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군, 파렛트 출하 어려움 호소
신규시설 확충될 때까지
구리도매시장에 ‘협조’ 요청

관계자들과 2차례 회의 진행
산지와의 ‘상생책’ 마련 기대

수박 주산지에 위치한 선별 시설 모습. 팰릿 출하 의무화 방침이 주요 공영도매시장에서 시행되면서, 해당 시장에 출하하기 위해서는 산지에서 팰릿 작업을 별도로 진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수박 주산지에 위치한 선별 시설 모습. 팰릿 출하 의무화 방침이 주요 공영도매시장에서 시행되면서, 해당 시장에 출하하기 위해서는 산지에서 팰릿 작업을 별도로 진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수박 출하 시기를 앞둔 강원 양구군이 산지 파렛트(팰릿)
물류기기 중 물건을 쌓는 틀이나 대를 말하며, 지게차로 하역 작업을 할 때에 쓰인다.
파렛트(팰릿)
출하의 어려운 여건을 호소하며,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구리도매시장)에 상품성이 좋은 미선별 수박의 시장 반입을 허용해 달라고 구리시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된다. 시장 개설자인 구리시와 구리농수산물공사가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인데, 산지와 상생하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리시와 양구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7월 중순부터 수박 출하를 시작하는 양구군은 상품성이 좋은 미선별 수박을 구리도매시장에 반입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 공문을 구리시에 전달했고, 22일 양구군 관계자들(군청, 농업기술센터, 농협)이 구리시를 찾아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양구군 관계자는 “기존 사용하고 있는 선별장 규모가 작아 수박 선별에 어려움을 겪어 새로운 시설을 확충하고 있는데, 신규 시설이 가동될 때까지 팰릿 선별이 아니라 예전 방식의 바라(산물) 출하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건의를 구리시에 앞서 전달했고, 후속으로 관련 회의가 22일을 포함해 2차례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새 시설을 확충하고 정상 가동하는 데까지는 적어도 2~3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리도매시장은 시장 하역원들의 요구에 따라 파렛트 단위로 산지에서 선별하지 않은 수박은 시장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하는 방침을 2021년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해부터 전면 시행하고 있다. 팰릿 출하 의무화에 따라 선별되지 않은 수박 반입이 중단되면서 구리도매시장의 수박 거래물량은 제도 시행 이전보다 감소했다. 양구군에서 구리도매시장으로 출하하는 수박 물량도 2021년 752톤에서 2022년 592톤으로 20%가량 줄었고, 출하 비중도 2021년 36.3%에서 2022년 27.1%로 감소한 상황이다.

앞선 양구군 관계자는 “구리도매시장에 내지 못하는 물량, 즉 선별 여건이 되지 않은 농가들의 물량은 산물 출하가 가능한 도매시장으로 빠져 나갔다”며 “양구군의 경우 올해 수박 농가 숫자가 지난해 86농가보다 증가한 115농가이고, 출하 물량도 전년 대비 47% 증가할 것으로 파악돼 판로 확대가 필요한 데다 산지 물량의 선별을 기존 선별장이 소화할 수 없는 여건으로 불가피하게 구리시에 도움을 요청했고, 구리시와 구리농수산물공사 관계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수박 산지에서 선별 여건의 어려움을 이유로 도매시장에 출하 관련 협조를 요청한 사례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관심이 크다. 구리도매시장이 가락시장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수박 팰릿 거래를 의무화한 공영도매시장이라는 점, 제도 전면 시행 이후 불과 1년여밖에 되지 않은 초창기 단계라는 점, 최근 들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같은 수도권인 서울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 수박 팰릿 거래 의무화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 등이 맞물려 있어서다.

구리시와 구리농수산물공사는 해당 요청을 검토 중인 상황으로, 산지의 어려운 여건을 감안한 상생 방안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구리도매시장 내부적으로 미선별 수박 반입을 허용할 경우 팰릿 물류효율화 추진 방침에 역행하는 모습으로 외부에 비춰질까 크게 의식하는 분위기도 있다.

구리농수산물공사 관계자는 “산지 여건을 생각한다면 안타까운 부분이 있는데 구리도매시장의 자체 입장과 여건도 있는 만큼 예민한 사안이다. 현재 기조는 구리도매시장 내에서 하역원들이 선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부분이며, 양구 수박 출하 시기인 7월 중순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후속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수박 팰릿 출하 의무화 추진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 3곳이 수박 출하자 50명을 대상으로 ‘수박 팰릿 출하 추진’과 관련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눈길을 모은다. 이 결과에 따르면 ‘선별 시설의 투자 여건’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90%인 45명이 “현재 여건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으며, 강서시장의 수박 팰릿 의무화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74%인 37명이 “불필요하고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답하는 등 산지에서 물류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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