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겨울철 ‘난방비 폭탄’에 이어 올 여름에는 ‘냉방비 폭탄’이 예고되고 있다. 에너지 공기업의 누적 적자 상황을 고려해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에서 기습적으로 감산을 결정하면서 에너지 요금 인상 압박은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여당은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안을 수차례 논의한 바 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현실화에 대한 공감대는 갖고 있지만, 국민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요금 관련 민당정 간담회’에서도 에너지 요금 조정폭과 속도를 좀 더 검토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기·가스요금은 제로섬 문제가 아니다. 미래 에너지 공급 기반의 안정화와 물가 안정 및 국민 부담 최소화는 상충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취약계층 지원을 더욱 두텁게 하고, 한전과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국민들은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주는 자발적 협조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쉬운 대목은 이러한 논의과정에서 에너지 요금인상에 취약한 농어업계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정윤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농사용 전기요금은 5.5원/kWh 인상으로 인한 농어가의 추가 부담액은 연간 1133억원에 달하며, 3년에 걸쳐 3.8원씩 분할 인상이 예정돼 있다.

농어가의 경영부담 완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이날 민당정 간담회에는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 시민단체·학계 전문가 등 비농업계 인사들만 참석했다. 

한전의 농작물 저온창고 위약금 부과 개선 대책도 마찬가지다. 당초 한전은 T/F 활동을 통해 위약금 부과와 관련 업무처리 절차에 대한 재검토와 개선사항을 도출해 3월 중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주무 부처인 산업부와의 협의과정에서 관련 대책 발표가 9월 이후로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진행 중인 농사용 전기요금 개편에 대한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위약금 부과 개선대책을 함께 내놓기로 한 것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도시가스 요금할인 방식의 난방비 지원대책을, 등유와 LPG에 확대 적용한 바 있다. 애초에 등유와 LPG를 주로 사용하는 농어촌을 고려하지 못해 비판을 자초했고, 뒤늦게 이를 바로잡은 것이다. 부디 농사용 전기요금 개편 및 위약금 부과 개선 대책마련 과정에선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이기노 농업부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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