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 받기 힘든 농산물, 잘 팔아주는 게 첫 번째”

[한국농어민신문 이평진 기자] 

정부의 농업정책을 수행하는 지역단위 조직 중 지역농협은 각종 사업성과를 극대화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농산물 유통 분야에서도 농업인의 소득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며, 농촌사회의 경제 활성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농협이 오롯이 농업인을 위한 조직인가 물음에 물음표가 찍힌다. 이에 지역농협이 조합원인 농업인의 권리 보장 및 소득향상, 농민을 대변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지역농협의 시대적 책임을 수행하는 최전선에 조합장이 서 있으며, 농권운동 조직의 일원인 후계농업경영인 출신 인사 조합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당선된 후계농업경영인 조합장 당선자를 통해 지역농협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한 목소리를 들어본다. 

1호 소득작목으로 감자 발굴하고
콩이나 벼 후작으로 심어 소득 쑥
친환경농산물 전량 수매 ‘든든’

청주시 무상급식거점센터 추진
일반 농산물 유통 새바람 기대

내가 최고라는 생각 버리고 최선
때 되면 미련없이 다시 농사꾼으로

김영우 청주시 오창농협 조합장은 조합운영의 기본원칙으로 '신뢰'와 '소통'을 꼽으며, 조합원을 위한 소득작목 발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김영우 청주시 오창농협 조합장은 조합운영의 기본원칙으로 '신뢰'와 '소통'을 꼽으며, 조합원을 위한 소득작목 발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충북 청주 김영우 오창농협 조합장이 3선에 성공했다. 재선까지는 경쟁자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무투표 당선됐다. 그만큼 인정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농협 운영의 첫째로 꼽는 것은 소득작목 발굴이다. 그 1호 작목은 감자다. 현재 70호 정도가 작목반을 구성해 감자농사를 짓는다. 농민들은 생산부터 판매까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감자파종기와 수확기가 각각 두 대씩 농협에 마련돼 있다. 이들 기계는 언제든 무상으로 임대할 수 있다. 생산한 감자는 전량 농협에서 처리해준다.

경제사업장에는 감자선별기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선별한 감자는 도매시장에서 박스당 평균 2000원을 더 받는다고 한다. 균일한 선별로 품질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무투표로 3선 고지…자타공인 인정

감자를 수확한 다음에는 콩이나 벼를 심는다. 이같은 작부체계로 종전보다 높은 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콩작목반도 새로이 구성했고 마늘도 소득작목으로 육성하고 있다. 벼의 경우에는 직파기를 마련해 작년에 10ha의 면적에 직파를 했다. 직파 대상지는 주로 고령농가의 논이라고 한다.    

오창지역은 친환경농업이 발달한 곳이다. 이에 농협은 친환경농산물을 전량 수매하고 있다. 수매한 농산물은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를 통해 소화한다. 학교급식으로 농산물의 70%가 소비되고 SK그룹 식품사업부에도 공급한다. 또 ‘꺼리’라는 브랜드를 달고 꾸러미 형태로 나가기도 한다.

올해는 친환경농산물외에 일반농산물 유통에도 큰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추진하는 청주시 무상급식거점센터 마련은 김 조합장이 가장 신경 쓰는 사업이기도 하다. 거점센터를 통해 공급될 물량이 대략 340억원 정도라고 한다. 현재 청주시와 협의 중인데 올 가을 시범사업으로 진행하고, 내년부터 사업이 본격화된다고 한다. 센터가 가동되면 일반농산물 유통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민들은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기가 힘들어요. 농협의 첫째 임무가 잘 팔아주는 겁니다. 그래서 이 사업은 꼭 성공시키려 합니다.” 

현재 오창농협 경제사업 규모가 연 600억 정도라고 한다. 무상급식거점센터가 성공하면 단박에 1000억원대로 올라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후년쯤 착공을 계획하고 있는 농협타운 건립이다. 농협타운은 본점과 경제사업장을 한 곳에 모아놓는 시설이다. 새로 부지를 마련하고 건물을 신축해야 해야 해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장기적으로 조합원 편익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한다. 신축건물에는 주간보호센터를 마련해 고령 조합원들에게 점심과 저녁을 제공할 계획이다.

“조합원중 65세 이상이 80%입니다. 75세 이상이 70%를 넘어요. 이분들에게 사랑방같은 공간을 제공하자는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용사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오창읍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읍 인구가 7만5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산업단지가 확장되면서 유입인구가 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지점이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세 곳이 운영되고 있는데, 가장 적은 수신고를 보이는 가좌지점도 오창3산단이 들어서면서 거래가 늘고 있다. 과학단지 지점은 신축을 계획중이다. 현재 500평 부지에 단층건물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김 조합장은 이를 경제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7층이나 8층으로 건물을 올려 임대수익을 올리는 게 낫다고 보는 것이다.

“수익성이 불확실한 고정투자는 위험하지만, 이곳은 상권이 활발하고 주변 여건이 긍정적이어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조합운영 기본원칙은 ‘신뢰와 소통’

조합운영과 관련해서는 신뢰와 소통을 중시한다. 직원들이 조합장을 믿고 조합장은 직원들을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원들의 동호회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등산, 축구, 볼링 등 동호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화합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청주시내 농협직원들이 오창에 오고 싶다고 합니다. 단합도 잘되고 분위기가 괜찮으니까 그런 얘기가 있는 거 같습니다.”

김 조합장은 농업경영인 출신으로 나름의 소신이 있다.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그는 능력있는 사람이나 후배가 나타나면 미련없이 농사꾼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조합장 몇 번 하면 자기가 최고인 줄 알아요. 자기 아니면 아무 것도 안되는 줄 착각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욕심이 커지는 겁니다. 나만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지 않고, 조합장 자리에도 연연하지 않겠습니다." 

청주=이평진 기자 leep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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