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불참 속 본회의 부의

[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지난 1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의 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무기명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여당 의원들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1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의 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무기명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여당 의원들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24일 처리-대통령 거부권”
여야 첨예 대립 불구
타협 가능성은 열어 둬
절충안 마련 여부에 귀추

쌀 시장격리 의무화와 논타작물재배지원 근거 등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가 결정됐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이르면 2월말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상정·처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여당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맞서고 있기 때문에, 여야가 절충안을 마련해 극적으로 타협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국회는 지난 1월 30일 본회의를 열고 무기명 투표를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의 건’을 가결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진행된 무기명 투표에서, 재석의원 165명 중 157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나머지 8명 중 6명은 반대, 2명은 기권했다. 

이날 무기명 투표는 지난해 12월 28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 건이 의결된 이후, 교섭단체 대표 의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회법에 따라 한 달여 만에 진행된 것이다.

표결 전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본회의 부의 요구 이유에 대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쌀값이 45년 만에 최대치로 폭락했는데도 불구하고 재정당국이 쌀값 안정을 위한 시장격리를 주저하며 쌀값 폭락을 장기간 방치해 왔기 때문”이라며 “농가들은 쌀값이 폭락했을 때 재정 당국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시장격리 시기를 놓치지 않고 쌀을 자동으로 시장격리할 수 있도록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달라고 요구해 왔으며 이 법안에 대해선 국민 66.5%가 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최춘식, 안병길 의원과 민주당 이원택, 윤준병 의원이 토론을 신청해 설전을 벌였다. 최춘식 의원은 “쌀 소비가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쌀 과잉생산 구조를 고착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2030년까지 연평균 20만1000톤 규모로 추정되는 쌀 초과 생산량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43만2000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농식품부는 오는 2030년에 쌀 격리에만 국민 세금 1조4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원택 의원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내용은 무조건 정부가 매입하는 것도 아니고, 무제한 수매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작년 말까지 18년 동안 정부의 쌀 시장격리는 총 10회가 있었다”면서 “쌀소비 감소 등으로 인한 쌀 공급과잉 문제 역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담겨있는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 안건’에 대한 무기명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와 신정훈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 안건’에 대한 무기명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와 신정훈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은 오는 2월 24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며 맞서고 있지만, 한편에선 여야 모두 타협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이 있다면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31일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부 여당이 대통령 거부권 운운하면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 타협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본회의 처리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 여당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대안을 제시한다면 다음 본회의가 예정된 2월24일 전까지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무기명 표결 직후 “오늘 본회의에 부의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선 쌀시장 가격 안정과 식량 안보차원에서 찬성하는 의견과 재정부담 및 장기적인 쌀값 하락 우려로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면서 “이러한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농해수위를 중심으로 무엇이 농민들을 위하는 것인지 심사숙고해 여야가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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