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전국에서 모인 한국양봉협회소속 5000여 양봉인은 9일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꿀벌집단폐사로 붕괴 위기에 몰린 양봉산업과 양봉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전국 양봉인 생존권사수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김흥진 기자 
전국에서 모인 한국양봉협회소속 5000여 양봉인은 9일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꿀벌집단폐사로 붕괴 위기에 몰린 양봉산업과 양봉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전국 양봉인 생존권사수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김흥진 기자 

양봉농가생존권사수투쟁위
정부 대책 촉구 ‘삭발 단행’
이승호 축단협회 회장 등
농축산단체장도 한 자리에


“정부 당국자들은 꿀벌의 중요성을 망각한 채 집단폐사로 생존권을 위협 받는 양봉농가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그리고 농가들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고 있다.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 우리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올 수밖에 없었다.” (윤화현 한국양봉협회장)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는 하지 않고 명분 쌓기만 하고 있다. 꿀벌 집단폐사 원인을 농가 탓으로 돌리는 것은 피해 농가를 두 번 죽이는 행위다. 지자체 보다 형편없는 대책을 냈다. 우린 누구를 믿고 벌을 키우냐.” (박순배 양봉농가생존권사수대정부투쟁위원장)

양봉농가들에게 3월은 바쁜 시기다. 본격적인 채밀(꿀벌이 꿀을 뜨는 일)시기를 앞두고 준비 작업에 전념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9일 5000여명의 양봉농가들은 농림축산식품부 정문 앞에 집결했다. 꿀벌 집단 폐사 원인을 ‘농가 관리 부실’ 탓으로 돌린 정부(2월 20일 농식품부 양봉대책)가 원망스러웠지만 농가들은 현장 상황을 호소할 곳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거리로 나섰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윤화현 회장은 “(정부에 실질적인 양봉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애걸복걸도 해보고 생떼도 써봤다. 눈물로 호소한 적도 있다. 그런데 되돌아온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늘 양봉농가들의 생존권 사수를 위해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윤화현 회장을 비롯한 지도부 4인은 삭발로 농가들의 현실을 알아달라고 호소했고 상복을 입은 양봉인들은 꿀벌이 사라진 빈 벌통을 매고 농식품부에서 기획재정부까지 거리 행진을 펼쳤다. 이승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과 손세희 대한한돈협회장, 이은만 농축산연합회장 등 농축산단체장들도 참석해 양봉농가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들은 양봉농가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을 약속했다.

2월 발표한 정부의 양봉대책을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한 양봉농가들은 정확한 피해조사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월 발표에서 농식품부는 피해율이 8.2%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한국양봉협회가 지난해 채밀기(5~6월) 이후 조사한 피해율은 57.1%(2022년 11월 30일 기준)로 나타났다. 무려 7배 정도 차이가 난다. 윤화현 회장은 “농식품부는 정확한 원인도, 전국적인 피해상황도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면서 농가 탓만 하고 있다. 집단폐사 피해원인부터 파악하라”고 촉구했다.

양봉농가들은 정부의 정확한 피해 조사와 함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크게 다섯 가지다. 이들은 이날 △꿀벌 집단폐사 보상금 지급과 꿀벌 입식자금 지원 △꿀벌 집단폐사를 자연재해로 인정 △양봉직불금 도입과 벌꿀의무자조금 조속히 시행 △꿀벌 병해충 방제약제 관련 정부지원 예산 대폭 확대 △농림축산식품부 내 양봉전담팀 조속히 신설 등이다.

한국양봉협회는 9일 발표한 성명서와 결의문을 통해 “정부는 붕괴직전에 놓인 양봉산업을 직시하고 양봉농가 살리기에 적극적인 지자체의 대응을 본받아라”고 지적하고 “이번 피해는 이상기후에 따른 연이은 흉작, 꿀벌의 면역력 저하에 따른 질병 발생, 무분별한 농약 살포 등이 원인이다. 농가 노력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양봉농가들을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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