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자가소비용 우엉 등 재배 농가
공무원에 적발 계기로 촉발
농관원, 관련 규정 개선 추진
‘판매 시점 부과’ 단서 조항 달아


최근 친환경 농가가 자가소비용 농산물을 허가받지 않고 재배했단 이유로 과태료가 부과돼 논란이 일은 가운데 정부가 이와 관련한 규정을 개선했다. 자가소비용 농산물까지 단속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과태료는 미인증 농산물을 판매하는 경우에만 부과하도록 바꾼 것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이 이번에 개선한 규정은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제62조제3항제1호와 관련한 내용이다. 해당 규정은 인증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않고 인증 내용을 변경할 경우 과태료 부과대상이라고 명시돼 있다. 

친환경 농가는 1년에 한 번씩 인증을 갱신할 때나 생산할 농산물이 변경되면 서류에 기재해야 하는데, 이를 누락하거나 다른 농산물을 심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추와 감자를 재배하겠다고 해놓고 토마토를 심으면 과태료 대상이었다. 

농관원은 여기에 '인증품목 변경 미승인 상태에서 인증품으로 판매하는 시점에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단서 조항을 새로 달았다. 이 이유로 농산물을 심어 수확할 때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되고 이 기간 동안 인증품목 변경 승인을 받을 수 있단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친환경 인증서에 기재되지 않은 품목을 농민이 심은 것을 볼 경우, 인증품목 변경 신청 절차를 거치도록 담당 공무원이 계도하도록 했다. 

김동현 농관원 인증관리과 농업사무관은 “법령 해석에 따라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등 혼선이 있어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로 해당 규정을 개선하게 됐다”며 “기존에는 인증 외 품목을 재배하고 있단 이유만으로도 단속 대상이 될 수 있었지만, 친환경 농업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해당 농산물을 판매하는 경우에만 단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한 친환경 농가가 자가소비용 농산물을 재배하다 과태료를 부과 받을 뻔 한 게 발단이 됐다. 앞서 전북의 한 친환경 농가는 인증 외 품목인 청상추 7포기와 우엉 1포기, 고수 등 11종을 자가소비용으로 재배하던 중 농관원 전북지원 장수사무소 공무원에게 단속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농관원 내부절차를 거치며 과태료 미부과로 일단락 됐지만, 친환경 농업단체에서는 당시 규정이 농업현장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개선을 요구해 왔다. 농업 특성상 작황 등에 따라 작목을 바꿀 수 있는 상황에서, 판매하지 않았음에도 재배했단 것만으로 단속하는 건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유기종자 보급 체계가 미흡해 채종과 토양의 물리력 향상을 위해 판매 목적 외의 농산물을 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정영기 한국친환경농업협회 교육국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가 현장의 상황을 반영하고 해당 규정을 개선해 다행”이라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법조항을 잘 모르는 것처럼, 농민들도 세부적인 법조항까지 일일이 다 알기엔 어려운 만큼 단속, 처벌 위주의 운영보다는 계도 중심으로 접근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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