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농정 전환
민간의 시장대응 역량 강화
주민 역량에 맞게 시장에 개입해야

지난 12월 18일에 윤석열 정부 2기 내각에서 새로 지명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개최되었다. 농식품부 역사상 첫 여성 장관 후보자이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렸었던 것 같다. 후보자의 전문성과 자질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농업과 농촌 문제에 대한 다양한 질의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질의가 있었던 부분은 쌀 가격과 수급관리에 관한 것이었다. 쌀 가격을 시장에 맡기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후보자의 이야기에 대해 여러 의원의 비판과 질타가 이어졌고, 선제적 수급관리를 시장격리로 간주하고 질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1년 반 동안 양곡관리법을 두고 여야 간에 첨예한 대립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예상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다만, 마치 쌀 가격을 시장에 맡기면 정부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시청자들을 오해하게 만드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인사청문회의 특성상 격렬한 토론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쌀 문제만이 아니더라도 전반적인 시장지향적 농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 같아서 필자의 의견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통해 결정되는 가격과 수량을 중심으로 각 경제 주체들이 자기 책임하에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서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여기서 경제 주체는 가계, 기업, 정부다.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생산자와 구매자 간의 자유로운 거래를 원칙으로 하지만, 여러 요인에 의해서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정부가 개입해서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정부가 쌀의 다양한 품질별 가격 동향, 전망, 국제 시장 상황, 재고 및 마케팅 상황, 기후 영향 등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하여 개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 작동하는 가격 상황과 이에 대한 생산자, 유통업자, 가공업자, 소매업자, 소비자 등의 반응을 두루 살펴보면서 정부가 대응해야 하는 것이지, 일정한 가격을 정부가 미리 설정해 두고 생산자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주면서 다른 주체들은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두는 것은 정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이런 원리가 작동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농업에 대해서는 1980년대까지 세계적으로 이런 시장경제가 작동하지 않고,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여 통제하는 정책이 펼쳐졌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아직도 정부 주도 정책이 실시돼야 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2차 대전 이후에는 전쟁의 여파로 대부분의 선진국이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량증산 정책을 펼치면서 정부 주도적인 ‘농업보호 농정’을 전개하였다. 식량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정부가 통제하고, 높은 시장가격을 인위적으로 설정하여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에 농산물을 구매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서 많은 소득을 얻은 생산자들에게 더 많은 생산량을 올리도록 유도했던 것이다. 그리고 생산된 농산물에 대해서는 100% 정부가 수매를 보장하는 정책도 펼쳤다. 그래야 높은 소비자 가격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이런 농업보호 정책은 당연히 농산물 공급과잉을 초래하게 되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예산 부담을 급격히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특히, 50년대 이후 농업생산기술과 기계의 급속한 발전으로 국가가 보호하던 중요 곡물과 축산물에 대해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산량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여 기본적인 생산비도 보전하지 못하는 싼 가격으로 수출하거나 원조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래서 선진국으로 중심으로 농업보호 농정에서 시장지향적 농정으로 전환하자고 협의한 것이 우루과이라운드였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현재 시장지향적 농정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고 우리도 같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시장지향적 농정은 단지 농산물 시장이나 가격 관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민간의 시장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즉, 쌀 생산자뿐만 아니라 농촌 주민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농촌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은 농촌 주민들의 경제적, 사회적 활동 역량을 강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데, 그냥 일률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주민 역량에 맞게 적절히 시장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지역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그룹을 형성하고 이들의 상호협력적인 활동을 통해서 지역개발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새 장관의 시장지향적 농정이 소신대로 잘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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