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자연재해 피해보장범위 현실화 
기후위기 대응 중장기 대책 시급

규제 완화로 우량농지 훼손 땐
미래 먹거리 공급 차질 우려
적정 재배면적 유지 체계적 관리

IPEF 협상·TRQ 수입물량 확대 등
국내 생산기반 위협 움직임 점검을

2023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가 농가경영 불안 해소에 초점을 맞춘 농정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5가지 핵심 키워드는 △농가소득 하락 △이상기후 증가 △우량농지 훼손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TRQ(저율관세할당) 수입 증가 등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현장 농업인들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감을 일주일 앞둔 지난 5일, 이학구 한농연 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국감만큼은 소모적인 논쟁을 최소화하고, 농가경영 불안 해소를 위한 생산적인 대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감에서 다뤄야 할 농정 요구사항 5가지를 제안했는데, 주요내용과 선정이유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올 초부터 냉해와 호우, 태풍 등 이상기후가 계속되면서 농업분야의 피해가 컸고, 화상병과 탄저병 등 병해도 크게 늘어나 영농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면세유 가격 강세 지속 등 생산비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농업소득은 949만원으로 26% 이상 감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IPEF 참여와 TRQ 수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농막규제로 야기된 농지훼손 문제와 관련해 농업계와 비농계의 갈등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농가경영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인데, 정치권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양곡관리법 개정과 관련한 정쟁에 매달리다보니, 농업 전반에 대한 현안과제에는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국감에서 농가경영 불안 해소방안 마련과 현안과제 점검을 촉구하기 위해 5대 농정 요구사항을 마련했다.


-농가경영 불안과 관련해 이상기후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어떠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현재 자연재해에 대한 안전장치로 재해보험과 재해대책 등이 시행되고 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재해대책의 경우 농약대와 대파대 정도를 지원하는데 그치고 있고, 재해보험도 품목과 보장범위 등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선 재해에 대한 피해보장 범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고, 향후에는 ‘수입보장보험(가칭)’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선 농업인들이 소득을 정확히 신고하고 세금도 내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농가를 두텁게 지원하고, 재정부담도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과거 코로나 팬데믹 당시 농업인들도 큰 피해를 입었지만, 소득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역차별을 당했다. 이제는 농업 전반의 틀을 바꾸기 위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한 품종 및 작목 전환 등 중장기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처럼 단기 처방식 대책으로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


-한농연은 우량농지 훼손 문제를 국감 과제로 꼽았는데, 그 이유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최근 농막 이슈로 인해 농지규제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고, 농촌 현장에서도 일부 규제완화 요구가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이러한 농지규제 완화는 우량농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명확한 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으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도 곡물자급률이 낮은 상황인데, 우량농지가 줄어들 경우 미래의 먹거리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적정재배 면적을 유지할 수 있는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IPEF 참여와 TRQ 수입 증가 등에 대한 우려도 높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인지.

이번 국감에선 연내 타결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IPEF 협상에 대한 점검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IPEF가 기존 FTA와 달리 비관세 무역 장벽 완화를 목표로 한다고는 설명하고 있지만, 필라1(무역)에 위생·검역, 농생명공학(LMO) 등 민감한 의제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농업생산 및 국민 먹거리 불안을 위협할 수 있는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만큼, 한농연은 필요에 따라 통상조약법에 따른 국회 비준 동의를 추진하는 등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TRQ 수입과 관련해서도 점검이 요구된다. 물가안정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생산농가들을 우선적으로 살피는 노력이 시급하다. 올해도 생강, 양파 등 주요 품목에 대해 TRQ 물량을 증량한 바 있는데, 수입 농산물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자칫 국내 생산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TRQ 수입 물량의 임의 증량을 규제하기 위해 농축산물수급조절위원회 및 농축산물무역정책심의위원회의 생산자 대표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끝으로 지면을 통해 추가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여야는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이후 곧바로 내년도 예산을 심의할 예정이다. 영농현장에서는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 보증한도가 막혀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상당히 높다. 농신보가 차질 없이 운용될 수 있도록 국회 심의단계에서 반드시 관련 예산이 증액돼야 한다.

또한 최근 잦은 강수로 인해 탄저병이 발생하면서 단감 농가들의 피해가 극심한데, 탄저병 피해는 농작물재해보험에 해당되지 않아 피해복구가 막막한 상황이다. 과거 정부가 재해보험에 해당되지 않는 일조량 부족 피해에 대해 긴급심의위원회를 열어 자연재해로 인정해준 선례가 있는 만큼, 이번 국감에서 이 문제가 적극 검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쌀값이 조금씩 안정되고 있고, 앞으로 정부가 잘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전기요금과 유류비 인상 등 농가경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여야 구분 없이 힘을 모아주길 간곡히 당부 드린다.

개인적으로는 임기 종료를 3개월 정도 앞두고 있는데, 마지막 과제로 후계인력 육성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현재 국회에서 청년농업인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후계농어업인 및 청년농어업인 육성·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임기 내에 이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