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농업의 첫걸음, 가족경영협약
<1> 추진 현황 및 실태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지난해 4월 충남 보령시에서 ‘가족경영협약 농가교육’을 실시, 부부, 부모·자녀 등 열여섯 농가가 참여해 농촌지역의 양성평등 실현과 여성농업인의 농업경영 활성화 기반을 다지기 위해 모였다. 충남농업기술원 제공.
지난해 4월 충남 보령시에서 ‘가족경영협약 농가교육’을 실시, 부부, 부모·자녀 등 열여섯 농가가 참여해 농촌지역의 양성평등 실현과 여성농업인의 농업경영 활성화 기반을 다지기 위해 모였다. 충남농업기술원 제공.

국내 농가 대부분은 부부끼리 혹은 자녀들과 함께 농사를 짓는 가족농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일까. 농사지으면서 가족과 다투는 모습도 일상으로 여겨진다. 농업과 생활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빚어지는 갈등부터 농업경영 방식이나 역할, 노동 시간과 보수 등이 만족스럽지 못한 불만까지. 특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농을 펼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후계농업인의 경우 부모 세대와 의견 차이로 인한 난상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가족이 함께 즐겁게 농사짓고, 경영 체질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족경영협약’이 그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대화와 합의’를 바탕으로 경영 성과를 나누고 책임도 공유하는 가족경영협약은 경영주뿐 아니라 배우자나 후계자도 농업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지속가능한 영농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여성농업인의 지위 향상의 일환으로 시작했지만, 최근 후계·청년농업인 확대를 위한 해결책으로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가족경영협약의 추진 현황과 실태를 살펴보고, 현장 농가 반응, 협약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제언 등을 알아본다.

▲가족경영협약 추진 현황

농업 생산 역할 큰 여성농업인
농지소유·보수 미지급 등 문제
‘가족경영협약’ 도입 통해 개선 
지난해까지 총 492 농가 체결

후계·청년농업인 확대 위한
해결책으로도 최근 주목
연간 4~5차례 농가교육 진행

가족경영협약은 여성농업인이 농업 생산과 경영에 참여해도 농지소유나 노동에 대한 보수를 받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제도다. 이후 농업에 종사하지만, 농업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권이나 재산을 갖기 어려운 배우자나 후계·청년농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가족농의 경영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발전됐다.

가족경영협약은 일본의 ‘가족경영협정’을 모델로 2002년 국내 처음 도입됐으며, 2004년 대전시 생활개선회 소속 22농가를 대상으로 처음 추진됐다. 이후 2006년 제2차 여성농업인육성정책에 가족경영협약 내용이 포함되면서 한국생활개선중앙회를 중심으로 체결 농가 수가 증가했고, 지난해 기준 총 492 농가가 가족경영협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가족경영협약 작성을 위한 농가교육은 농촌진흥청·한국생활개선중앙회 주관으로 4~11월 연간 4~5차례 이뤄지고 있으며, 협약 유형은 가족 관계에 따라 △부부 모델 △부부-자녀 모델 △부부-자녀부부 모델 △부모-자녀 경영이양 모델 등 4가지다.

가족경영협약 전문 강사가 직접 농가 교육을 진행하며, 농가 구성원들이 가족 간 대화를 통해 협약 내용을 논의하고 시안을 작성하는 참여형 교육이기 때문에 참여 농가 수는 보통 열여섯 농가를 넘지 않는다. 전문 강사의 교육이 끝나면 참가자들은 충분한 협의를 통해 가족경영협약을 작성하게 되며, 협약서를 작성한 이후라도 수정 사항이 있거나 후계자의 농촌 취업이나 결혼, 경영주의 경영이양 등을 통해 경영참여 구성원이 바뀌었다면 협약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

충남 청양군의 이은경·박덕윤 부부는 지난 2021년 4월 가족경영협약을 체결한 이후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 이 씨는 “협약 체결 이후 농사지으면서 중요한 내용들을 남편과 상의를 통해 결정하게 됐고, 일상생활은 물론 농사일을 할때에도 가족 간 대화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업경영을 논의하면서 더 이상 ‘보조자’라는 역할이 아닌 농업인이라는 자긍심과 책임감이 생겼고, 성과도 함께 나누게 돼 일할 의욕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무엇을 협약하나

농업활동 역할분담 명확히 하고
이익분배·농업승계 등도 정해
평등한 농업경영 실현 도움

가족경영협약은 단지 가족노동에 대한 금전적 보상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농사에 실제로 참여하는 가족 구성원이 동등하게 농업 경영에 참여하고, 성과도 함께 공유하도록 농업활동에서 역할분담을 명확히 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가족 단위의 농장을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농업경영 방침과 계획을 수립하고, 역할 분담과 이익 분배, 농업 승계와 농사 외 생활 규칙까지 가족 간 합의를 통해 정하고 실천하도록 문서로 만들어 서류화한다. 여기에는 농사일과 가사 분담, 가족 내 양성평등, 노동에 따른 보수와 휴가 및 여가 시간까지 모두 포함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족경영협약을 체결한 농가의 경우 농업경영에서 여성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고, 결과적으로 농가 여성의 경영 참여도 높게 나타났다.

정용선 가족경영협약교육 전문 강사는 “가족경영협약을 통해 농사짓는 가족 모두가 주체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의욕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평등한 농업경영 실현으로 가족단위 농장 경영을 합리화하고, 여성농업인이 영농보조자 역할을 넘어 농업경영의 주체가 되는 등 여성농업인의 직업적 지위가 향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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