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지난 11월 3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필리핀 FTA(자유무역협정) 서명 △과테말라 한·중미 FTA 가입협상 타결 △한·에콰도르 SECA(전략적경제협력협정) 타결 △한·UAE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타결 등 통상현안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날 산자위원들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질의를 쏟아냈다. 통상현안보다 정치권 이슈에만 골몰한 셈이다.

정부의 통상현안 보고에서도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분야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필리핀은 니켈 생산량 세계 2위, 코발트 생산량 세계 4위인 핵심 광물 보유국으로, 우리의 핵심 광물 공급망을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또한 우리 자동차에 대해 즉시 관세 철폐 또는 5년 철폐에 합의해 일본 자동차 대비 경쟁력 우위를 확보했고, 다음 달 비준 동의안 제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필리핀이 기대하는 관심 품목은 바나나다. 한·필리핀 FTA가 체결되면 기존 30%에 달했던 바나나 관세가 5년 내 철폐되는 등 농업분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필리핀산 바나나는 23만4106톤, 금액으로는 한화 2750억원에 달한다. 물론 바나나 수입이 급증하지 않도록 연도별 기준 물량을 초과하면 최대 30%의 관세를 재부과할 수 있는 세이프가드 장치가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에 대한 국회 차원의 점검이 이뤄지지 못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국회에는 통상조약과 관련한 정부의 보고 대상을 농해수위 등 관련 위원회로 확대하는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5건이 여야를 막론하고 잇따라 발의돼 있는 상황이다. 국가 간 통상협상은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주고, 특히 농수산업계는 큰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농해수위 등 관련 위원회에도 정부가 통상협상에 대해 보고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련 상임위가 개별적으로 보고를 요구할 경우 행정운영 및 통상협상에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국회 심사의 내실화에 기여하는 부분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FTA를 통한 수혜 이면에는 농수산업계의 희생이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기노 농업부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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