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 유기농 배 농가

[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농사짓기 어렵고 판로도 적어
관행농가보다 소득률 낮아

“언제까지 신념으로 버텨야 하나”
소득보전 제도적 장치 절실

2013년부터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한 경기도 파주 양태규 농업인.

경기도 파주시에서 3000평 규모로 유기농 배를 재배하는 양태규 농업인은 통장만 보면 관행농업에서 친환경농업으로 바꾼 것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관행농업을 할 때보다 일거리는 많아졌지만, 정작 손에 쥐는 금액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친환경농업의 소득을 보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8일 파주시 농장에서 만난 양씨는 “신념과 자부심으로 친환경농업을 한다지만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가 지난해 유기 배를 팔아 올린 조수입은 6000만원. 하지만 농업자재와 인건비 등 경영비로 약 3000만원이 들면서 순수익은 절반에 그쳤다.

양씨는 “유기 배는 일반 배보다 단가가 다소 높지만 정품 생산량이 관행농업의 50%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경영비가 관행농업보다 더 들기 때문에 친환경농업을 하면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이유에 대해 양씨는 “유기농업자재는 아침, 저녁으로 살포해야 해 시비횟수가 관행농업보다 최소 3배 이상 많고 가격 오름폭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날 양씨가 건넨 거래내역서를 보니 유기농업자재 가격은 최근 3년 새 가파르게 올랐다. 제충국은 6만원에서 8만원으로, 데리스는 2만7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가격이 30% 뛰었다. 양씨는 “관행 농자재는 농협에서 보조를 해주기 때문에 유기농업자재보다 체감 상승률이 낮다”면서 “유기농업자재는 대부분의 농협이 취급 하지 않아서, 친환경농업인의 경영비 부담이 관행 농업인보다 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양태규 농업인 사례가 보여주듯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최근 발표한 ‘2022 친환경농산물 농업소득조사’는 친환경농업 경영의 어려움을 여실히 드러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친환경 배 농가의 총수입 가운데 경영비 비중은 61.9%로, 관행농업 대비 15.7%p 더 높았다. 관행농업 보다 자재비용을 70여만원 더 지출했고, 인건비를 포함하면 140만원까지 경영비 격차가 벌어졌다. 친환경 배농가의 순수익은 관행 배 농가의 75.6%에 불과했다. 

제반환경이라도 좋으면 다행이지만, 소비자 인식과 현실화하는 기후위기도 양씨의 마음을 갉아먹는다. 저장창고로 이동해 검은 반점이 일부 생긴 배를 꺼내 든 양씨는 “이런 것도 정품이 아니”라며 답답해했다. 양씨는 “소비자들이 농약과 비료를 뿌리지 않은 게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생김새는 공산품처럼 예쁘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 아쉽다”면서 “주요 판로인 학교·공공급식도 마찬가지인데, 냉해로 인해 약간이라도 커진 과수를 보내면 깎기 불편하다며 반품하는 경우가 많다”고 속상해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말 친환경농업을 양성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농가의 신념에만 의존하지 말고 관행농가가 무농약, 유기농으로 전환하고 싶게끔 만들 수 있도록 친환경농업직불금 단가 상향 등 소득보전 등의 제도 개선과 판로 개척이 필요하다”면서 “비산 등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 및 부지에 대해선 친환경농지로 인정하지 않는데, 이런 친환경농업 현장을 외면하는 규제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진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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