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청년농부 이명찬 씨

[한국농어민신문 이정석 기자] 

토끼띠 농업인을 만나다

1월 1일. 새해 첫 아침이 돌아오는 일은 매년 반복되지만, 자신의 해를 맞는 이들은 새해가 조금 더 특별하다. 토끼띠 계묘년 새해에도 특별한 마음으로 2023년을 기다리는 토끼띠들이 있다. 지혜롭고 꾀가 많다고 알려진 토끼는 ‘풍요’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동물의 특성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소규모 목장형 유가공공장으로 6차 산업에 도전장을 내민 1987년생 토끼띠 김선미 씨와 콩 농사에서 딸기 농사로 과감하게 작목을 전환한 1999년생 토끼띠 이영찬 씨는 지혜롭고 부지런한 토끼를 닮아있다. 농촌을 누비며 새로운 활력을 북돋아 주고 있는 두 청년을 만나 새해 소망을 들어본다.

① 천안 여성농업인 김선미 씨 ‘유가공 전문가’ 변신…경영난 목장 구원투수로
군산 청년농부 이명찬 씨 “아버지 보며 꿈 키운 청년…딸기재배에 패기 담는다”

 

2022년 마지막 주 첫날이자 함박눈이 쏟아지던 12월 26일, 전북 군산시 열대자마을에서 청년 농부 이명찬 씨를 만났다.
2022년 마지막 주 첫날이자 함박눈이 쏟아지던 12월 26일, 전북 군산시 열대자마을에서 청년 농부 이명찬 씨를 만났다.

벼농사에 열정이던 아버지 보며
자연스레 농민의 꿈 키워와

작황 악화에 판매 부진했지만
좌절 없이 품목 전환 도전장
딸기 재배기술 습득에 동분서주
언젠가 이룰 대농의 꿈 위해 정진

“농사 2년 차이자 저의 해이기도 한 계묘년 새해, 토끼처럼 열심히 뛰며 농사일을 배워, 언젠가는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재배 기술도 알려드리려 합니다.”

2022년 마지막 주 첫날이자 함박눈이 쏟아지던 12월 26일, 전북 군산시 열대자마을에서 한 청년 농부를 만났다. 군산 ‘열대자마을’은 촌락과 촌락을 연결하는 농로의 폭이 열댓 자가 된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간척해 만든 땅에 일본인들을 이주시켜 만들어진 아픔의 역사를 간직한 마을이지만 해방 후 지역 주민들이 새롭게 땅을 개간해 쌀을 비롯한 주요 작물 주산지가 된 마을이기도 하다.
 
이런 아픔과 희망을 동시에 지닌 열대자 마을에서 만난 청년 농부는 1999년생 토끼띠 이명찬 씨다. 2022년 처음 자신의 땅에 농사를 시작한 새내기 농부인 그는 지난해 초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한 뒤 곧장 농사에 뛰어들었다. 중학생 때 꿈꿨던 건축가의 길을 다시금 걸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벼농사를 도와드리며 함께 벼 재배농법 신기술을 실험하던 것이 기억에 남았던 데다 누구보다 농업에 열정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그를 농업인의 길로 이끌었다.
 
그는 “아버지는 귀농하신 분이라 비교적 늦은 나이에 벼농사를 시작했다 보니 벼 재배 기술을 배우는 것에 누구보다 열성이셨다”며 “아버지께서 전북 농업마이스터대학에서 배워온 신기술을 함께 논에 실험해 보고 또 이를 이웃 어르신들에게 전해주는 모습을 보며 저도 농부에 대한 꿈을 키운 것 같다”고 밝혔다.
 

이명찬 씨가 올해 한국농어촌공사가 진행 중인 공공 비축임대사업을 통해 저렴하게 임대받은 논에서 생산한 콩이다.
이명찬 씨가 올해 한국농어촌공사가 진행 중인 공공 비축임대사업을 통해 저렴하게 임대받은 논에서 생산한 콩이다.

이명찬 씨는 올해 한국농어촌공사가 진행 중인 공공 비축임대사업을 통해 저렴하게 임대받은 논에 타작물인 콩을 심었다. 자연재해로 작황이 좋지 않은데다 판매처를 찾지 못해 고민이 많았지만 스스로 지은 첫 농사라는 데 의미가 있고 판로도 계속해서 찾을 계획이다.

그는 “이전에는 아버지를 도와드리는 수준이었다가 작년부터 처음으로 혼자 콩 농사를 지어봤는데, 태풍과 가뭄으로 작황이 안 좋았고 판매도 부진했다”며 “콩을 많이 팔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판로를 찾는 것도 농부의 책무 중 하나라고 생각해 올해부턴 판로도 부지런히 찾아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사는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는 노력의 산물”이라며 “아직 내 땅은 없지만, 많은 땅을 가진 대농을 목표로 농사 선배들께 많이 배우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명찬 씨는 올해 전북농식품인력개발원의 도움을 받아 계속해서 농업 기술을 배우려는 목표를 세웠다. 청년농업 ceo 양성프로그램에 참여해 딸기 재배 기술을 배우고 드론 자격증도 딸 생각이다.

그는 “마을에 딸기 농사를 크게 하시는 분을 자주 찾아가 물어보고 스스로 고민도 많이 해본 결과 내년부터 딸기 농사를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내년 청년농업 ceo 양성프로그램으로 딸기 재배 기술을 배우는 것을 시작으로 조금씩 땅을 늘려나가며 딸기를 재배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최근 드론 자격증 준비를 시작했다”며 “새해에는 꼭 드론 자격증을 따 농사에도 활용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게으른 토끼가 아닌, 우리 전래동화 속 성실하게 방아 찧는 토끼처럼 새해 열심히 뛰고 배우겠다는 이영찬 씨. 단지 배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기술을 익혀 이웃 어르신들에게 알리며 소통하겠다는 게 이 씨의 작으면서도 큰 앞으로의 소망이기도 하다.

그는 “처음에는 어리기도 하고 마을 어르신들의 농사 수준을 잘 따라가지 못해 소통이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새로운 농사법을 배워와 논에서 조금씩 시도해본 것을 마을 어르신들께 전해드리며 신뢰를 쌓았고, 이후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것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새해 토끼의 해인데 이솝우화에 나오는 토끼처럼 자만하지 않고, 우리 전래동화에 나오는 열심히 방아 찧는 산토끼같이 이곳저곳 열심히 뛰어다니며 새내기 농부답게 항상 배우는 자세로 노력하겠다. 다양한 신기술을 배워 이를 어르신들에게 전해드리며 함께 소통해 신바람 나면서도 정겨운 열대자마을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정석 기자 lee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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