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엽식물 ‘녹보수’ 품종보호권 논란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최영진 기자] 

용인 남사 화훼단지 농민들
2010년부터 중국서 들여와 재배
연 평균 국내 수입량 82만개 달해 

한 민간업자 품종보호권 등록
최근 로열티 등 행사 통보
해당 품목 무단 사용으로
손해배상·형사처벌 등 내몰려

농식품부 품종보호심판위에
농가 20명 ‘무효심판 청구’ 제기

‘해피트리’, ‘금전수’와 비슷하게 생긴 녹보수. 이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최근 품종보호권 무효심판 청구를 농식품부 품종보호심판위원회에 제기했다.
‘해피트리’, ‘금전수’와 비슷하게 생긴 녹보수. 이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최근 품종보호권 무효심판 청구를 농식품부 품종보호심판위원회에 제기했다.

관엽식물인 ‘녹보수’(품종명은 보배, 학명 및 일반명은 채두수) 재배 농가들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행정위원회인 품종보호심판위원회에 품종보호권 무효심판 청구를 제기했다. 이들은 해당 품종의 묘목을 2010년경부터 중국에서 수입해 재배하고 있었는데, 한 민간업자가 신청한 품종보호 출원이 등록 결정되면서 손해배상 위험은 물론 자칫 형사처벌 등 범법자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며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건 개요는

이달 13일 경기 용인시 남사 화훼단지에서 만난 농가들의 표정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이들은 얼마 전 녹보수(보배)에 대한 품종보호 무효심판 청구를 제기한 터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뒤숭숭한 분위기를 전했다. 무효심판 청구에는 농가 20명이 참여했다. 참여 농가 A씨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수년간 노력을 기울여 새로운 품종을 육종·개발했다고 하면 인정받아야죠. 하지만 이번 경우는 그렇지가 않아요. 10년 전부터 유통돼 오던 것을 ‘신’자만 붙여 신품종으로 등록하고 농가로부터 로열티를 받으려는 행태예요.”

품종보호권자(출원인) 이 아무개 씨가 재배 농가들에게 로열티 등 품종보호권을 행사하겠다고 알려 온 시기는 지난 8~9월경. 그제야 농가들은 품종보호 등록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이 씨가 2018년 10월 국립종자원에 녹보수(보배)의 품종보호 출원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실제 등록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반응이 농가 사이에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원산지(중국)에서 재배되고 있는 ‘녹보수’가 출원 당시(2018년)보다 훨씬 앞선 2010년부터 국내에 들어와 유통 중이라 ‘신품종’ 출원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품종은 종자원 심사를 거쳐 2022년 1월 21일 품종보호 결정이 났고, 다음 달인 2월 11일 품종보호권 등록을 완료했다. 식품신품종 보호법에 따르면 품종보호권 설정 등록이 되면 품종보호권 등록증이 출원인에게 송부되며, 이때부터 품종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가 발생하고 이 권리를 법으로 보호받는다. 품종보호권자나 전용실시권자의 허락 없이 타인의 보호 품종을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등의 처벌을 받는다. 품종보호권 기간은 20년(2022년 2월 11일부터 2042년 2월 10일까지)이다.

이 씨의 주장대로라면, 현행법상 재배 농가들은 지금까지 로열티 지급 없이 해당 품종을 무단 사용해 온 상황으로, 손해배상 위험은 물론 경우에 따라 형사처벌까지 받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쟁점은

식물신품종 보호법에 따라 품종보호 출원이 접수되면 종자원은 서류심사와 재배심사를 거쳐 신규성, 구별성, 균일성, 안정성, 품종의 명칭 등 5가지를 충족한다고 판단할 경우 품종보호를 최종 결정한다. 농가들의 요구는 품종보호 결정이 된 해당 품종이 ‘신품종’으로 볼 수 없다며 결정 처분을 무효해 달라는 것이다. 이 품종이 품종보호 요건인 신규성과 구별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종자원의 품종보호 공보에 따르면 출원인 이 씨는 “2012년 재배 및 판매하고 있던 녹보수 재래종 중에서 잎이 둥글며 톱니가 많고 마디 사이 절간장이 짧아 탄탄하게 보이는 돌연변이 개체를 발견 선발하고 삽목 번식을 했다”며 “선발한 계통을 계속 삽목 번식해 4년에 걸쳐 5회 이상 삽목 번식해 유전적 안전성을 검정했고, 안전성을 확보해 ‘보배’로 명명하고 품종보호 출원을 하고자 한다”고 했다. 삽목 번식은 식물의 잎이나 줄기를 잘라 번식하는 것을 말한다.

농가들은 출원인의 주장대로 2012년부터 4년에 걸쳐 신품종을 개발한 것이라면 2016년 이전에는 해당 품종이 시중에 유통이 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데, 이미 해당 품종이 2010년부터 중국과 대한민국에서 유통·판매돼 출원일(2018년 10월 10일)보다 8년이나 앞선 데다 이를 뒷받침할 관련 사진, 자료 등이 충분해 신규성과 구별성을 갖추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식물신품종 보호법에 따르면 “품종보호 출원일 이전에 대한민국에서는 1년 이상, 그밖의 국가에서는 4년(과수 및 임목인 경우 6년) 이상 해당 종자나 그 수확물이 이용을 목적으로 양도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품종은 신규성을 갖춘 것으로 본다”고 돼 있다. 이를 근거로, 농가들은 “해당 품종은 품종보호 출원일 이전에 대한민국에서 약 8년 이상 이용을 목적으로 유통돼 왔고, 2010년경부터 해당 품종을 중국에서 수입했으므로, 중국에서 역시 약 8년 이상 이용을 목적으로 유통돼 왔다”며 “식물신품종보호법상 신규성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품종보호권은 무효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가들이 2010년부터 해당 품종을 생산하고 판매해 온 곳이라고 지목한 업체는 중국 현지(복건성 장주시)에 있는 한양원예라는 업체다. 이 업체 대표인 조병철 씨는 한국농어민신문과 전화통화에서 “내가 2006~2007년경 한국에 처음으로 녹보수를 들여왔다. 2~3년 뒤부터는 다른 분들도 녹보수를 수입했다. 그리고 농가들의 얘기처럼 2010년경 녹보수 생산·유통·판매해 왔던 것이 맞다”고 했다. 

개업이나 집들이 선물용 수요가 많은 녹보수는 최근 공기정화식물로도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녹보수 수입이 최소 10년 전부터 지속돼 온 사실은 통관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국회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최근 10년간 ‘녹보수’(보배) 묘목의 연간 통관 수입 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총 823만6000개가 수입, 연간 평균 82만개 정도로 확인된다. 2013년도 96만4000개, 2014년도 104만6000개, 2019년도 112만5000개 등 100만개 수준을 오르내렸던 적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75만5000개가 수입됐고, 올해 9월 현재 50만개 정도가 수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식물신품종 보호법상 구별성도 갖추지 못한다는 것이 농가들의 주장이다. 법에 “품종보호 출원일 이전까지 일반인에게 알려져 있는 품종과 명확하게 구별되는 품종은 구별성을 갖춘 것으로 본다”고 돼 있고, ‘유통되고 있는 품종’을 ‘일반인에게 알려져 있는 품종’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농가 B씨는 “품종보호 출원 등록 중에 화훼 분야가 많다. 관엽식물은 ‘삽목’을 통해 변이나 개량이 발생하는 특성이 있다. 난류도 품종이 굉장히 다양한데, 로열티 등 상업적 가치를 노리고 미등록 품종을 마치 자기가 개발한 것처럼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식으로 품종보호 출원 이후 심사를 통과해 품종보호권을 갖게 되면 농가들이 농사를 지을 맛이 나겠는가”라며 “악용 사례 근절을 위해서라도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가 C씨는 “화훼농가들이 뭉치기가 쉽지 않은데, 관엽식물이나 난의 경우는 더더욱 어려워 이런 문제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가 힘들다. 녹보수 재배 농가들이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지만 현황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우선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지역에서 참여하는 농가 20명이 무효심판 청구를 내게 된 것”이라며 “화훼업계에도 도움을 요청해 이번 사안을 알리는 노력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문점은
“품종 달라도 품종보호권 성립 가능성”…외형 구별이 관건  

이 아무개 씨의 등록 품종이 기존에 유통되고 있어 ‘신품종’ 요건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 농가들의 생각인데, 반대로 해당 품종이 기존 유통 품종과 다른 ‘신품종’이라고 할 때 품종보호권 행사를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도 궁금한 부분이다. 만약 농가의 재배 품종과 ‘신품종’이 다르다면 품종보호권 행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별개 사안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들어서다.

이에 대해 종자원 품종보호과 관계자는 “등록 당시 대조군인 재래종과 외형적으로 구별이 가능해 신품종(품종보호) 등록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품종보호권은 동일 품종이거나 형태적으로 구별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에는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형적으로 구별이 가능하지 않다면 동일 품종이 아니라고 해도, 즉 이 씨와 농가의 품종이 다르더라도 이 씨의 품종보호권 행사가 적법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럴 경우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종자업계에선 기존에 유통되던 품종이 품종보호 출원될 가능성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종자업체 대표는 “한참 전의 일이지만 중국에서 유통되던 ‘줄콩’을 자신이 개발했다면서 종자원에 품종보호출원을 신청한 육종가가 있다”면서 “이처럼 품종보호 출원 과정에 있는 빈틈을 메워나가는 게 종자원의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원인이 품종보호 출원 신청을 하면, 종자원은 이에 대한 서류검토와 재배심사 과정을 거치는데, 적법한 대조군을 선정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른 종자업체 대표는 “출원자가 잘 안 알려진 기존 품종을 등록하려고 대조군으로 일부러 다른 품종을 제출했을 경우 허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종자원에 각각 2009년, 2011년 품종보호 출원된 ‘미야마후지’와 ‘금전수 동아리’ 품종은 신규성 위반과 무권리자임이 인정돼 무효심판 청구가 받아들여진 바 있다. 

이번 보배(녹보수) 품종을 출원한 이 씨의 대조군은 재래종이었는데, 종자원도 해당 재래종을 대조군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종자원 품종보호과 관계자는 “품종보호 출원은 출원자가 서류로 제출한 대조군 외에 데이터베이스나 회사 카탈로그를 통해 가장 유사한 품종을 선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확보하지 못해 부족했을 수도 있다”면서 “해당 사건은 현재 ‘품종보호무효심판’이 진행되고 있어 종자원이 공식적인 입장을 내기는 어렵고, 농식품부와 농진청 관계자들로 구성된 품종보호심판위원회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농식품부 품종보호심판위원회 관계자는 25일 “위원회 합의체 3명이 구성됐고, 심판청구에 대한 피청구인(이 씨)과 청구인(농가) 간 답변서를 검토 중으로, 양 측이 추가 의견이나 자료 요구가 더 이상 없다고 판단되면 합의체가 진행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시기가 언제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성진·최영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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