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농가 “납득할 수 없어” 분노

[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지난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열린 ‘전국 양봉인 총궐기대회’에서 양봉농민들이 꿀벌 피해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월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열린 ‘전국 양봉인 총궐기대회’에서 양봉농민들이 꿀벌 피해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연관성 지속적 제기되지만
관계부처 언급 회피, 책임 떠넘겨

‘속수무책’ 당한 30년 양봉농가 
“꿀벌이 벌통으로 못 돌아온 듯”
 
자연재해 인정 땐 지원액 커져
기후변화 관련성 부인 의혹도

정부가 집단 폐사하거나 사라진 꿀벌 피해의 원인으로 응애를 지목했지만, 대다수 양봉농가들은 납득할 수 없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본보 2월 28일 8면 참조) 기후변화와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피해 원인을 응애 방제 실패, 즉 양봉농가 탓으로 단정했다는 것이다. 특히 꿀벌 실종과 관련해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연관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선 관계부처가 언급을 회피하거나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월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꿀벌 피해 원인으로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응애를 지목했다. 현장조사 결과, 장기간 특정 성분의 방제제가 널리 활용되면서 내성이 생긴 응애가 사육 중인 꿀벌에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유력한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 기후변화는 이번 꿀벌 피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다수 양봉농가들은 이번 발표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양봉업계 관계자는 “응애 피해라고 하는데 벌통에 벌이 없다. 30년 경력의 양봉농가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는데 단순히 응애 내성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면서 “기후변화와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등의 영향으로 꿀벌이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했을 가능성에 대한 설명은 없고, 양봉농가의 관리부실로만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꿀벌 피해는 응애 외에도 기후변화와 농약(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살포 등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농식품부의 피해 원인 발표는 일부 현장의 조사결과만 고려했다”며 “특히 농식품부가 기후변화와의 관련성을 부인한 것은 자연재해로 인정될 경우 피해지원 규모가 늘어날 것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소나무재선충병 항공방제에 사용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와 꿀벌과의 연관 가능성에 대해선 관계부처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살충제의 위해성에 대해선 농진청에, 농진청은 항공방제에 대해선 산림청에, 산림청은 꿀벌 피해는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에 문의하라며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특히 산림청의 경우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꿀벌 위해성 논란(본보 131일자 4면 참조)이 커지자 최근 항공방제 중단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꿀벌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지난 227일 남성현 산림청장은 전문지 기자간담회에서 꿀벌 때문에 항공방제를 중단한 것은 절대 아니다. 농진청에 따르면 과학적으로 연관성이 나온 게 하나도 없다면서 다만 환경적인 문제를 제기하니 대면적 살포는 올해부터 안 하겠다는 것이고, 일부에선 유럽의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중단 사례를 말하고 있는데, 우리는 희석해서 사용하는 등 여건이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해 산림청이 ‘2022년도 산림병해충 예찰·방제 계획을 통해 항공방제와 관련, 비의도적 확산과 비표적 생물(꿀벌 등) 피해 등 생태계 교란 저감을 위해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과는 상반된 입장이다.

이처럼 산림청은 꿀벌에 안전한 농약으로 농진청이 등록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런데 유럽 등 해외에선 꿀벌에 유해하다는 연구결과가 최근까지 나오고 있고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추세다.

지난해 산림청 국정감사에서 항공방제와 꿀벌 피해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항공방제로 무분별하게 살포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꿀벌 집단 폐사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윤미향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5년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뿌려진 면적은 서울면적의 62%에 달한다. 산림청은 꿀벌이 활동하는 시기에 항공방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잔류농약의 위험성도 제기되는 만큼 정확한 원인파악을 위해 항공방제 살포지에 대한 역학조사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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