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우정수·이우정 기자] 

 

1일 찾은 가을배추 주산지 중 한 곳인 충남 아산 배방읍 일대의 배추 포전에서 출하작업이 조금씩 시작되는 모습이었다. 다른 산지에 비해 작황은 양호한 편이지만, 시세가 좋지 않아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1일 찾은 가을배추 주산지 중 한 곳인 충남 아산 배방읍 일대의 배추 포전에서 출하작업이 조금씩 시작되는 모습이었다. 다른 산지에 비해 작황은 양호한 편이지만, 시세가 좋지 않아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11월 중순 이후 본격화되는 김장철을 앞두고 김장재료 산지의 출하 채비가 분주해지고 있다. 김장용 가을배추의 상당 물량이 11월 중하순부터 출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는 초반 상황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김없이 올해도 김장철을 앞두고 ‘물가 불안’ 보도가 난무하고 있는 데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천일염 공급 우려에 대한 불씨도 남아있다. 한국농어민신문은 10월 하순과 11월 초순, 강원·충청권의 가을배추 산지, 전남 신안 천일염 산지·유통마트를 각각 찾아 수급 동향과 산지 상황을 점검했다.


#가을배추 출하 상황·시세 흐름

올해 생산량 124만9000톤
평년대비 2.4% 감소 전망
강원·충북 등 작황 부진 속
충남·전남지역은 양호한 편


가을배추는 10월 하순 강원권을 시작으로, 11월 충청권·전라권 등으로 주산지가 남하하면서 성출하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을배추는 연간 배추 생산량의 60%(2022년도 기준)에 달하는데, 이 물량의 상당수가 11월 중하순부터 한 달 정도 도매시장 등에 집중 출하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올해도 이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10일간(10월 21일부터 11월 1일)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반입된 배추 물량은 일평균 500톤대로, 전년 같은 기간 600~700톤대에 비해 줄어든 상황이다. 2일에는 반입량이 더 떨어져 377톤으로, 전년 같은 날 743톤의 절반 수준을 보였다.

이에 대해 도매시장 관계자는 작황 부진 또는 출하 초반 등의 이유로 일시적인 ‘물량 공백’을 겪고 있다고 봤다. 작황과 관련,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정식 및 초기 생육기 고온·잦은 비로 병해가 발생해 9월 상순 이전 정식분 작황은 이후 정식분에 비해 부진하며, 상대적으로 출하 시기가 빠른 강원, 충북, 경북 일대 작황이 충남 및 전남 지역에 비해 부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올해 가을배추 생산량은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농경연은 가을배추 생산량을 124만9000톤으로, 전년 및 평년 대비 7.6%·2.4% 각각 감소할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김장배추의 수급 차질은 현실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감소 폭이 크지 않고 전북 고창, 전남 해남 등 남부지역 작황이 양호해 출하가 본격화되는 11월 중하순 이후 공급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배추와 무를 취급하는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대아청과 관계자는 “감소 폭이 미미한 수준으로, 공급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본다. 매년 김장 수요가 줄어든다는 점, 물량이 일시에 몰린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시세 하락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물량이 많지 않은 초반 상황임에도, 배추 시세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10월 27일~11월 2일) 가락시장 도매가격(10㎏ 상품)은 대부분 6000~7000원대로 2022년과 2021년과 비슷한 수준인데, 2일에는 소폭 오른 8482원이었다. 대아청과 관계자는 “반입량이 줄었음에도,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시세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농경연은 11월 배추 도매가격을 8000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 “올해 김장배추 도매가격이 지난해 대비 44% 상승 전망”이라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데, 배추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큰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김장철 11월 배추 시세는 생산비를 밑도는 수준이 계속됐다. 가락시장 시세가 3000원대(2022년 11월 22일)였던 적이 있을 만큼 최근 몇 년을 통틀어 ‘바닥권’ 수준이었고 산지에서 출하를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했는데, 이와 단순 비교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출하자단체인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는 지난해 김장철을 앞두고 정부가 수매물량을 도매시장에 대거 방출해 가격이 생산원가 밑으로 급락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17~31일 가락시장에 방출한 정부의 배추 비축물량은 2090톤으로, 같은 기간 가락시장에 반입된 배추 물량 7080톤 중 30%에 달했다고 알린 바 있다.

올해도, 정부는 2일 발표한 김장재료 수급안정 대책을 통해 김장 수요에 대응해 배추(농협 출하계약 물량) 2700톤(11월 2000톤, 12월 700톤)을 도매시장에 집중 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배추 산지 분위기

정식 이후 고온과 잦은 비 등으로 무름병 등 병해가 배추밭을 덮친 강원권에서는 최근 우박 피해까지 겹쳐, 수확량이 급감하는 등 암울한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정식 이후 고온과 잦은 비 등으로 무름병 등 병해가 배추밭을 덮친 강원권에서는 최근 우박 피해까지 겹쳐, 수확량이 급감하는 등 암울한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병해에 ‘몸살’·우박피해 겹쳐…수확 반토막 걱정

무름병·혹부리병 등 확산
평창서는 밭 갈아엎기도

강원권=10월 하순 영월과 평창, 강릉 등 산지에선 ‘작황 부진’이라는 공통적인 현상을 토로하고 있다. 온도가 높고 비가 많이 내리는 기상이변으로 인해 무름병 등 병해 피해가 확산되며 품위가 떨어진 데다 출하물량은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방제약 등으로 생산비는 예년보다 더 많이 들어갔는데, 최근 내린 우박 피해까지 더해져 영농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암울한 표정이다. 

영월에서 2만평 규모로 가을배추를 재배하는 김용석 씨는 한눈에 보기에도 무름병 등으로 노랗게 뜬 배추가 상당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약을 뿌리고는 했다. 그마저도 10월 26일 갑작스러운 우박이 내리면서 피해가 가중돼 막막할 따름이다. 김 씨는 “올해는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이 되면서 육묘 때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이로 인해 무름병, 혹부리병 등이 심하게 온 상태라 수확량이 50% 정도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었는데 우박 피해까지 입어 엎친 데 덮친 격이다”라고 전했다.

20만평 규모의 강릉 배추 생산단지 출하물량도 지난해 대비 6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해진다. 강릉 배추 생산 농가는 “통계청의 발표 자료에서 강원 지역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늘었다고 했는데, 병해 등 감모율이 심한 곳은 출하물량이 크게 감소해 건질 게 없다는 얘기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평창에서는 배추밭을 갈아엎은 농가들 얘기가 들린다. 가을배추 7000평을 심었다가 갈아엎고 감자를 심은 김 아무개 씨도 그 중 하나다. 무름병, 뿌리 썩음병 등으로 상품성 있는 배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씨는 “이상기후로 인해 배추 수급에 대한 문제와 김장철 물가에 대한 보도가 연신 이뤄지고 있는데, 정부는 소비자 가격만 생각한 수급 정책을 펼칠 뿐이지 생산비를 밑도는 가격하락 대책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선충 발생에 긴장…“시세 낮아 출하 늦출까 고민”

병해 없어 비교적 작황 양호
출하량은 평년보다 줄 듯

▲충청권=11월 1일 찾은 중부권의 배추 산지 중 하나인 충남 아산 배방읍 일대. ‘우후죽순’ 들어선 신도시의 아파트 사이로 군데군데 자리한 배추 포전에서 출하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산 일대의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대략 45만평인데, 그 중 배방 일대가 35만평을 차지하고 있다. 

이곳의 배추밭을 관리하는 안원천 씨는 “출하 작업을 시작한 지는 일주일 정도 됐다”며 “강원이나 해남에 비해 작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라 다행인데, 9월 정식 이후 비가 많이 와서 예년에 비해 작황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안 씨는 “이 일대에는 무름병 등 병해는 없는데, 최근 선충이 발생하는 포전이 나타나고 있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며 “출하물량은 평년 대비 10% 정도 감소할 것 같다”고 전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시세를 걱정하는 얘기들이 많았다. 안 씨는 “최근 도매시세가 나오지 않아 출하 속도를 늦춰야 하나 고민이 많다. 지난해에도 김장철 시세가 좋지 않았다. 유통상인 사이에서는 수십억 손해를 입은 이들도 있다”면서 “자꾸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이 비싸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지난해에는 10㎏당(세 포기) 3000원대 시세도 있었다. 다른 배추 산지에 비해 물류비가 덜 들어가는 아산 지역만 해도 생산비를 건지려면 최소 6000~7000원 이상 도매시세가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일대에서 만난 화물차 기사는 “그동안 가락시장에 출하해 왔는데, 현재 시세로는 파렛트 작업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굳이 가락시장이 아니라 파렛트 작업을 하지 않은 다른 도매시장으로 출하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배추 산지인 충북 청주 미원면 일대는 무름병 등 병해 발생으로 작황이 부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가을배추 주산지인 해남 산지 작황은 비교적 양호한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남 일대는 11월 중순부터 출하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대아청과 관계자는 “해남 산지 출하는 11월 20일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라권 배추 작황이 좋은 편으로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무·고추 등 수급 상황

가을무 공급량 늘어, 평년보다 2.4%↑
건고추는 공급 부족정부 수입 확대 방침

가을무 공급량은 전·평년 대비 증가할 전망이다. 농경연은 가을무 생산량이 39만1000톤으로, 전년 및 평년 대비 각각 1.1%, 2.4%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농경연 관계자는 “현재 가을무는 경기권 등 전국적으로 출하되고 있는 상황으로, 11월 중순부터 출하되는 가을무 작황은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산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건고추, 대파 등의 부재료는 수입을 통해 수급 불안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건고추는 김장철 수급대책으로 수입 비축물량 2800톤을 시장에 방출할 계획이고, TRQ 1400톤 추가 도입도 검토할 계획이다. 대파도 공급 부족에 대비해 할당관세 2000톤을 추진할 방침이다. 마늘도 국산 비축물량 1만2000톤을 도매시장에 공급된다. 

고성진·우정수·강원=이우정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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