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치솟은 생산비와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가격대를 묵묵히 버틴 양돈 농가에 정부는 수입 돼지고기 무관세란 카드로 또 한 번의 상처를 줬다. 국내 최대 양돈 지역인 홍성 관내 양돈 농가를 이끌고 있는 김영찬 대한한돈협회 홍성지부장이 이와 관련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치솟은 생산비와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가격대를 묵묵히 버틴 양돈 농가에 정부는 수입 돼지고기 무관세란 카드로 또 한 번의 상처를 줬다. 국내 최대 양돈 지역인 홍성 관내 양돈 농가를 이끌고 있는 김영찬 대한한돈협회 홍성지부장이 이와 관련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치솟은 생산비와 낮은 가격대를 묵묵히 견디며 8대 방역시설과 구제역 백신, 가축분뇨 처리 등 정부가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돌아온 건 수입 돼지고기 무관세였습니다.”

정부의 수입 돼지고기 할당관세 발표<▶본보 6월 2일자 7면 등 참조> 이후 양돈 농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여기엔 치솟은 생산비와 이에 맞지 않는 지난 몇 개월간의 가격대를 무시한 정부에 대한 농가들의 ‘억울함’과 ‘서운함’이 서려 있다. 지난 5일 국내 최대 양돈 지역인 충남 홍성을 찾아 관내 양돈 농가를 이끌고 있는 김영찬 대한한돈협회 홍성지부장(은하제일농장 대표, 4000두 일괄사육)에게 농심을 전해 들었다. 

이날 김영찬 지부장은 만나자마자 계산기부터 꺼내들었다. 생산비와 농가 수익을 제대로 따져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 생산비 조사에 대한 문제를 먼저 지적했다. 통계청은 5월 26일 축산물생산비조사를 발표하며 2022년 비육돈 생산비를 2021년 대비 15.9%(4만7000원) 오른 34만6000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지부장은 비육돈 1마리 키우는데 통계청 발표보다 생산비가 적어도 9만원 이상 더 들어간다고 분석했다. 

김 지부장은 “돼지 비육돈 생체 기준부터 잘못됐다”며 “통계청에선 100kg을 기준으로 삼지만 출하 기준은 110~120kg으로 100kg은 등외품이자, 100kg에서 110~120kg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사료비를 비롯해 생산비가 가장 많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이 115kg 기준으로 계산한 생산비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43만원 이상이었다. 현재 750~800원(kg)인 사료비를 750원으로 잡으면 비육돈 1마리를 키우는 데 사료비가 28만원(750×3.2×115)가량 들어간다. 115kg에 출하하는 돼지를 1kg 찌우는데 3.1~3.3kg의 사료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건비, 분뇨 처리비, 전기세, 약품비 등의 생산비가 적어도 15만~16만원 추가된다. 

김영찬 지부장이 운영하는 은하제일농장은 정부로부터 깨끗한 축산농장으로 인증받는 등 현대화된 사육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
김영찬 지부장이 운영하는 은하제일농장은 정부로부터 깨끗한 축산농장으로 인증받는 등 현대화된  쾌적한 사육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김 지부장은 “사료비는 물론이고 전기세와 분뇨 처리비가 최근 2년 새 두 배 넘게 오르는 등 생산비가 치솟았다. 43만~44만원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며 “여기에 농가 부채도 상당해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지출도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치솟는 생산비를 돈가가 제대로 받쳐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돼지 도매가격이 5200원(kg, 등외제외)일 때 출하 체중 115kg에다 지육율 74%(0.74)를 곱하면 생산비와 맞는 비육돈 1마리에 44만원선의 농가 수입이 맞춰진다. 이에 감가상각비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5000원 중반대는 나와야하고, 특히 수요가 늘어나는 봄~여름철엔 6000원 전후까지 가격이 유지돼야 소비 비수기인 가을~겨울철 낮은 가격을 충당할 수 있다고 농가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돼지 도매가격(축산물품질평가원 유통정보)은 1월 4756원, 2월 4326원, 3월 4712원, 4월 5275원 등 넉 달 가까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모임, 나들이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5월 돼서야 5858원으로 반등했다. 이도 지난해 5월 도매가 6385원보다 낮은 시세로 농가 입장에선 1~4월 적자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기미를 보이는 시점에 할당관세라는 날벼락을 맞은 꼴이다. 

8대 방역시설 중 폐사체 처리기(사진)는 1년 유예됐지만 은하제일농장은 수천만원을 들여 이 시설도 설치했다.
8대 방역시설 중 폐사체 처리기(사진)는 1년 유예됐지만 은하제일농장은 수천만원을 들여 이 시설도 설치했다.

이와 관련 김 지부장은 “생산비가 치솟은 상황에 돈가는 연중 다르다. 적자에 허덕일 때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은 정부가 계절 수요에 의해 돈가가 조금 오르자 바로 할당관세를 추진해 농가들의 가축 사육 의지를 꺾었다”고 농심을 전했다. 이어 “1년 유예된 폐사체 처리기를 비롯해 3억원(2억원 자비) 들여 8대 방역시설을 설치했고, 구제역 백신도 자비로 놓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상육 피해까지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다. 몇 년에 걸쳐 현대화 시설도 구축했고, 가축분뇨처리 시스템도 가동하는 등 정부가 하라는 규제를 다 따른 우리 농가에 격려는 못할망정 정부는 무관세란 칼날을 들이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비단 이는 양돈 농가만의 문제도 아니다. 보수적으로 잡히는 통계청의 축산물생산비조사를 봐도 한우, 낙농, 가금 등 전체 축산 농가 시름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축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실질적인 축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관련 기사 8면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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