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허가 없는 품목 식재 이유 
농가는 “팔 수도 없는 물량”
범법자 취급에 억울함 호소
농관원 내부서도 “이례적”


“친환경 인증 농가는 가족과 먹을 작물도 허락 맡고 밭에 심어야 하나요?”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가가 과태료 처분을 받을 위기에 처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친환경 유기인증을 받은 농지에 허가 받지 않고 작물을 심었단 게 이유인데, 자가 소비용 농산물에 대해서도 일일이 신고하도록 한 현 규정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 장수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 정씨 부부는 최근 과태료부과 사전통지서를 받았다. 이들에게 사전 고지된 과태료 금액은 100만원. 친환경 유기인증서에 기록된 참깨와 들깨, 늙은 호박, 무, 배추 품목 외에 다른 품목을 농지에 심었단 게 문제가 됐다. 정씨 부부가 100평(330㎡) 남짓한 밭에서 재배한 인증 외 품목은 청상추 7포기와 우엉 1포기, 고수, 근대, 아욱 등 11종.

정씨는 “농산물 1품종 당 10평도 안 되는 땅에서 재배해 어디에다 팔 수 조차 없는 물량”이라며 “가족과 함께 먹을 농산물을 재배한 것이고 일부는 내년도 농사를 위한 채종용으로 심은 것인데, 이런 것까지 단속하고 범법자 취급하는 건 지나치다”고 호소했다. 

이들 부부를 적발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 전북지원 장수사무소는 원칙대로 처리했단 입장이다.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인증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않고 인증받은 내용을 변경한 경우 1회 위반시 100만원, 2회 위반시 200만원, 3회 이상 위반시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정씨 부부를 적발한 공무원은 “물량이 많든 적든 신고하지 않고 심었단 게 문제”라며 “자가소비용이라고 하고 판매할 수 있는데다, 규정상에도 분명히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이례적’이라는 목소리가 친환경 단체는 물론 농관원 내부에서도 나온다. 유기종자 보급 체계가 미흡한 상태에서 채종과 토양의 물리력 향상을 위해 판매 목적 외의 농산물을 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유통이 가능하단 우려와 달리 오히려 인증 외 품목이므로 실제 판매까지 이어지기 어렵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농관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근무하면서 이런 사유로 적발된 걸 본 건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이례적인 사건”이라며 “그렇다보니 해당 농가의 경우에도 정말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과태료 처분은 중단된 상태이며 인증 외 품목은 말 그대로 인증서가 없어 로컬푸드로도 판매가 불가능하기에, 시중에 유통될 수 있단 것은 지나친 우려”라고 전했다. 

친환경 단체에선 이처럼 모호한 규정들로 인해 현장에서 혼선을 겪고 있는 만큼 해당 시행령을 정비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정영기 한국친환경농업협회 교육국장은 “판매 목적이 아닌 작물은 생산계획서와 인증 품목에서 제외하는 게 현장에선 일반적”이라면서 “만약 이런 것들도 단속을 한다면 심지도 않은 작목이 자연히 자라났을 경우에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으므로 해당 규정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농관원 관계자는 “현재 법률자문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 현장의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최영진 기자 choiyj@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