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농산업 결산 <상> 비료·종자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최영진 기자] 

2023년 계묘년이 저무는 가운데 비료업계는 올해를 원료 수급 불안으로 인한 어려움을, 종자 산업계는 '제3차종자산업육성계획' 차질에 따른 아쉬움을 삼킨 해로 기억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계묘년이 저무는 가운데 비료업계는 올해를 원료 수급 불안으로 인한 어려움을, 종자 산업계는 '제3차종자산업육성계획' 차질에 따른 아쉬움을 삼킨 해로 기억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은 이제 열흘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다사다난했다. 미흡한 준비 속에 농기계 등록제가 시행돼 현장에선 혼란이 발생했고 불안한 원자재 수급이 비료 가격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비료업계는 1년 내내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종자산업에서는 세부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은 ‘제3차 종자산업육성 5개년 계획’ 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올해도 끝을 향해 가고 있는 시점에서 본보는 ‘2023년 농산업 결산’을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비료

7월 하순 요소 가격 상승에
중국, 주요 원자재 수출 제한
해외 의존도 높은 비료 원료
농가·비료업체 경영 ‘악영향’
무기질비료 정부 지원도 삭감  


비료업계는 올해를 비료 원료의 수급이 불안했던 해로 기억할 것이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비료 원료의 특성을 감안하면 수급 불안은 가격 상승, 요소 비료 공급 차질 등으로 이어져 농가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수급 불안 현상이 처음 나타났던 것은 지난여름이었다. 당시 요소 수요가 인도와 중국으로 몰리면서 요소 가격은 7월 하순부터 톤당 30~40달러 상승했다. 비료업계에선 요소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에 발생한 이례적인 상승세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주요 원자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번 달에 중국 세관이 최근 국내 기업이 구매한 요소의 선적 작업을 중단시킨 데 이어 복합비료의 원료인 인산이암모늄(DAP)의 수출 통관 절차를 중단시키면서 비료 원료의 수급 불안이 더욱 고조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2021년 발생했던 요소 대란이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 같은 해외 정세 속에선 정부의 비료 원료 수입 다변화 정책도 힘을 받기 어렵다. 특정 국가에서 수출을 통제하면 다른 국가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어 국제 시세가 동반상승하기 때문이다.

A비료업체 관계자는 “중국 수출 통제 등의 상황이 발생해도 비료 원료를 구하는 것이 어렵진 않다. 문제는 가격이 오른다는 점”이라며 “가뜩이나 비료사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원료 수급 불안은 기업 경영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비료업체 관계자도 “중국 정부의 자국 보호를 위한 수출 통제, 이스라엘 전쟁 등 올해만 해도 원료 수급에 영향을 주는 사건이 수시로 발생했다. 이처럼 변동성이 큰 국제정세 여파로 원료 가격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생산비 상승과 수익 감소 등으로 농가 경제가 악화된 상황에서 2024년도 무기질비료 가격보조 및 수급안정 지원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올해 해당 사업에 1000억원의 예산을 반영해 시행했다. 국회 차원에서 해당 예산을 일부 반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18일 기준)까진 반영 여부가 미지수다.
 

#종자

3차 육성 5개년 계획 발표 기대 속 
‘종자혁신클러스터’ 예타 유예
‘종자혁신기술개발’도 재편키로


올해 종자산업은 한마디로 ‘기대 속 아쉬움’이 남은 해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가 ‘제3차 종자산업육성 5개년 계획’을 지난 2월 발표했지만, 주요 사업들의 첫 단추를 꿰는 데는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예비타당성 심사에 오를 것으로 기대됐던 ‘종자혁신클러스터’는 부처 간 불협화음으로 인해 다음해를 기약하게 됐다. 종자혁신클러스터는 ‘네덜란드 종자 단지’처럼 육종, 종자생산, 정선·가공·포장 등을 일괄 수행하는 곳으로, 6년 전 조성된 민간육종연구단지를 보완할 수 있어 종자기업의 수요가 높았다. 특히 전통육종 위주인 현재의 육종연구를 디지털육종 등 신 육종 기술로 발전시키기 위한 첨단 시설을 구축하는 등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국토교통부로부터 156ha 규모의 김제 공항 부지를 무상으로 넘겨받고 2025년부터 착공할 방침이었지만 계획대로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태다. 해당 부지에 대한 무상관리 전환에 필요한 과정이 지체되면서 올해 연구용역에 이어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 등을 추진하려던 농식품부의 계획은 내년으로 유예됐다. 

10년간 3단계로 7000억원을 투자해 디지털육종 기술개발을 지원하겠다는 가칭 ‘종자혁신기술개발’도 차질을 빚은 사업 중 하나다. 해당 사업은 전통육종 중심의 국내 육종체계 한계를 극복하고 민간 기업의 세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육종 기술개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골든시드프로젝트(GSP)’와 ‘차세대바이오그린21’ 사업의 후속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타당성 부족’, ‘필요성 미흡’ 등으로 올해 하반기 예비타당성 심사 대상에서 탈락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해당 사업을 450억원 규모의 가칭 ‘첨단육종기술 고도화 및 산업화 기술개발’이라는 단기성 사업으로 재편해 2025~2027년까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해당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금 예비타당성 심사에 도전, 2028년에 새로운 대규모 장기 R&D(디지털육종 등 첨단정밀육종) 사업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이현우·최영진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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