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지난 10월 26일 전남 신안군 증도면에 위치한 염전 창고에는 올해 채취한 천일염이 모두 소진돼 재고를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10월 26일 전남 신안군 증도면에 위치한 염전 창고에는 올해 채취한 천일염이 모두 소진돼 재고를 찾아볼 수 없었다.  

#소비지 공급량은 충분

우려했던 ‘천일염 대란’ 없어
작년보다 가격 40%나 올라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둔 지난 2일,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는 젓갈과 천일염 등 김장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판촉전이 한창이었다. 김장 필수 재료인 새우젓부터 고춧가루를 비롯해 언론에서 연일 품귀현상을 우려하던 천일염도 10kg과 20kg 포대에 담겨 켜켜이 쌓여 있었다. 

이날 매장에서 판매하는 천일염은 전남 신안군 내 농협에서 납품한 천일염과 정부비축 천일염 등 크게 두 가지였다. 두 제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가격이었다. 농협 천일염은 10kg 기준 최소 2만9500원에서 최대 4만1500원까지 다양한 가격의 제품이 구비돼 있었고, 정부비축 천일염은 20kg 기준 2만원(1인 1포, 하루 100포 한정)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천일염에 관해 직원에게 문의를 하거나 구매하는 소비자는 없었다. 가정 내 김장 시 많이 사용되는 천일염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것은 김장을 포기하는 소비자가 늘었거나, 가격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농협유통에 따르면 올해 천일염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올랐다. 천일염 10kg 제품의 평균가격은 2022년에 2만2230원이었지만 2023년 3만1190원으로 약 40% 급등했고, 20kg 제품은 2022년 3만7140원에서 2023년 4만2840원으로 약 15% 상승했다. 농협유통은 천일염 가격 상승원인으로 산지가격 상승을 꼽았다. 매입 물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차이가 나지 않지만, 산지가격이 상승해 판매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농협유통 관계자는 “언론에서 천일염이 부족하다고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가정에서 김장을 하는 소비자들이 줄어 천일염 소비가 줄어든 탓에 천일염 공급이 크게 부족하다고 느끼진 못하고 있다”며 “다만 천일염 가격이 지난해보다 40% 가량 상승해 구입을 주저하는 소비자들도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안군 막바지 작업 한창

집중호우에 생산량 준데다
오염수 불안심리로 과수요
창고 보관물량도 거의 없어

신안군에 따르면 올해 천일염 총 생산량은 21만톤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26만톤보다 5만톤 줄어든 수치로, 올해 산지 평균 가격도 2만4000원으로 2022년 1만6038원 대비 8000원 가량 오른 상황이다. 

그렇다면 천일염 산지 가격은 왜 급등했을까. 지난 10월 26일 국내 천일염 생산량의 85%를 차지하는 전남 신안군의 한 염전을 찾았을 땐 올해 막바지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증도면에서 염전 32ha(약 9만7000평)를 운영하는 박형기 대표에 따르면 천일염 산지에는 올해 채취한 천일염이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박 대표에 따르면 평년 같았으면 올해 채취한 천일염은 1년 동안 간수를 빼는 작업을 거쳐 다음해에 판매된다. 하지만 올해는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6월경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대한 불안 심리로 과수요가 발생해 올해 채취한 천일염이 모두 소진됐다는 것이다. 
 

올해 천일염 생산의 경우 이상기후로 인한 긴 장마와 게릴라성 폭우가 빈번했던 게 영향을 미쳤다. 천일염의 경우 5월과 6월, 8월과 9월에 집중 채취가 이뤄진다. 특히 8월의 경우 연중 생산량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시기이지만, 장마가 7월 말까지 이어졌고 8월 초에도 40mm가 넘는 비가 내려 8월 천일염 채취량이 대폭 감소했다는 게 박형기 대표의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6월경 전국적으로 천일염 과수요가 발생한 것도 천일염 산지 재고 소진과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발표를 하자 천일염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언론이 천일염 수급 불안에 대한 공포심을 증폭시켜 현재의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박형기 대표는 “천일염 채취를 48년 동안 했지만, 올해처럼 긴 장마와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를 쏟아 붓는 건 2011년 이후 두 번째다”며 “정부에서도 천일염 가격 안정을 위해 염전주와 중간 상인들에게 비축을 위한 천일염 물량을 요구하고 있지만,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천일염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에서는 소수의 중간상인들이 미리 매집을 했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했다고 하는데 이것도 잘못된 정보다”며 “소비자들이 불안 심리로 인해 가정 내 천일염 비축을 늘렸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산지에서 천일염이 부족하다보니 계통거래를 하는 신안군 내 농협들도 뚜렷한 수급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박주형 북신안농협 대리는 “평년의 경우 김장철을 대비해 4만포(1포 20kg 기준) 정도를 확보했는데 올해는 1만8000포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며 “다른 신안 내 농협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수급에 난항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천일염 수급불균형, 해법 없나
“가격 오를 때만 임시방편…염전 면적부터 늘려야”

연중 수급불균형 전망에
정부 5000톤 수입물량 공급 계획
“자칫 시장교란 우려” 지적도

천일염 가격의 고공행진은 향후 몇 년 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기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염전면적과 생산자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안군에 따르면 신안군 내 천일염 생산면적은 2011년 2662ha에서 2022년 2171ha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생산자수도 2011년 855건에서 2022년 687건으로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정 내 김장을 하는 소비자가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매년 1월과 2월에 간장이나 된장 등 가정 내 장류 생산과 관련 고정적인 천일염 수요도 있기 때문에 천일염 연중 수급 불균형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정제염도 국내에서 생산하는 업체가 한 곳으로 연간 생산량이 약 18만톤으로 한정돼 있어 뚜렷한 대체제도 없는 상황이다. 

김장철을 앞두고 천일염 수급불균형이 지속되자 정부는 지난 2일 김장철 수산물 가격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통시장과 마트에 국내산 천일염을 최대 5000톤을 할인 공급하고, 수입산 천일염도 5000톤을 확보해 수요처에 신속하게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정부가 펼치는 가격안정 대책이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자칫 수입산 천일염에 의한 시장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다. 천일염 생산자들은 수급불균형을 해결하려면 정부가 계획적으로 염전 면적을 늘리는 등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일염 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언론에서는 태양광 시설이나 새우 양식장으로 업종을 전환해 염전 면적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하지만, 잘못된 설명이다”며 “몇 년 전까지 저렴한 천일염 가격으로 인해 생산비도 건지지 못한 염전 생산자들이 전환을 한 것이다”라고 설명이다. 

이어 “정부가 평소에 천일염 정부 비축이나 염전 면적 확장 계획은 세우지 않고 가격이 오를 때만 임시방편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며 “천일염 수급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염전 면적을 다시 늘리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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