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ㅣ배다리도가, 고급 탁주로 새로운 100년 꿈꿔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전통주가 젊은층의 인기를 등에 업고 순항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막걸리 수출 열기가 반짝 일고난 뒤 내리막길을 걷던 전통주 시장의 종사자들은 재도약 기회를 잘 이용하고 있다. 이 중 한 가지 사례가 도심 속 양조장이다. 과거에는 양조장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었지만, 이제는 양조장이 도심 속으로 들어와 술을 빚고 있다. 소비기한이 다른 술에 비해 짧다는 유통 부분의 애로사항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고, 소비자와 소통하며 제품의 평가를 직접 듣고 수정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도심 속 양조장의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전통주의 경쟁력 제고와 국산 쌀 소비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는 도심 속 양조장을 찾아 술을 빚는 철학과 계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100년의 노하우 1915년 가양주 제조로 시작2021년 ‘배다리도가’ 설립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배다리도가는 ‘경력 있는 신입’이라는 표현이 알맞은 곳이다. 2022년에 첫 제품을 출시했지만, 수상하리만큼 술을 잘 빚기 때문이다. 사실 배다리도가의 사람들은 6대(代)에 걸쳐 오랜 시간 술을 빚어 왔다. 1915년 원당 윗배다리 마을에서 가양주 제조로 시작해 1925년 능곡양조장을 설립해 본격적인 탁주 생산 나섰다. 1975년 인근 양조장들과 고양탁주합동제조장으로 통합된 이후 지금까지 배다리막걸리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5대 박상빈 씨는 고양탁주합동제조장의 공동 운영과 별개로 지난 2021년 두 아들인 6대 박재형·건형 씨와 배다리도가를 설립했다. 10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여온 가문의 술 빚는 기술과 경험 바탕으로 다음 세대에게 도전의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와지탁주’ 출시 지역화·고급화 목표로 고양서 생산한 가와지쌀 사용

박상빈 씨는 ‘지역화와 고급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탁주 개발에 나섰다. 탁주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쌀이었다. 탁주의 주재료는 쌀인데 좋은 쌀을 사용해야 술맛이 좋다는 게 박상빈 씨의 술에 대한 철학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양 지역에서 품질과 밥맛이 좋은 쌀을 찾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게 ‘가와지쌀(가와지 1호)’이다. 가와지쌀은 2017년 고양시와 경기도농업기술원이 협업해 만든 쌀로, 고양시 역사와 관련이 깊다. 1991년 일산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가와지 마을이라는 곳에서 5000여년 전 볍씨가 발견됐다, 이후 고양시가 가와지 볍씨의 역사를 계승하고 농가 수익을 향상하기 위해 가와지쌀을 개발한 것이다. 

박상빈 씨는 가와지쌀을 비롯해 4~5가지의 지역에서 생산한 쌀로 밥을 지어 평가를 진행했다. 이 결과 가장 밥맛이 좋았던 게 멥쌀과 찹쌀의 중간 찰성을 가진 가와지쌀이었다. 하지만 술을 빚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쌀알의 크기가 일반적인 쌀에 비해 작기 때문에 세척에 신중을 기해야 했고, 쌀을 불리고 고두밥을 지어 누룩과 섞는 과정도 일반 쌀을 썼을 때와는 달리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가격도 걸림돌이었다. 지역에서 생산한 일반 쌀(참드림)은 20kg 기준 4만5000~4만7000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가와지쌀은 20kg 기준 8만2000원으로 일반 쌀에 비해 80% 가격이 높았다. 이 같은 여러 제약이 있음에도 가장 좋은 맛과 향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와지쌀 사용을 고집했다. 

박 씨는 “배다리도가를 설립할 때 목표였던 지역에서 자란 가장 좋은 쌀로 고급 탁주를 빚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며 “또 가와지쌀이 술 빚는 과정이 까다롭고 가격도 비싸지만 맛과 향을 위해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박상빈 씨와 두 아들의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나온 제품이 ‘가와지탁주’다. 가와지탁주는 9.5%(450㎖, 9000원)와 7.5%(500㎖, 4500원) 두 가지 제품으로 출시됐고, 현재 고양지역 로컬푸드매장 6곳과 SNS, 고급 음식점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배다리도가의 향후 계획은 지역특산주 지정을 통한 온라인 판매로 판로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업회사법인으로 전환을 끝낸 상태로, 경기도로부터 지역특산주 지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고급 약주뿐만 아니라 대중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증류주와 탁주도 개발해 판매할 예정이다. 

박상빈 씨는 “가와지탁주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과정에서 1년에 약 3톤의 가와지쌀을 구매하고 있는데 지역의 고품질 쌀을 더 많이 사용해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가와지쌀 외에도 참드림 품종을 사용해 술을 빚어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전통주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박상빈 대표가 설명하는 가와지탁주
적당한 바디감, 담백한 육류요리에 딱

"가와지탁주는 가와지쌀과 입국, 효모, 정제수 등 기본적인 재료 외에 감미료를 넣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목 넘김이 부드럽고 혀끝에 뒷맛이 남지 않으며,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적당한 바디감이 특색입니다. 가와지탁주와 잘 어울리는 음식은 담백한 육류요리입니다. 당도나 산미 등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양념이 강하지 않은 담백한 육류와 섭취 하면 복합적인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어 보다 풍미로운 식사가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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