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농협경제지주가 양곡창고 현대화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총 250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사진은 지역농협의 노후화된 양곡창고의 모습.
농협경제지주가 양곡창고 현대화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총 250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사진은 지역농협의 노후화된 양곡창고의 모습.

정부·지자체 ‘창고 개보수 지원’
소병훈 의원 양곡법 개정 추진

쌀벌레 15℃ 이하 생육 못하고 
세균·곰팡이 등도 증식하지 않아

농협도 현대화에 ‘250억’ 투입
지역 양곡창고 전산화도 추진

“양곡창고 현대화는 시대가 요구하고 있어 꼭 필요한 사업입니다.”, “정부양곡을 보관하려면 저온저장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개인 부담이 벅찹니다. 예산지원도 양곡창고는 후순위로 밀려 예산지원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양곡창고를 운영하는 지역농협과 민간에서의 공통된 얘기다. 양곡창고 현대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도 양곡창고 현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화를 통해 양곡창고가 국민의 식량창고로서의 제 기능을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양곡창고 현대화 순기능 주목해야

소병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양곡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 법률안의 핵심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정부양곡 보관창고 신설과 개보수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처럼 노후화된 시설에선 안전성이 담보된 정부양곡 관리가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지역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양곡창고 가운데 30년 이상 노후화된 곳이 전체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민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정부양곡을 보관하는 민간의 창고 가운데 저온저장시설을 갖춘 창고는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렇다보니 정부양곡은 물론 일반 쌀의 품질 저하와 안전성 문제도 대두되는 실정이다. 특히 저온저장시설을 갖춰야만 학교급식 납품업체로 선정이 가능하다는 점만 봐도 저온저장시설과 같은 양곡창고 현대화는 쌀 고품질화를 위한 첫 걸음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저온저장시설을 갖춘 양곡창고를 운영하는 지역농협과 민간의 관계자들은 벼에서 냄새가 안 난다거나, 쌀맛이 좋아졌다는 양곡창고 현대화의 순기능을 말한다.

김의웅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쌀벌레(바구미)와 같은 해충은 15℃ 이하에서는 생육을 하지 않고, 일반 미생물 중 세균하고 곰팡이도 온도가 낮으면 증식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저온에서 저장을 하면 (쌀) 풍미가 좋아지거나, 안전성이 높아지는 것은 일반적인 사항으로 봐야 한다”며 “다만 벼의 냉각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볼 때 (지금처럼 높이 쌓는 방식이 아닌) 관리방법은 고민을 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협의 양곡창고 현대화는 어떻게 추진되나

농협경제지주는 올해부터 3년 동안 양곡창고 시설 현대화에 나선다. 이를 위해 농협경제지주는 총 25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농협경제지주가 양곡창고 현대화에 주목한 것은 벼의 수확 후 관리가 쌀의 고품질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통해 농협 쌀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농협경제지주의 양곡창고 현대화 대상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저온저장창고를 신축하거나 기존의 창고를 저온저장시설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약 30.3㎡(100평) 기준 최대 1억8000만원을, 200평 기준으로는 최대 3억6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3년 동안 신축 182동, 전환 327동 등 총 509동이 대상이다. 이를 통해 농협의 저온저장창고를 전체의 3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농협경제지주는 노후창고의 개보수도 지원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노후화된 양곡창고의 석면을 제거하거나 저온 양곡창고에 태양광 설비 설치를 유도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예산은 실제 개보수 부담 비용의 50% 이내인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한다. 여기에 더 이상 양곡창고로 활용이 힘들어 카페나 청년창업 등으로 용도를 전환하는 곳에도 지원한다. 이 경우에도 실제 투자금액의 50% 이내인 최대 1000만원이 지원된다.

농협경제지주는 이처럼 양곡창고 현대화와 함께 지역농협의 양곡창고 정보를 전산화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양곡창고의 재고물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탄력적인 창고 운영이 가능해 가동률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백대연 농협경제지주 양곡사업부 국장은 “양곡창고 현대화 지원이 이뤄진 것은 그만큼 지역농협의 상황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지역농협의 신청을 받은 결과 다른 분야보다 개보수에 계획 대비 신청 건수가 많다. 따라서 지역농협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신청이 많은 곳엔 예산을 확대·운영할 계획이다”며 “양곡창고 현대화의 궁극적 목표는 농협 양곡창고를 전산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양곡은 물론 일반 농산물 저온저장까지 양곡창고의 기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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