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토론회서 방안 논의

[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신속대응 가능한 장점 살려
재정 열악 지자체 즉각 지원
일본은 ‘재해 고향납세’ 활성

이상기후로 인해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면서, 고향사랑기부금을 재난구호에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를 신속하게 지원해 즉각적인 재해대응이 가능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고향사랑기부제 : 재난·재해 대응 관점에서’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고향사랑기부금을 활용한 재난대응 방안이 논의돼 눈길을 끌었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 특별위원회 위원장)는 주제발표를 통해 고향사랑기부제의 지정기부를 통한 재난구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정기부란 기부자가 재해대응 등 기부금의 용도까지 선택·지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권 교수는 “재해 발생 시 국고지원이 확정되고 교부가 돼야 지원금이 지급되다보니 필요한 시기와 시차가 발생하고, 지원금액도 실질적인 복구에는 크게 못 미치는 등 공적지원의 한계가 뚜렷한 상황”이라며 “고향사랑기부금의 용도를 재해대응 등으로 지정할 수 있으면 기부되는 즉시 지원하는 등 행정과정에 따른 재난구호의 경직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관련법 개정을 통해 고향사랑기부금의 사용 목적에 재난구호를 추가하고, 지정기부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권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주무부처인 행안부는 고향사랑기부제의 지정기부에 대해 전국재해구호협회와 기능 중복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의 피해복구를 돕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향납세제’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재해대응을 위한 목적으로 기부금을 모금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연경 페어트래블재팬 법인장은 “일본은 민간에서 고향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데, 재해발생 3시간 안에 재해기부를 위한 페이지가 만들어지는 등 모금이 개시되고, 긴급상황 시 심의 없이 기부금을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재해 지자체의 업무경감을 위해 주변 지자체가 대신 기부금 접수를 받아주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고, 재해구호 전문 NGO(비정부기구) 활동을 지원하는 지정기부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재해 고향납세’의 경우 대부분 별도의 답례품이 없지만, 전체 기부자 중 23.9%가 재해대응 기부를 실천했다고 답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실제로 구마모토현 히토요시시는 재해발생 2시간 후 재해지원 페이지가 개설됐고, 3일 만에 3000만엔(한화 약 2억7000만원)의 모금과 응원 메시지가 전달됐다.

이동환 아시아태평양재난관리한국협회 상임이사도 고향사랑기부금의 재해대응 사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동환 상임이사는 “최근 수해가 발생한 충북 괴산과 오송에서 재해복구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같은 군이지만 면 소재지에 따라 대응에 차이가 난다. 어떤 면은 피해주민들을 위해 식당을 빌려 저녁식사부터 시작하는데, 어떤 면은 3일 동안 라면만 먹기도 한다”며 “지방정부 중심으로 재해대응을 하라고 하는데, 지자체는 관련 예산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모금한 돈이 나중에 의연품으로 전달되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지자체의 재해 대응력을 키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재해대응을 위해 고향사랑기부금을 모금하고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재해복구 현장에선 엄청난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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