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ㅣ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논의 봇물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4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과학적 검증 방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열린 긴급좌담회.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국내 원전·방사능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한국 해역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4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과학적 검증 방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열린 긴급좌담회.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국내 원전·방사능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한국 해역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업 피해 우려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 4월 한 달 동안에만 4건의 긴급좌담회·기자회견·세미나가 개최됐다. 하지만 각 행사 참석자들의 방류 안전성에 대한 의견은 첨예하게 갈렸고, 안전성 여부를 떠나 국내 소비자들은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향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실제로 방류되면 국내 수산업계가 받을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현재 한국정부가 수산업 피해 대책으로 마련한 예산이 실효성 확보차원에서 미흡하다며 가칭 ‘후쿠시마 사고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분야 피해 대책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4월에만 4차례 좌담회·기자회견·세미나 개최전문가들 인식차 보여

4월 13일 국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과학적 검증 방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긴급좌담회가 안병길 국민의힘(부산 서구동구) 의원 주최로 열렸다. 이날 긴급좌담회에는 토론자로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과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등이 참석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더라도 우려할 것이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반면 27일 그린피스가 전경련 회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는 정반대 분석이 제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미국 국립과학원 방사선영향 자문위원을 역임한 바 있는 티머시 무쏘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생물학 교수와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전문위원이 참석했는데, 이들은 기자회견에서는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같은 날 코엑스에서는 한국수산과학회가 ‘바다환경과 수산물 안전’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김영호 부경대 교수가 ‘원전 오염수 방류와 한국해 유입 가능성’을 주제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는데,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으로 방류가 시행되더라도 곧바로 우리 바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4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전 오염수 방류 영향과 수산물 소비위축 대응방안’ 세미나 장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소비자 인식’을 주제로 발표한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일본 정부가 내놓은 정보, 우리 정부가 내놓은 정보를 모두 못믿겠다는 인식이 높았다”고 말했다.

28일에는 국회에서 안병길 의원실 주최로 다시 ‘원전 오염수 방류 영향과 수산물 소비위축 대응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소비자 인식도 조사결과’를 주제로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이 2014년부터 진행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향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안전한지 아닌지를 두고 전문가들 간 첨예한 인식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은 과학적 처리 여부를 떠나 방류가 이뤄지면 일본산·수입산은 물론 국내산 수산물 소비도 줄일 것이라는 구매의향 조사가 나왔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국회입법조사처까지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비해 추진하고 있는 대책이 부족하다며 가칭 ‘후쿠시마 사고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분야 피해 대책 특별법’ 제정을 제안하고 나섰다.


 #안전성 논란의 중심에 선 삼중수소 

안전하다 입장 2011년 방사능 물질 방출 후 현재까지 오염 문제 없어

4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과학적 검증 방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긴급좌담회에서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과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입장이 제기했다.

긴급좌담회에서는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도 처리할 수 없는 삼중수소 문제가 주로 다뤄졌다. 이날 좌담회 토론자들의 입장을 종합하면 사실상 ‘후쿠시마 원전에 남아 있는 오염수를 한꺼번에 방류하더라고 삼중수소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들이 한꺼번에 방류해도 문제가 없다고 든 이유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70~80%가량의 방사능 물질이 전혀 걸러지지 않은 채 바다 혹은 공기 중으로 방출됐지만 사고 발생 후 1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방사능 오염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ALPS로 처리한 원전 오염수에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삼중수소 량이 860TBq가량인데 이를 삼중수소수(HTO:삼중수소가 물과 결합한 형태)의 물분자 무게로 환산하면 16g가량에 불과하며, 이보다 연간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삼중수소 량이 더 많다는 것.

이에 더해 이들은 일본이 삼중수소를 방류할 때 리터당 1500Bq로 희석해 배출할 계획인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음용수에 적용하고 있는 삼중수소 농도 1만Bq보다 낮으며, 특히 1km가량의 해저방수터널을 통해 심해에 방류하면 방류지점 2~3km에서는 리터당 1Bq수준으로 농도가 낮아지며, 이는 우리나라 강물에서 볼 수 있는 삼중수소 농도 수준이라고 했다.

또 반감기에 대해서도 삼중수소는 물과 마찬가지로 몸 속에서 쉽게 배출되며 몸 속에서 HTO와 유기결합삼중수소(OBT:HTO가 유기물질과 결합한 형태) 형태를 갖는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반감기는 각각 10일·37일 정도여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특히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일본 측의 오염수 방출계획 수립 근거는 △ALPS 등을 통해서 반복처리해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배출기준으로 이하로 만들겠다 △연간 삼중수소 방출 총량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 방출관리 목표치였던 22조Bq 이하로 유지하겠다 △삼중수소 배출 기준이 리터당 6만Bq이지만 이를 40분의 1수준으로 희석해서 방출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음용수 기준에 적용되는 기준을 따른 것”이라면서 “여기에 대해서 ‘그럼 마시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삼중수소는 그대로 둔 채)정화시켜서 주면 마시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건 문제 공식적 사과나 인접국 국민·수산업계 설득 노력 없어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 “‘문제 없으니까 그냥 일본이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할 수 있느냐’ 에 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본 정부가 그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처리하면서 보인 태도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일본 측이 우리 국민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전문가들을 만났을 때는 ‘미안하다. 우리 때문에 당신들이 어렵다’ 하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지만 공개적으로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사고 직후에 한국 수산업계가 큰 피해를 봤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일본이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구나 후쿠시마현을 포함해서 8개현에 대해서 수산물 수입금지를 했다. 당시에 우리뿐만 아니고 많은 나라가 이걸 하고 있었는데 일본이 우리나라에만 딱 WTO에 제소를 했다”며 “정말 이거 괘심하다”고도 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배출과 관련해서도 백 회장은 “‘인접국 국민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 노력이 있었느냐?’ 그것도 없었다고 본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매출액의 실질적 감소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한국 수산업계에 대한 설득노력도 전무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이 이걸 자꾸 ‘과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얘기하는데”라며 일본 대사관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일본 대사관에서 저를 자꾸 만나자고 하고 얘기를 하자고 해서, ‘이거 과학적으로 한다고 하는데 역사 문제나 수출 제한이나 이런 것들은 과학적으로 하느냐?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에 대해 과학적으로 해야 우리 정부도 그걸 수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 ’는 얘기를 쭉 해왔다”며 “어쨌든 일본이 뭔가 하려면 한국 중국 등과 양자적 직접적 검증도 일본 스스로 하자고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위험하다 입장 삼중수소 베타선, 세포조직·장기 못 벗어나고 계속 피폭

그린피스가 지난 4월 27일 개최한 해외 원전·방사능 전문가 초청 기자회견 장면. 이날 기자회견에서 티머시 무쏘 사우스케롤라이나대학교 교수와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전문위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27일 그린피스 초청으로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외국 방사능 전문가 기자회견에서는 한국 원자력 전문가들과는 정반대의 입장이 개진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티머시 무쏘(Timothy Mousseau)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생물학 교수와 숀 버니(Shaun Burnie)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 전문위원이 참석했다. 

티머시 무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생물학 교수

“1950년대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삼중수소 논문 70만 건을 살펴봤고 이중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을 다룬 논문은 250건이었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한 무쏘 교수는 삼중수소에 대한 위험성을 제기했다.

그는 “삼중수소는 저에너지 방사능 물질이서 외부에서는 피부도 투과하지 못하지만 생물 체내에 들어가면 고에너지 감마선보다 두 배 이상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투과력이 강한 감마선은 순간적으로 DNA나 세포에 부딪혀 영향을 미치고 곧바로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만 투과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삼중수소 베타선은 세포조직이나 장기 내부를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내부 피폭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무쏘 교수는 또 “역사적으로 이미 여러 논문에서 삼중수소는 생물 유전자 등에 손상을 미치는 정도를 보여주는 생물학적 효과비가 세슘 감마선의 2~6배라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말했다. 삼중수소에 피폭된 실험쥐에서는 정자·난자와 생식기 손상이 관찰됐고, 유전자 고리가 단절되면서 유전인자 변이도 나타났다는 것.

그는 OBT의 반감기에 대해 “최근 여러 연구에서 OBT를 조사한 결과 OBT가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훨씬 더 길 수 있으며, 이 상태에서 생체 내에 축적되는 특성을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2022년 한 연구에서는 어류의 다양한 장기에서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반감기가 175일에 550일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심각한 문제는 삼중수소 피폭의 영향이 먹이사슬 상위 단계로 갈수록 커지고, 여러 세대를 거쳐 축적되면서 종 유전자 변형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는 한편, 자신이 직접 참여한 연구 내용을 소개하면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지역의 떠돌이 개 등을 관찰한 결과 주변의 다른 지역 개들과는 전혀 다른 유전정보가 확인됐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에도 주변 생태계에서 많은 생물들의 유전 정보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저준위의 삼중수소라도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되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의 예시도 들었다. 살충제 DDT 사례인데, 극미량의 DDT가 물고기와 설치류 등의 체내에 흡수된 뒤 먹이사슬을 통해 대머리독수리·물수리·펠리컨 같은 최상위 포식자에게 옮겨져 축적됨으로써 이들 동물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일부는 멸종위기를 맞기도 했었다는 것. 삼중수소도 마찬가지로 소량이더라도 어패류 등에 축적된 후 이를 섭취하는 인간에 축척되면서 건강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이 생물학적 영향평가를 하겠다며 진행하고 있는 수산생물 사육시험에 대해서도 그는 “ALPS로 처리한 뒤 바닷물로 희석한 오염수에서 도다리·전복·해초 3종을 키우며 생물학적 영향을 평가하는 것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폐사 여부와 발육 상태, 삼중수소 농도 등만을 살펴보고 있다”며 “이 같은 방식은 과학적 상식에 비춰 보여주기식 연구에 그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체르노빌 떠돌이 개에 대한 자신의 연구에 대해 “37년 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전에 (개의)DNA를 확보해 뒀기 때문에 원전 사고 후 떠돌이 개의 DNA와 비교할 수 있었고, 이는 방사선이 유전적 영향에 매우 높은 민감도를 보인다는 생물학적 지표로 이같은 접근 방식은 후쿠시마에서도 적용돼야 한다”면서 “생물학적 영향평가 대상을 오염수에 노출될 수백 종의 생물로 확대하고 주기적으로 유전 정보를 채취해 비교하는 한편, 초국경적이고 포괄적 수준의 생물학 영향 평가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한편, ‘ALPS를 통해 처리된 물을 마셔도 안전하다’는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무쏘 교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충분히 위험성을 설명한 것 같다”면서 “다른 방사능 핵종과 삼중수소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 전문위원

기자회견에 함께 참여한 숀 버니 수석전문위원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사고원전을 30년 내에 폐로하고 오염수 방류를 완료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허구적 주장”이라고 비판하면서 “지금도 사고 원전 부지로 지하수가 유입되고,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가 투입되면서 매일 약 100톤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원자로 3개에 남아 있는 핵연료에 있고 이 근본 오염원 제거 없이 폐로는 불가능하다. 오염수 방류도 무기한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쿠시마 원전에 남아 있는 오염수를 ‘한꺼번에 방류해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한국 원자력 전문가들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일본 정부에서도 대재앙이라고 했다”면서 “수조(저장탱크)안에 있는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것은 오염을 더 시키겠다는 것으로 이는 인재다.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는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을 모아 놓은 곳이 있고, 이곳에 원전오염수를 더 보관할 수 있다”고 했다. 

티머시 무쏘 교수는 미국 국립과학원의 방사선 영향 자문위원을 역임하고 지난 20년 동안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방사능 노출 생물의 DNA 영향을 연구하면서 130건의 논문을 발표한 과학자로, 공교롭게도 WTO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과정에서 한국 측 자문을 맡았었다.

숀 버니 수석전문위원은 30여년 경력의 원자력 및 에너지 전문가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같은 원전 사고 현장을 방문해 조사활동을 벌이는 한편, 2019년 1월 ‘도쿄전력 오염수 위기 보고서’ 발표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세계 최초로 폭로한 바 있다.


 #방류 영향은? 

바다 환경에 유의미한 영향 없을 것 한국, 후쿠시마와 물길 가장 먼 곳

김영호 부경대 교수

27일과 28일에 각각 개최된 한국수산과학회 세미나와 안병길 의원실 주최 세미나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한 김영호 부경대 교수는 “후쿠시마가 지리적으로는 주변국 중에서 한국에 가장 가깝지만 물길로 볼 때는 가장 먼 곳”이라면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일본 연안을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강하게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으로 실제 가장 먼저 방류수가 닿는 곳은 미국과 캐나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2년 독일 학자 베른(Behrens) 등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유출된 오염수가 270일만에 동해에 도달할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과 인터넷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충격을 줬고, 이 같은 내용은 현재까지도 인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호 교수는 “실제 논문에 실린 내용에서는 세슘137이 0.1Bq/㎥의 농도로 4~5년만에 북아메리카 연안에 도착하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 “또 베른의 연구에서는 강하게 형성되는 쿠로시오 해류를 제대로 재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아표수(200m 이상 수심에서 형성되는 심층수)의 흐름에 대해서도 “표층수로 편서풍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을 받아 느리지만 같은 방향으로 흐른다”면서 “과학적 평가에 기반한 대응을 통해 불필요한 국내 수산업 피해를 예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사겠다 소비자, 식품 중 ‘방사능 오염’ 가장 유해하다 인지수산물 타격

하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위험도는 달랐다.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전 오염수 방류 영향과 수산물 소비위축 대응 방안 세미나’에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소비자 인식도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2014년도부터 매년 식품방사능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조사를 실시해 오고 있는데 식품에서 가장 유해한 것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이 방사능”이라면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소식이 나오기 시작한 2020년도부터는 10명 중 8명 정도가 방사능 오염식품이 식품 중에서 가장 유해하다고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 2014년부터 온라인 방식으로 제주를 제외한 전국 20~65세 성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식품방사능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방사능이 존재한다고 인지하는 비중은 수산물에서 가장 높았고, 그 유입원으로는 후쿠시마 원전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또 수산물에서 관리기준치 이하로 방사능이 검출됐을 경우라도 수산물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2020년부터 50%대로 높아졌고, 2022년 조사를 기준으로는 소량이라도 검출되면 아예 구매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18.5%나 됐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이뤄질 경우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 및 구매도 변화에 미칠 영향에 대한 조사에서는 국내산은 87.8%가 안전인식에 악영향을 미치고, 79.8%가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산과 일본산도 각각 85.5%·77.8%, 88.9%·83.8%로 국내산보다 수입산과 일본산에 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일본산 수입산 국내산 할 것 없이 모든 수산물의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공통적이었다.

특히 방사능에 대한 정보 신뢰도는 최악이었다. 이향기 부회장은 “국민들이 왜 불안해하느냐 하면 ‘못 믿겠다’라는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가 내놓는 정보, 또 우리 정부가 내놓는 정보를 모두 못 믿겠다는 인식이 높다”고 지적했다.

2022년을 기준으로 방사능 정보 및 관리 신뢰도 조사결과 일본 정부가 내놓는 정보에 대한 신뢰도는 4.6%에 불과했으며, 한국 정부의 신뢰도도 2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규제에 대해서는 95.8%가 지속돼야 한다는 응답을, 언제까지 규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금지해야 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향기 부회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한 정부 대처 방안 우선순위 인식도 조사에서도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였다. 중국처럼 우리 정부도 강력하게 방류 철회를 요구를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것이 국민들의 인식”이라면서 “투명하고 과학적인 검증 하에 안전에 대한 소통이 이뤄지고, 일본 정부가 해양방출계획을 취소하도록 강력한 대응을 할 때 소비자는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책 충분한가 

정부 어떤 대책? ‘국민신청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게시판’ 시범운영 등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안전성 여부에 대한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방류 시 발생할 사회적·경제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원전 오염수 방류를 예정대로 올봄 혹은 여름에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원전 오염수 저장탱크가 가득 차는 시기가 내년 2월 이후로 늦춰졌다는 도쿄전력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방류를 하겠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애꿎은 국내 수산업계만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난 2013년 9월부터 현재까지 후쿠시마현 등 8개현을 대상으로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서는 방사성 물질 검사를 실시하는 등의 대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방사능 오염에 대한 대국민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한 대책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우선 방사능 안전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정보 제공을 위해 4월 24일부터 국민들이 직접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국민신청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게시판’을 신설해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또 이달 4일부터는 국내 수산물 생산자를 비롯해 유통·판매 및 음식점 종사자들이 매주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도록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 메일 발송 서비스’도 시작했다.

앞서 4월 6일부터는 해양환경정보포털 누리집(www.meis.go.kr)을 통해 해양방사능 조사 결과를 한 눈에 지도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4월 12일부터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국립수산과학원과 자자체 등의 검사기관으로 나눠져 있던 생산단계 수산물 방사능 검사결과 정보를 모아 주 2회 수품원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지난 2월 초에는 해수부가 국가해양환경측정망 구성·운영 계획을 변경해 전국 연안해역의 해양방사능 조사정점을 종전 39개소에서 45개소로 확대하고, 격월 단위로 조사하는 주요 정점도 13개소에서 22개소로 늘리기로 했다. 

분석대상 방사성핵종도 방사성스트론튬(90Sr)을 분석대상 핵종에 추가해 방사성세슘(134Cs·137Cs)·전베타·플루토늄(239+240Pu·240Pu/239Pu)·삼중수소 등 총 7개 항목을 분석하기로 하는 한편, 해양생물의 경우 패각류뿐만 아니라 어류에 대한 방사성세슘 분석도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5441건 진행한 방사능 검사 목표 건수도 올해 8000건으로 늘렸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대응 수산물 수급 및 안전관련 예산도 전년에 비해 129.3% 증가한 3693억원으로 증액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수산 피해대책 특별법 제정을”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대책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수산업을 비롯한 관련업계에 미칠 피해에 대응하는데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국회입법조사처가 가칭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분야 피해대책 특별법’ 제정 검토를 주문하고 나섰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후쿠시마 사고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따른 수산업 영향과 대응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오염수 방류는 수산물 소비 위축에 따른 어업인 피해뿐만 아니라 수산업 전후방 연관산업, 관광분야까지 영향이 확대될 수 있어 정부의 추가대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산물 유통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현행법에도 수산물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 등의 근거가 마련되어 있으나, 수산업 생산부문 뿐만 아니라 유통 가공 등 전반적인 수산업 분야에 대한 피해대책을 위해 별도의 특별법 마련을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을 위해 2023년 전년에 비해 129.3% 증액된 3693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수산물 비축 △민간수매지원 △판로확보 및 소비활성화 등에는 약 2904억원을 배정했고, 나머지는 기존 방사능 모니터링 및 원산지표시제 실시 등에 배정했다. 수산물 비축 목표도 2022년 1만3000톤에서 2023년 3만2000톤으로 확대하는데 그쳤다. 

해수부가 2014년 10월 작성한 ‘일본 방사능 유출이 국내 수산업에 미친 영향’이라는 제목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수산물을 대상으로 약 6500억원에서 1조52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었고, 연간 수산물 생산량은 약 380만톤에 이른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이미 오염수 방류가 2023년 예정된 것이 사실이고 국내 전체 수산물 생산량 규모 약 380만톤과 예상 피해 규모를 고려하면 정부의 예산 규모는 대책의 실효성 확보 측면에서 미흡하고 아쉬운 부분이라면서 특별법 제정을 통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피해대책 종합계획 수립·시행 △수산물 소비 위축에 따른 수산업 등 관련 산업 피해보전 △수산물 정부 비축 및 수매 △판매촉진 및 홍보 등을 실시하도록 하는 한편, 시급하게 관련 지원 예산 확보를 위한 근거 마련을 강조했다. 

황규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

한편, 28일 열린 ‘원전 오염수 방류 영향과 수산물 소비위축 대응 방안 세미나’에서 황규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이 방사능 안전 인증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현행 수산물인증제는 친환경인증·품질인증·양식장HACCP인증 등으로 다양하지만 방사능 안전과 관련된 인증시스템은 없는 실정”이라면서 국산 수산물 안전을 국내외 소비자에게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수산물 방사능 안전 인증 시스템’ 도입을 제안하면서, 또 해수부 소관의 법률 개정을 통해 장기적으로 방사능을 추적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연구조직 마련을 함께 제안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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