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새해 소망 || 포항방앗간 '포밀' 윤지 대표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2019년 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하고 농식품 가공 분야에서 다양한 도전을 해 나가는 윤지 대표. 지난해에는 간편식 '꼭꼭 한 끼' 제품을 만들어 우수창업 아이디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9년 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하고 농식품 가공 분야에서 다양한 도전을 해 나가는 윤지 대표. 지난해에는 간편식 '꼭꼭 한 끼' 제품을 만들어 우수창업 아이디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MZ세대라고 하면 자신만의 삶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경향이 뚜렷한 세대 아닐까. 농촌소멸을 이야기 하는 시대지만 자아실현을 위해 농촌으로 향하는 청년들을 보면 그렇다. 지난해 어느 행사장에서 윤지 포밀 대표(27)를 처음 봤을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준 명함 뒷면에는 ‘축산기사’, ‘농산물품질관리사’, ‘청과경매사’, ‘수산물경매사’ 등 그가 딴 자격증 종류와 대외활동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현재 그가 운영하는 ‘포밀’은 고춧가루와 참기름을 생산하는 방앗간이다. 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 대가축을 전공한 그이지만, 축산업에 진입하는 일이 쉽지 않아 농식품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금은 경북대 대학원에서 응용생물학을 공부하고 있다.
 

연령대별 취향 고려한 참기름·블록 형태 고추장 제조 고민 중

“새해 바람이라면, 지금껏 해 온 것처럼 농식품 분야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하며 도전하는 일이죠. 우선은 소비자 취향에 맞는 참기름을 생산하고 싶어요. 연령대 별로 고소한 맛을 다르게해 판매하는 것이죠. 고추장을 블럭 형태로 만들어 간편하게 쓸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생각 중인데, 기회가 되면 투자도 받고 싶습니다.” 

그가 농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고등학교 때다. ‘앞으로 뭘 할까.’ 고민하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직장 생활은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들었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포항 인문계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상주 특성화 고등학교로 재입학했다. 회사원이 되기보다 자신이 해보고 싶은 일을 해보기 위해서였다. 업무용과 개인용, 아이디어용 다이어리 3개를 쓰면서 직장생활보다 더 꽉 찬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가 옳은 선택을 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외할머니가 소를 키우셨어요. 아버지도 본업은 있지만 쌀 농사와 배추 농사를 지으셨고요. 자기개발을 열심히 하면 농업으로도 성공한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외할머니 영향으로 대학 진학 당시에는 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 축산을 전공했다. “처음엔 졸업 후 소를 키워볼 생각이었어요.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1등으로 졸업해 농식품부 장관 표창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졸업하고 나니 축사를 구하기도 힘들고, 축사 허가를 받기도 어렵더라고요.” 

일단 농사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에 포항 북구 흥해읍에서 아버지와 함께 벼 농사와 밭 농사를 지으며, 농식품 가공업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포항농산물도매시장에 양념상가 건물이 새로 지어졌고, 그곳에 참기름과 고춧가루를 생산할 수 있는 포항방앗간 ‘포밀’을 차리게 된 것이다.  

“축사도 구하기 어려웠지만, 농지를 넓혀 규모를 키우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농식품 가공 쪽을 선택했어요. 원료 조달과 유통을 생각해 별도의 법인체 2곳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윤 대표는 지난해 포밀에서 약 7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윤 대표는 스스로 욕심이 많다고 말했다. 여러 개의 농업 관련 자격증을 봐도 알 수 있지만,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실천해보며 농업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계속 찾아 나가고 있다. 
 

23가지 곡물 혼합 ‘꼭꼭 한끼’는 어르신 간편식으로 제품화 계획

포항의 사무실에서 만난 윤지 대표.
포항의 사무실에서 만난 윤지 대표.

지난해에는 뜨거운 물만 부으면 한 끼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꼭꼭 한 끼’ 제품을 만들어, 경상북도 북부권 청년창업지원센터의 우수창업 아이디어에 선정되기도 했다. 몸이 불편한 외할머니가 밥을 물에 말아 간단히 드시는 것을 보고 생각해 낸 제품이다.

“농촌에는 혼자 사시면서 끼니를 제대로 못 챙겨드시는 어르신들이 많잖요. 보관이나 조리방법이 간단하면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꼭꼭 한 끼’는 영양 성분을 고려해 23가지 곡물을 혼합했어요. 이가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도 좋고, 요양병원에서도 쓸 수 있을 거예요. 아직은 시제품이지만 제품화해볼 생각입니다.”

끝으로 그는 농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더 많이 이끌어 내고 싶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2030 자문단을 비롯해 경북도 청년 정책 모니터링단, 포항시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등 활발하게 대외 활동을 하는 이유다. 

 

청년농 농촌에 뿌리내릴수 있게 단계별 맞춤 지원 강화됐으면

“농업 현실이 이렇고,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꾸 알려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책 자문단 같은 걸 모집하면 꼭 참여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청년 농업인들에 대한 지원이 더 강화됐으면 해요. 저와 함께 농수산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을 보면 이제 정책 자금의 원금을 갚아나가야 하는 시기가 왔어요. 이들이 제대로 농촌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단계별 맞춤 지원 정책이 더 강화됐으면 좋겠습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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