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농업·농촌을 취재하다가 보면 ‘답답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현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정책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엇박자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영농상속공제가 대표적 사례다.

최근에 만난 농업법인 대표는 “온실 투자비만 따져도 상속공제 한도는 100억원으로도 부족하다. 최근에는 스마트팜 등 시설투자 비용이 땅값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대부분인데, 상속세를 내기 위해 그동안 힘들게 일궈온 온실을 외부 자본에 팔아넘겨야 되는 상황”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정부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을 통해 올해부터 영농상속공제의 한도를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했지만, 상당수 영농조합법인은 여전히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시설투자 확대 등 규모화를 유도했는데, 정작 가업승계를 위한 영농상속공제 한도 상향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반 기업의 가업상속공제 한도는 1977년 1억원에서 올해 600억원까지 대폭 늘어난 반면, 영농상속공제는 같은 기간 2억원에서 30억원으로 오르는데 그쳤다. 영농상속공제를 별도로 구분하지 말고,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에 농업과 축산업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축산농가의 경우 유형자산 성격의 가축이 공제대상 재산에 포함되지 않다보니 영농승계에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농촌현장에서는 영농상속공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추가적인 영농상속공제 한도 상향을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후계농업경영인 선발 및 지원사업지침’을 개정해 후계농 세대당 대출한도를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늘렸지만,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이하 농신보) 우대보증 한도가 3억원에 그대로 묶여 있어 사실상 정책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청년 후계농 A씨는 후계농업경영인육성자금 대출자금 한도 차액 2억원을 추가로 신청하려고 서둘렀는데, 우대보증은 안 되고, 일반보증은 부채규모가 많고 담보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됐다. “정부 정책은 담보가 없는 후계농을 지원해주는 건데, 현실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해 답답하다”는 것이 청년 후계농 A씨의 하소연이다.

윤석열 정부가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를 기치로 내걸고, 스마트팜과 푸드테크, 그린바이오산업 등 신산업 육성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만 농업·농촌 현장에선 기대감보다는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농정당국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기노 농업부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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