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민주당 단독 처리, 본회의 직행
여당 반발…정 장관 유감 표명
2월 경 본회의 통과 가능성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전망도

2023년 새해 벽두부터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합의 없이 국회 본회의 직행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소병훈)는 지난 12월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표결 처리했다. 여당은 ‘날치기’라며 강하게 항의했지만, 야당은 표결 처리를 강행했다.
 

이날 농해수위 재적의원 19명 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11명)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찬성표를 던져 본회의 상정이 결정됐다. 국민의힘 의원 전원(7명)은 기권했다.

현행 국회법(제86조 3항)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가 60일 이내 법안을 심의하지 않으면, 해당 상임위 소속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지난 10월 법사위에 회부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70일 넘게 심사가 완료되지 않아 이 요건을 충족했다.

본회의에 직회부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30일의 숙려기간을 거친 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상정여부에 대한 무기명 투표가 진행된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2월경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여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표결 처리되자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 농해수위 위원 일동은 성명서를 통해 “민주당이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 심지어 농민단체들까지 그 부작용을 수차례 지적해 왔다. 이러한 우려가 왜 민주당 의원들의 귀에만 들리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명백한 다수의석의 횡포이자 국회역사상 유래가 없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위원들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향후 쌀 과잉 생산구조를 고착화시켜 재정부담을 증가시키고, 미래농업에 대한 투자재원을 잠식할 뿐 아니라 타작물과 형평성 문제로 갈등을 야기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민주당이 진정으로 농민과 농촌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지금이라도 농업파탄법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일방적인 추진을 즉시 중단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쌀 시장의 구조적 해법을 마련하는 정책 수립에 적극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표결 처리 직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반면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위원 일동은 기자회견을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합의 처리를 정부여당에 호소했다.

민주당 위원들은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국회 농해수위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심의·처리하고 법사위에 회부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부여당은 이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시켜 고의적으로 처리를 지연시키고, 논타작물 재배지원사업 등 쌀 생산 조정에 매진하면 연간 1000억원이면 막을 수 있는 것을 ‘매년 1조원의 국민 혈세를 투입해야 한다’, ‘포퓰리즘 법안이다’라고 여론을 호도하면서 농민들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해 왔다”면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재정당국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쌀 생산량 조정에 나서게 되고 정부의 재정지출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즉, 최소의 국가재정으로 쌀값을 안정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위원들은 “불가피하게 쌀값이 폭락하게 될 경우, 정부가 자의적인 판단으로 쌀 시장격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쌀 시장격리를 추진해 쌀값이 과도하게 폭락하는 것을 막아 농가소득을 보장하고, 농민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정부여당은 정치공세, 흑색선전을 중단하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합의 처리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전체회의에선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안(대안)’과 ‘농어업고용인력 지원 특별법안’이 함께 처리됐고,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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