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보성 한돈농가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애도 물결이 일고 있다. 한돈협회가 마련한 추모페이지엔 피해사례 제보와 추모글이 잇달아 달리고 있다. 
보성 한돈농가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애도 물결이 일고 있다. 한돈협회가 마련한 추모페이지엔 피해사례 제보와 추모글이 잇달아 달리고 있다. 

자타공인 ‘모범사례’ 불구 
해당 농장 악성 민원에 시달려
마을 주민·양돈업계 깊은 애도

무모한 민원·행정규제 개선 촉구

“이러면 정말 돼지 키울 사람 없습니다.”

최근 지속된 민원과 행정규제로 극단적 선택을 한 전남 보성 농민의 충격적인 소식<본보 8월 4일 자 6면 참조>을 접한 양돈 농가들이 절규하고 있다. 해당 농장이 모범사례로 불릴 정도로 양돈장을 건실히 운영해 왔기에 ‘이 농장이 문제 있다면 양돈업을 할 수 없다’는 자조 섞인 하소연도 들리며, 마을 주민들 역시 안타까워하고 있다. 
 

농식품부 장관 명의로 된 깨끗한 축산농장 지정서.
농식품부 장관 명의로 된 깨끗한 축산농장 지정서.

대한한돈협회 등 한돈업계에 따르면 해당 농장은 2021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깨끗한 축산농장’으로 지정받았다. 2021년 12월 24일부터 2026년 12월 23일까지 5년간 유지되는 이 지정서를 보면 농식품부 장관 명의로 ‘위 농장은 가축의 사양 관리, 환경오염 방지 및 주변 경관과의 조화 등 축사 내·외부 관리가 지정기준에 부합해 깨끗한 축산농장으로 지정합니다’라고 적시돼 있다.

실제 깨끗한 축산농장은 청소 상태, 악취 여부 및 분뇨 관리 상태, 악취 저감 시설 가동현황, 깔짚 관리 상태 등 농가의 축산 환경관리 전반(12개 항목)에 대한 서면·현장평가를 실시해 지정된다. 또 환경 관리 등 사후 점검을 상하반기 연 2회 실시하고, 관리가 미흡한 농가는 지정 취소되거나 컨설팅도 진행된다. 

해당 농장은 이에 앞서 2019년 8월 전남도로부터 ‘동물복지형 녹색축산농장’ 지정도 받았다. 해당 지정서엔 ‘전남도 동물복지형 녹색축산 육성조례 제 16조 1항에 따라 상기 농장을 전라남도 동물복지형 녹색축산농장으로 지정한다’고 기록돼 있으며 2019년 3월과 2018년 5월에 각각 받은 ‘무항생제 축산물’과 ‘농장 안전관리’ 인증 번호도 게재돼 있다. 

이 농가는 1999년부터 23년간 양돈업을 하며 나무 심기, 지역사회 기부 등 나눔 활동도 활발히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장 입구부터 내부 곳곳에 조경수와 다양한 꽃을 가꿨고, 농장 주변엔 냄새 저감을 위한 편백나무도 심었다. 또 돼지고기부터 현금, 쌀, 라면 등 수시로 지역사회 기부 활동도 이어왔다. 이런 내용이 언론 매체에 조명받기도 했다. 

하지만 6월 8일 한 민원 접수가 시작된 이후 사육두수 감축 지시 등을 받은 해당 농가는 결국 7월 21일 ‘민원 때문에 너무 힘들다, 가족들한테 미안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농장 뒤편 야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추모페이지엔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길 기원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민 등 평소 고인과 잘 알고 지낸 이들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추모페이지엔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길 기원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민 등 평소 고인과 잘 알고 지낸 이들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 농가의 충격적인 소식이 알려지며 한돈업계에선 애도 분위기 조성과 함께 무모한 민원과 행정규제에 대한 문제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한돈협회 홈페이지 추모페이지(https://koreapork.or.kr/sad/sadMain)엔 추모글과 유사 민원 피해 사례 제보가 이어지고 있고, 협회는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16일 추모제, 16~18일 분향소를 운영한다.

관련 소식을 접한 한 한돈업계 원로는 “고인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누구보다 착실하게 양돈장을 운영해 왔고 주변으로부터 평도 상당히 좋았다”며 “이 농장이 문제 있다면  어느 누가 마음 놓고 돼지를 키울 수 있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원로는 “돼지고기 소비는 매년 늘며 국민 주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런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농가는 각종 규제와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며 “예전엔 정부와 지자체가 우리 농가를 어느 정도는 대변하고 있다고 느꼈는데, 축산 농가 수가 계속 줄어들어 그런지 이제 우리를 규제의 대상으로만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이웃 주민도 안타까워하긴 마찬가지다. 

해당 마을이장이자 경종농가 A 씨는 “돼지 키우면서 그 정도 냄새도 어떻게 안 날 수 있느냐. 더욱이 그 농장은 시설도 잘해 놨고 지역과 어울리며 착실하게 농장을 운영해 너무나 안타깝고 이웃들도 가슴 아파한다”고 먹먹해했다.           

김경욱 기자 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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