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자료 출처-농림축산식품부 누리집(홈페이지).
자료 출처-농림축산식품부 누리집(홈페이지).

최근 전 산업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농산물 유통 분야에도 디지털 기술 적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농산물 도매거래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전자송품장’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농업인의 출하선택권 확대를 비롯해 도매시장 거래·물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출하처·품목·매매방법·운송 등
디지털화로 ‘실시간 공유’
11월 중 가락시장 등 시범 도입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 계획

▲전자송품장 도입 배경
=전자송품장은 출하처와 품목, 매매방법, 운송수단 등 농산물의 도매시장 출하정보를 디지털화한 것을 말한다. 산지에서 농산물 출하자가 PC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출하정보를 입력하면 농산물이 도매시장에 도착하기 전 전자송품장 시스템을 통해 그 내용이 실시간 공유된다.

지금은 농산물 산지에서 출하자가 종이로 된 송품장에 수기로 출하내역을 작성해 상품과 함께 도매시장으로 발송하면 도매시장 도착 후 도매시장법인이 송품장 내용을 전산에 입력한 뒤 경매를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농산물이 도매시장에 얼마나 반입되고 있는지를 운송 차량이 도매시장에 도착한 후 송품장을 제출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시장 반입 물량 예측이 어려운 구조다. 송품장도 일정한 형식을 갖춘 ‘표준송품장’이 있으나, 표준송품장 사용 비율은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기준, 약 4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물 공영도매시장 유통의 디지털화, 농산물 수급조절, 물류 효율화 등을 위해 올해 전자송품장을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농산물 도매시장 거래정보를 디지털화한 전자송품장 도입을 통해 정보의 투명성과 정확성, 신속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농업 분야 국정과제 중 하나인 ‘농업 디지털 혁신’의 일환으로, 도매시장 거래정보의 디지털화 등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농산물 유통을 디지털 전환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월 중 가락동도매시장부터 전자송품장을 시범 도입하고, 2024년부터 전국 공영도매시장에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공사 등 협의체 구성
청과부류 6개 시범품목 선정
전산시스템 모듈 개발 등 나서

▲사업 추진 상황은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이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가락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 등은 가락동도매시장에 전자송품장을 시범 도입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이해관계자 20명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했다.

또한 세부 업무 추진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aT,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농협경제지주, 도매시장법인협회,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서울·중앙·동화·한국·대아청과, 농협공판장)이 공동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1월부터 가동 중에 있다. 이를 통해 △무 △배추 △깐마늘 △양파 △배 △팽이버섯까지 청과부류 6개를 전자송품장 도입 시범품목으로 선정했다.

특히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도매시장법인이 협업해 출하자 입력 편의와 전자송품장 이용 활성화를 위해 전산시스템 공통모듈 개발과 법인별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aT는 전자송품장 이용에 필요한 ‘농축수산물 표준코드’와 출하자 38만명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정비하며 사업 기반을 다졌다. 또 전자송품장 사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출하자 신고 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신속하게 해결해 주기 위해 ‘도매시장 홈페이지’에 자동응답 기능인 ‘챗봇’ 서비스도 도입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화가 이뤄지고 있는 관련 분야인 온라인도매시장, 스마트APC 구축 사업과도 전자송품장 시스템을 연계하기 위해 매월 담당 부서 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는 이러한 전자송품장 도입 관련 추진 상황 및 계획을 공유하기 위해 전국 도매시장 법인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며 전자송품장 도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국내 도매시장 여건상 거래정보의 디지털 전환이 쉽지 않다는 일부의 우려를 소통을 통해 해결해 나가기 위한 움직임이다.

aT 관계자는 “도매시장별로 농산물 품목코드가 다른 상황인데다, 전자송품장 시스템 접근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전자송품장 도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라며 “그러나 농산물 유통분야 디지털 전환이 강조되고 도매시장 종사자들도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어렵겠지만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바뀐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당초 가락동도매시장에만 전자송품장을 시범도입 하려던 것에서 다른 도매시장을 대상으로도 공모를 진행한 결과, 구리청과와 대전청과도 참여의사를 밝혀 현재 시스템을 연계 구축하고 있다는 게 aT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전 정보 토대 ‘분산출하’ 가능
반입·배송·주차 등 효율화 기대
종이송품장 없애 탄소 절감도


전자송품장 도입 기대효과=농림축산식품부와 aT는 전자송품장 도입이 농산물 공영도매시장 유통의 디지털화와 수급조절, 물류 효율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먼저 농산물 출하자 측면에서는 전국 도매시장 당일 예상 반입량, 시장 혼잡도, 실시간 경매현황을 종합 제공하는 전자송품장 종합상황판을 통해 전국 도매시장별·품목별 출하 예정 물량을 사전에 확인 후 농산물을 출하할 수 있어 출하 선택권이 확대된다. 또한 사전 정보를 토대로 분산출하가 가능해져 특정시장으로 물량이 몰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적정 수취가격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매시장의 경우 출하 스케줄링, 공동물류, 반입·배송·주차 관제 등 물류 효율화를 구현하고, 유통비용 절감을 통해 사회적 편익을 높일 수도 있게 된다. 또 거래 및 대금 정산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도 가졌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물류 효율화를 통한 차량 대기시간 단축과 하루 6만 건 규모의 종이송품장의 전자화로 탄소배출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aT 관계자는 “가락동도매시장을 시작으로 전자송품장이 전국 도매시장에 보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곧 시작할 시범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실무자 인터뷰-진태훈 aT 유통조성처 시장지원부 차장
“전자송품장 도입, 반드시 해야 할 일”

출하자 예측 가능한 거래로
농산물 가격지지 등 효과 기대

“한 20년 쯤 뒤에는 ‘예전엔 전자송품장 없이 어떻게 살았지’하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aT에서 도매시장 관련 업무를 맡으며 전자송품장 도입에 대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진태훈 차장이 전자송품장 추진 과정을 설명하면서 남긴 말이다. 진태훈 차장은 전자송품장 도입 필요성에 대해 ‘하면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언급했다. 사업을 직접 맡아 추진하면서 그만큼 전자송품장 도입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진태훈 차장은 “농산물 유통 분야에 수많은 정보가 있지만 정작 출하자들이 농산물 거래 전에 해당 품목에 대해 알 수 있는 시장 정보는 없다”며 “전자송품장 도입 하나로 예측 가능한 거래를 할 수 있어 농산물 수급 안정 및 가격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유통 물류 개선과 막대한 양의 종이 절약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자송품장 사용이 안정화되면 출하자별로 개인 데이터를 제공해 별도의 기록 없이도 거래정보를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진태훈 차장에 따르면 기존 종이송품장에 익숙해져 있어 디지털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시각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진태훈 차장은 “1985년 도매시장이 생긴 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사업인데다 도매법인마다 다른 코드를 사용하는 등 몇 가지 걸림돌이 있어 전자송품장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농산물 분야도 온라인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어렵지만 해보자’라고 유통현장 분위기가 변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에는 전국 도매시장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전자송품장에 대해 설명하는 등 실무자들의 노력도 큰 역할을 했다. 전자송품장 도입을 위한 실무자들의 이런 노력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진태훈 차장은 “전자경매가 자리 잡으면서 과거의 수지경매로 돌아가지 못하듯이 전자송품장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20년 뒤에는 ‘예전에는 어떻게 종이로 송품장을 썼었지’하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전자송품장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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