업이사는 “특품 사과·배의 경우 선물이나 제수용으로 주로 거래되는데, 가격이 비싼 것은 사실”이라며 “그래도 소비 촉진을 위해 정부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어서 우려보다는 소비가 어느 정도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수는 소비심리다. 여기에는 정부 탓도 적지 않다. 정부가 역대 최대 설 성수품 공급을 확대하고,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통한 농축산물 할인지원을 강화하며 ‘물가 안정’ 측면을 과도하게 부각하면서 자칫 소비 위축 등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지역의 농산물도매시장 관계자는 “정부의 설 수급대책을 보면, 설 성수품에 대한 구매 기준이 ‘고품질’ 또는 ‘국내산’이라는 특성보다는 물가 관리 측면에 집중돼 있다”라며 “농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게 돼 자칫 소비 위축 등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설 명절 대목을 겨냥한 농가의 홍수 출하도 유통인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최근 같은 소비 분위기에서 출하량이 몰리게 되면 명절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도매시장에서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재희 이사는 “평년보다 과일가격이 높은 상황이어서 제대로 소비가 안 될 경우 떠안아야 하는 재고 부담으로 인해 중도매인들이 거래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단대목이 아니더라도 상당히 높은 시세가 나오는 만큼 농가에 분산출하를 유도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출하자도 중요하지만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가격을 안정화 시키는 것도 도매시장법인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가격 안정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산 과일 수급 문제가 이어지면서 과일 선물세트 구성도 변화하고 있다. 사과, 배 등 전통적인 단일품목 구성보다는 혼합 선물세트 비중이 크게 늘었고,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 폭이 크지 않은 축산물에 대한 관심도 증가한 모습이다. 이런 양상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최근 발표한 설 성수품·선물세트 구매의향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5일부터 13일까지 3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설 선물세트 구매희망 품목에 대해 단품 기준은 ‘소고기’가 가장 높게 나온 반면 혼합을 포함한 순위에서는 사과·배 혼합 10.6%, 소고기 10.3%, 사과 9.6%, 배 6.9% 순으로 나타났다. 과일 혼합 구성에 대한 선호도도 단품 58.9%, 혼합 41.1%로, 혼합세트 수요가 높아졌다.

대형유통업체도 과일 혼합세트 판매를 대폭 늘렸다. 이마트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샤인머스켓을 활용해 과일 선물세트 구성을 확대하는 쪽으로 전략을 세웠다. 샤인머스켓 세트 중 수요가 높은 5만원대 이하 물량을 전년 설 대비 50% 늘리고, 샤인머스켓이 포함된 일부 혼합세트의 경우 전년 설 대비 가격을 인하했다. 롯데백화점은 애플망고 등 이색 과일을 섞은 혼합세트를 20% 확대했고, 현대백화점도 멜론, 메리퀸 딸기 등 디저트용 과일을 혼합한 선물세트 물량을 20% 늘렸다.
 


망고·바나나 등 6종 할당관세
선물용수요 대체 가능성 낮아


수입과일 할당관세, 실효성은 ‘글쎄’=정부는 설 명절 물가 대책의 일환으로 망고를 비롯해 바나나·파인애플·자몽·아보카도·오렌지 등 수입과일 6종에 대한 할당관세(관세 0%) 적용을 발표했고, 이 조치는 설 3주 전인 19일부터 시행돼 설 대목 시기와 맞물린 상황이다. 이에 대한 산지의 우려가 팽배한데, 도매시장에서도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크다.

수입과일 중 명절 선물용 수요가 많은 품목은 망고다. 태국산(노란색)과 페루산(빨간색) 두 종류로 나뉘는데, 선물용은 페루산 애플망고의 입지가 독보적이다. 하지만 페루산은 이미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어 관세 혜택과 상관이 없는 데다, 현지 작황 부진으로 수입 여건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가락시장 서울청과 표현찬 경매사는 “페루산 망고는 이미 무관세로 들어오고 있어 관세 인하 요인이 없는 데다 엘리뇨 등으로 현지 생산량이 30~40% 감소해 수입원가가 높아졌다. 태국산이 관세 혜택을 받지만, 선물용 선호도에서 페루산에 크게 떨어지는 만큼 설 대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40% 관세에서 무관세를 적용받는 오렌지도 선물용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표현찬 경매사는 “1월 초 발주를 넣으면 미국에서 들어오는 기간이 3주 정도 걸리기 때문에 빠르면 1월 말 또는 2월 초에 물량이 도착한다. 관건은 선물용 수요가 얼마나 될지다. 명절 선물인 만큼 오렌지보다 국내산 만감류 수요가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선물용 외에 마트 소비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국내산 과일 대체 효과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즉, 선물세트 수요가 명절 2~3주 전에 집중되는데, 이보다 수입 시기가 늦어져 가격 형성에 반영되는 적기를 놓친 데다, 선물용 수요를 얼마나 대체할지에 대한 예측도 명확하지 않아 설 수급 차원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우정수·고성진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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