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구정민 기자] 

완주군서 벼농사 김길섭 씨
육묘상처리제 지원 등
전주 거주 이유로 받지 못해

전북 ‘공익증진 직불금’ 지급도
지자체별 ‘제각각’ 형평성 논란

“관외경작자 소외받지 않아야”
시군의회의장협의회 건의문 발표

시·군 경계지역에 거주하는 ‘관외경작자’가 지자체 각종 보조사업에서 소외받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행정구역만 다를 뿐 멀지 않은 거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지만, 지역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종 보조사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북 전주시에 거주하고, 인접한 완주군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김길섭(57) 씨는 20여년 전부터 ‘관외경작자’로 생활하고 있다. 전주시가 개발되면서 부득이 인근의 완주군에 경작지를 마련했는데, 지금은 관외경작자라는 이유로 각종 보조사업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길섭 씨는 “육묘상처리제 지원, 볏짚환원사업 등 농업관련 지자체 보조사업을 신청하면 주소지 동사무소는 관할 경작지 면사무소에 신청하라고 하고, 경작지 면사무소는 주소지가 완주군이 아니라며 신청할 수 없다고 한다”면서 “주소지와 경작지가 불과 10km 거리인데 어느 곳에서도 지원을 못 받고 있고, 이런 보조사업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덧붙여 김 씨는 “주소지가 다르다보니 마을이장이나 행정 공무원이 따로 알려주지 않으면 보조사업에 대한 정보조차 듣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경영체등록 정보를 기준으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연접 지자체가 협의해 관외경작자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마다 사업지침이 제각각이다보니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전라북도시군의회의장협의회에 따르면 군비로 지급되는 ‘농업‧농촌 공익증진 직불금’의 경우 전북도 14개 시·군 중 9개 시‧군만 연접지역의 관외경작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도비로 지급되는 ‘논농업환경보전 직불금’도 마찬가지다. 9개 도의 공익직불금 조례를 보면,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경북, 경남, 제주 등은 주소지 기준으로 관내 경작자에게만 지급하고 있고, 전남만 유일하게 연접 시‧군까지 포함해 지급하고 있다.

순창군 관계자는 “지방은 하천이나 산을 기준으로 도나 시·군이 달라진다. 순창군의 경우 전남 곡성군, 담양군 등과 인접해 있는데 거리상 가깝다보니, 순창군에서 농업경영체로 등록된 농민 중 50여명이 관외경작자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이들은 경작지 행정구역이 전남으로, 도비로 지원되는 보조사업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라북도시군의회의장협의회는 최근 ‘관외경작자 직불금 지급제도 개선 촉구 건의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협의회는 건의문을 통해 “시‧군 경계지역에 거주하는 시‧군민이 경계를 달리하는 타 시‧군이나 타 도에 위치한 경작농지에 대해 도비 또는 군비의 재원으로 공익직불금의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지역 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각 시‧군에 따라 정책이나 예산이 다르다는 설명만으로는 농업인이 느끼는 손해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사각지대에 놓인 관외경작자가 소외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북도 관계자는 “시·군과 달리 도 경계에 있는 관외경작자가 많지는 않고, 도비로 지원하는 ‘농업환경보전 직불금’의 경우 타 도의 농지에도 지급을 해야 되는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시·군 자체 보조사업은 도비 매칭이 안 되면, 도 차원에서 지침 개정 등을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기노·구정민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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