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김경욱 기자] 

폭등하는 생산비, 줄어든 소득으로 축산농가가 시름하고 있다. 현재 상당수 축산농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적자를 감수하며 가축을 키우고 축산물을 생산해 출하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경영 악화 직격탄을 맞은 소규모 농가를 시작으로 축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치솟은 생산비 지난해 최대 21% 상승사료비·에너지 등 상승 ‘직격탄’

통계청이 5월 26일 발표한 ‘2022년 축산물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축산물 생산비는 2021년 대비 최소 2.2%에서 최대 21.0%까지 상승하는 등 모든 축종에서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축산물별 생산비 증가율을 살펴보면 계란이 21.0%로 가장 많이 올라갔고 이어서 비육돈(15.9%), 한우 송아지(15.7%), 우유(13.7%), 육계(9.0%), 육우(8.6%), 한우 비육우(2.2%) 순으로 나타났다.

축산물 생산비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료비다. 실제 한우 송아지 22.9%, 한우 비육우 15.3%, 육우 18.9%, 비육돈 20.6%, 계란 32.1%, 육계 11.0% 등 모든 축종의 사료비가 전년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축산물 생산비에서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축종별로 39.7%~61.4%로, 한우 비육우(39.7%)를 제외한 모든 축산물에서 사료비 비중이 50%를 훌쩍 넘는다. 그래서 사료비 상승이 축산물 생산비 증가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사료비 외에 전기요금과 기름값 등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로 수도광열비가 오른 것은 물론 영농시설비, 고용노동비, 자가노동비 등 조사 항목 대부분이 고르게 증가했다.
 

악화된 수익성 축산물 가격마저 떨어져 한우 팔수록 손해평균 부채 1억 넘겨

축산물 생산비 상승은 축산물 가격 하락 등과 맞물리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실제 한우 번식우의 마리당 순수익은 –40만9000원이다. 송아지 한 마리를 팔아도 농가가 돈을 벌기는커녕 40만원 씩 손해를 본 것이다. 수익성은 전년대비 172.6% 감소했다. 한우 비육우도 마찬가지다. 2021년 대비 335.9% 급감한 68만9000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생산비 증가와 함께 2021년(㎏당 2만1169원·등외 제외·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 대비 2022년 한우가격(1만9018원)이 10.16% 하락한 여파가 한우농가들의 소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다.

육우농가들의 타격도 심각하다. 육우는 한 마리를 출하하면 139만6000원을 손해 보는 상황에 직면했다. 2021년 대비 2022년 순수익이 무려 505.1%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우처럼 육우가격이 추락한 영향이다. 지난해 육우가격은 2021년 대비 9.17% 떨어졌다.

돼지와 산란계를 키우는 농가들도 상황이 좋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돼지의 경우 산지가격 상승으로 농가 수취가격이 2021년 39만8000원(110㎏)에서 2022년 44만1000원으로 늘었지만 사육비 증가로 비육돈 마리당 순수익은 2021년 6만8000원에서 2022년 5만7000원으로 16.6% 줄었다.

계란가격이 1796원(특란 10개)에서 1635원으로 떨어진 여파 등으로 산란계 마리당 순수익이 63.0% 급감한 7256원에 불과하고 젖소는 2021년 243만4000원(마리당 기준)에서 2022년 152만9000원으로 순수익이 감소했다. 순수익이 증가한 축종은 2021년 65원에서 2022년 260원으로 증가한 육계뿐이었다.

수익성 악화로 축산업으로 얻는 수입과 축산농가 소득 모두 줄었다. 2022년 축산 수입은 915만3000원(통계청 2022년 농가경제조사)으로 2021년 대비 15.3% 하락했다. 2017년 802만9000원 이후 2018년 1002만7000원, 2019년 1047만8000원, 2020년 1043만4000원, 2021년 1080만6000원으로, 매년 1000만원을 넘었던 축산 수입의 상승 흐름이 꺾였다. 2022년 축산농가 평균 소득은 2021년(9183만8000원) 대비 무려 31.4% 급감한  6303만2000원까지 하락했다.

농가당 평균 부채는 1억원을 돌파했다. 통계청의 2022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축산농가의 평균 부채는 2021년 9312만3000원에서 24.1% 급등한 1억1554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부채는 늘며 농가들은 더욱 막막해졌다.

중소농가들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한우 번식우를 10~29마리를 키우는 농장은 마리당 100만7000원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고 1000마리 미만의 돼지를 키우는 농장의 수익성은 마리당 2만1264원씩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49마리를 키우는 육우농장은 마리당 231만5000원 손해를 감수하며 출하하고 있고 50마리 미만으로 젖소를 키우는 낙농가의 마리당 순수익은 고작 1000원에 불과하다.
 

대책 마련 촉구 할당관세 철회·사료비 지원하고 축종별 지원 법률 제정 시급

축산업계는 정부가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축산농가가 농장 경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치솟은 생산비를 상쇄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우업계 관계자는 “생산비 증가와 소득 감소는 농장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농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소규모 농가들의 적자 폭은 폐업을 고민할 만큼 심각하다. 이들이 농촌 경제를 유지하는 구성원으로서 중요한 만큼 공익직불제 도입 등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진현 대한한돈협회 전무는 “당장 하반기 대책이 필요하다. 올해엔 할당관세 물량까지 더해지며 소비 비수기인 가을 이후 하락폭이 더 커질 우려가 크다”며 “할당관세 철회와 함께 치솟은 생산비를 충당할 수 있게 실질적으로 농가에 와 닿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 대책과 관련 조 전무는 “농가가 절실한 것은 사료구매자금 지원이다. 적어도 생산비가 작년 이상 수준인 올해에도 작년처럼 사료구매자금을 1% 이자에 3년 거치 4~5년 째 분할상환으로 개선해야 한다. 지금 같은 조건(금리 1.8%·2년 후 일시 상황)은 농가 도산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법균 건국대 교수는 “축산물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등 축산물이 국민 주식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축종별 자급률 지지 방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식량 전쟁 시대에 축산물 자급률 사수는 무엇보다 정책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한돈산업육성법 등 축종별 지원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우·김경욱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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