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농업의 첫걸음, 가족경영협약
<3> 전문가 제언ㅣ김경미 농진청 인삼특작부장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김경미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장은 가족경영협약을 농가경영개선 성과로 인정하고, 각종 정책자금 신청 시 가점 부여는 물론 준법인 농가기업으로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가족경영협정’ 제도
농가경영개선 성과로 인정
지난해 기준 5만 9515호 가입

협약농가 492곳에 그친 우리
정책자금 신청 시 가점 부여 등
법적근거 마련 통해 확대 필요

"가족경영협약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은 간단해요. 협약을 통해 농가경영개선에 효과가 있었다면, 이를 경영개선 성과로 인정해주고 체결농가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어야 합니다.” 

지난달 22일 충북 음성군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만난 김경미 인삼특작부장은 가족경영협약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워했다. 농가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2000년대 초 일본의 가족경영협정을 국내 농가 현실에 맞게 도입하고자 노력해 온 연구자다.

일본에서 농가경영체 체질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가족경영협정’ 제도는 독일의 ‘농지양도계약법’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앞서 일본에서는 1960년대부터 영농기반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자녀에게 땅을 상속하자는 자율적인 민간운동이 있었고, 이후 1980년대 부모와 자식 간의 협정인 ‘부자 협약’을 시작으로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부모와 자식 간의 협정은 부부간의 협정으로 확대됐다.

일본의 가족경영협정이 국내에 소개된 2000년대 초반, 김경미 부장은 국내 실정에 맞는 한국형 가족경영협약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 수많은 농가를 찾아다니며 사례를 조사했다.

김 부장은 “일본의 가족경영협정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가장 우려됐던 점은 교육 기간이었다. 일본의 협약교육은 최소 6개월에서 1년 6개월이 걸리는데, 국내 여건상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국내 농가 사례조사를 하면서 국내 여성농업인이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교육 의지나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았고, 1박 2일간의 교육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면서 “실제 1박 2일의 가족경영협약 교육만으로도 경영개선과 농장승계 등 높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의 가족경영협정 농가수는 1996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22년 기준 5만 9515호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주업농가의 29% 수준으로 처음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반면 국내 가족경영협약 농가수는 지난해 기준 492농가에 그쳤다. 농가 내 가족구성원의 역할과 책임, 보수와 노동시간을 명확히 문서로 만드는 협약의 기능은 동일한데도 체결 농가수의 규모가 차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경미 부장은 가족경영협약으로 인정되는 보장 내용과 혜택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으로 봤다.

우선 일본에선 가족경영협약을 체결해 경영에 참여하는 여성농업인에게 국민연금 외에도 농업인연금 혜택이 주어져 이중 보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인정농업인제도가 적용돼 여성농업인이나 후계자도 인정농업인이 될 수 있으며, 가족경영협약을 통해 농지소유는 물론 농지가 없는 여성도 농업법인 등록 시 경영진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김경미 부장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가족경영협정은 농가경영개선 성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인정농업인제도, 농업인연금, 농업개량자금 제도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며 “가족경영협약을 통한 농지소유는 물론 공동명의·증여·상속의 경우 거주용 자산 특례도 적용받을 수 있으며, 구성원 출산·육아 시 지원금과 휴업제도, 각종 농업관련 시상에서도 부부 명의 수상 등 사회적 활동에서도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본에서 지난 2021년 이 같은 여성의 농업경영 참여로 인한 농가 변화 중 여성이 경영주 또는 주요 관리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 경상이익 증가율이 126.6%로 여성이 관여하지 않는 경우(55.2%)보다 경상이익 증가율이 71.4%P나 증가했다는 유의미한 연구 결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가족경영협약 활성화를 통해 경영개선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일본의 사례처럼 가족경영협약을 경영개선사업의 성과로 인정해주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김 부장의 생각이다. 김경미 부장은 “가족경영협약의 첫 번째 과정이 생활자금과 농업자금의 회계분리이다. 이를 토대로 농업경영의 수익과 지출을 분석하고 경영개선 목표를 세운다”면서 “농산물 생산 증식이나 품질 제고를 위한 시설 개선만이 경영개선사업이 아니라 실제 농가에서 가족경영협약으로 경영이 개선됐다면 이를 경영개선성과로 인정해주고 각종 정책자금 신청 시 가점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김 부장은 가족경영협약 체결 농가를 준법인 농가기업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단기간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반 농가가 농업법인으로 발전하기 전 중간단계로 가족경영협약을 체결한 농가를 준법인 농가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는 “현장에서 농가 상담을 해보면 가족끼리 잘 운영되고 있는 농장일지라도 갑작스럽게 농업법인으로 등록하라고 하면 부담을 느끼는 농가들이 많다”면서 “농업법인화 전에 가족경영협약부터 밟아나가며 준법인 농가기업으로 인정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농업법인화로 발전하는 데 훨씬 더 수월할 것이다”고 전했다.

또한 가족경영협약의 법적 근거를 기존 ‘여성농어업인 육성법’에만 명시하는 것이 아닌 ‘농어업경영체 육성법’, ‘청년농업인육성법’ 등에도 포함해야 한다고 그는 제안했다. 김 부장은 “현재 가족경영협약은 여성농어업인 육성법을 근거로 조례 개정을 통해 지자체에서 단서 조항으로 지원하는 방법이 유일하다”면서 “가족경영협약 제도를 여성농어업인만의 과제로 해결해 가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족경영협약을 경영체 경영개선을 위한 정책으로 확대,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면 일본처럼 폭넓은 혜택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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