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앞둔 정읍명품귀리사업단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4월 냉해로 백수현상 발생하고
등숙기 비바람에 도복 피해 등
치솟는 생산비 겹쳐 고통 가중
정부·민간 수매 ‘미흡’ 판정 땐
수매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사료용으로 전량 매입 나서야
지난 8일 전북 정읍시 옹동면에 위치한 정읍명품귀리사업단을 방문했을 때에는 밀 수확기를 앞두고 직원 대부분이 시설과 농기계 점검에 여념이 없었다. 손주호 대표(국산밀산업협회 이사장)에 따르면 올해 밀 작황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떨어지는 수준으로 국산 밀 총 수확량이 6만톤 가량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국산 밀 업계는 정부가 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재배면적을 늘린 까닭에 약 6만2000톤이 생산돼 공급 과잉을 예상했지만, 이상기후로 인해 생산량뿐만 아니라 품질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게 손 대표의 예측이다.
손 대표에 따르면 4월에 전북 익산과 부안, 전남 함평, 제주 등에서 냉해를 입어 알맹이가 없는 백수현상이 발생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이삭이 여무는 5월 등숙기에는 두 차례의 강한 비바람이 불어 일부 지역에서 도복현상과 붉은곰팡이가 발생하는 등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현장의 밀 재배 농가들은 정부나 민간 수매 시 미흡(등외품) 판정을 받아 소득을 올리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밀 수매는 양호와 보통, 그리고 미흡(등외) 등 총 세 가지 품질에 따라 결정된다. 양호는 40kg 기준 3만9000원이지만, 미흡 판정을 받으면 수매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손주호 대표는 “올 초만 하더라도 밀 과잉생산을 우려했지만, 이상기후로 인해 생산량과 품위가 평년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역마다 편차는 있지만, 이상기후 피해가 밀 재배량이 많은 전남북과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전체 생산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밀 농가의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농가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생산비의 끝없는 상승이다.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1ha당 생산비가 250만원 가량이었지만, 이제는 300만원을 훌쩍 넘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밀 재배 농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요소의 경우 20kg 기준 1만1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상승했고, 복합비료도 1만40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2배 뛰었다. 또 밀 농사 특성상 농기계를 자주 사용하는데 유류비도 코로나 이전보다 최대 40%, 인건비도 최대 50% 상승해 밀 재배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손주호 대표는 생산비가 급상승하고,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올해 정부 수매 시 미흡(등외품) 판정을 받은 물량에 대해 농가 보호 차원에서 특별매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 미흡 판정을 받은 밀이 유통시장에 풀리는 것으로 방지하기 위해 전량 사료용으로 매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생산비가 무섭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이상기후로 인해 등외품을 판정을 맞게 되면 수매가 이뤄지지 않아 농가들의 경제적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단 전국적으로 수확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정부가 등외품에 대해 사료용으로 특별매입을 한다면 밀 생산 농가뿐만 아니라 밀 산업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