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주키니호박 생산 농가 대다수(96.5%)가 LMO 종자를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농가들은 주키니호박은 위험하다는 낙인 효과로 인한 소비 부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밤 국립종자원으로부터 '주키니 호박 출하 허용 확인서'를 받은 주키니호박이 가락시장에 출하돼 있는 모습이다.  고성진 기자
생산 농가 대다수(96.5%)가 LMO 종자를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생산 현장에선 주키니호박은 위험하다는 낙인 효과로 인한 소비 부진을 걱정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밤 국립종자원으로부터 '출하 허용 확인서'를 받은 주키니호박이 가락시장에 출하돼 있는 모습이다.  고성진 기자

양성 판정 모두 산지 폐기
정부 안전성 논란 진화 나서

출하중단 8일 만에 재개 불구
낙인효과로 소비 부진 ‘막막’
식자재업체 대량구매 꺼려
피해대책·보상안 마련 시급

정부가 주키니호박 농가를 전수조사하며 유전자 변형(LMO) 안전성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키니호박은 위험하다는 '낙인 효과'로 인해 농가들은 소비 부진을 우려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안전하다는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주키니호박 농가 484곳 중 467곳(96.5%)은 LMO 종자를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양성 판정을 받은 17농가는 주키니호박을 모두 산지 폐기했으며 음성으로 판명된 467곳의 농가는 출하가 이날부터 재개됐다. 출하가 중단된 지난달 26일 이후 8일만이다. 

농식품부는 소비자와 납품업체에서 해당 품종이 LMO가 아님을 알 수 있도록 향후 2주 동안 ‘주키니호박 출하 허용 확인서’를 첨부하고 상품을 유통하도록 했다. 주키니호박 출하 허용 확인서는 출하품 상자에 부착되고 송장에 별첨하거나 운송업체를 통한 대리 전달, 온라인 판매 시 제품 페이지에 게재 등 여건에 적합한 방식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이 같은 조처에도 소비자들의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중심으로 “몇 년 동안 배속에 들어간 호박은 어떡하냐”, “찝찝한데 어떻게 먹냐”는 등 주키니호박에 대한 불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찾은 송파구에 위치한 Y중화반점에서도 “짬뽕에 주키니호박이 들어가는데, 손님들이 묻곤 빼달라고 하는 등 식재료 문의가 몇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사결과 LMO 주키니호박은 3.5%에 불과하고 이 물량들은 산지 폐기했다고 밝혔지만, 이른바 ‘낙인 효과’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것이다. 

3일부터 출하가 재개된 현장에서도 소비자 불신에 따른 판매 저하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경남 진주시 농민들도 앞으로 농사를 어떻게 지을지 막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진주시는 주키니호박 주산지로, 진주금곡농협에 따르면 약 85농가가 모여있는 곳이다.

김열 금곡면 호박작목회가봉작목반 회장은 “주키니호박은 식자재업체를 중심으로 대량 판매가 이뤄지는데, 안전성 문제가 터지면서 납품업체에서 구매하질 않아 난감할 뿐이다”며 “출하 정지된 시기는 1기작 물량이 나올 때고, 이제는 5월까지 2기작 물량이 나오는 상황이라서 작목을 바꿀 수도 없는데다 공급량도 많아져서 농가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진주금곡농협에서 3~4월 추산한 일일 주키니호박 출하 물량은 4~5t. 그러나 진주시 호박작목회에서는 2기작 물량이 출하되는 이 시기엔 최대 15t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선 정부가 대응책을 서둘러 세우고 농가에 전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을 통해 생산량과 제반비용 등을 파악하고 보상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농가에 선제적으로 신호를 줘야한다는 지적이다. 

류옥현 진주금곡농협 조합장은 “출하가 정지되면서 일주일간 쌓아둔 물량이 많고, 공판장으로 물량을 보내도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등 판매가 어려워 모두 정부 대책만 기다리고 있다”며 “농가들은 소비자들이 선뜻 사먹지 않을 텐데 운송료 등의 유통 비용만 더해지는 것이 아닌지 하는 걱정이 높아지고 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정부가 주키니호박을 먹어도 된다는 홍보를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식약처는 주키니호박을 사용하는 가공식품 전수조사 결과 가찬식품의 고추잡채와 대상푸드플러스주식회사의 아이 맛있는 순한 청국장찌개만 LMO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최영진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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