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지역구 공중분해되거나
6개 시군구 합쳐져
도-농 불균형 심화 
지역소멸 가속화 우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협의 중인 ‘선거구 획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구비례 획정기준이 강조되면서 농산어촌 지역구가 ‘공중분해’되거나, ‘공룡 선거구’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구획정안’에 따르면 현행 선거구 대비 서울과 전북 지역구 의석이 각 1석씩 줄고, 경기와 인천 지역구 의석이 각 1석씩 늘어난다. 현행 지역구 253석을 그대로 두고, 13만6600명 이상, 27만3200명 이하의 인구범위가 적용된 결과다. 

이번 획정안이 제출되면서 농산어촌 지역구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읍시·고창군 △남원시·임실군·순창군 △김제시·부안군 △완주군·진안군·무주군·장수군 등 4개 선거구가 △정읍시·순창군·고창군·부안군 △남원시·진안군·무주군·장수군 △김제시·완주군·임실군 등 3개 선거구로 통합돼 의석수가 1석 줄어드는 전북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전북의원 일동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은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구대표성과 지역대표성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면서 “특히 농산어촌 지역의 초거대선거구 발생 등 지역대표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개선은커녕 오히려 지방소멸과 수도권-비수도권의 불균형만 부추기는 최악의 획정안”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인구수(2023년 1월 31일 기준) 대비 각 시도별 적정 의석수는 서울의 경우 46석이다. 따라서 서울은 3석을 줄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획정안에서 서울은 1석만 줄고, 자체 조정으로 의석수를 유지할 수 있는 전북에서만 유독 10석에서 9석으로 1석이 줄었다는 것이다. 

또 이번 획정안에 따르면 전남의 경우 의석수 변동은 없지만, 순천 선거구를 2개로 분할하면서 △목포시 △나주시·화순군 △해남군·완도군·진도군 △영암군·무안군·신안군 등 4개 선거구가 △목포시·신안군 △나주시·화순군·무안군 △해남군·영암군·완도군·진도군 등 3개 선거구로 바뀐다. 기존 △영암군·무안군·신안군 선거구는 ‘공중분해’된 셈이다.

또 강원도의 경우 ‘속초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고성군’ 등 6개 시군구가 합쳐진 초대형 ‘공룡 선거구’가 만들어졌다. 이 선거구의 면적은 4900㎢로, 서울 면적(605㎢)의 8배에 달한다. 

이와 관련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표의 등가성’도 중요하지만 지역소멸을 방지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농산어촌의 지역대표성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초거대 선거구가 출현될 경우 지역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도농 간 불균형이 심화돼 지역소멸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도시와 농산어촌간의 의석수 양극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지방소멸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농산어촌의 지역대표성을 반영해 지역의 이익을 고르게 대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개특위는 이번 획정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한 차례 재획정을 요구할 수 있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이번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획정안의 경우 전·남북의 농산어촌 지역구를 너무 흩트려놓다 보니 민주당에서 불만이 더 많은 상황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최종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지금부터 정개특위는 형식적인 절차고, 여야 원내 지도부에서 선거구 획정을 구체적으로 협의하게 되고, 빨라야 2월말 선거구가 획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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