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한전 kWh당 19.3원 인상
농어민 부담액 4000억 추정

농사용 36%-산업용 15.5%
인상률 ‘형평성 논란’ 속
관계부처와 협의 절차도 없어
지원책·인상절차 개선 시급

농사용 전기요금 ‘폭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막대한 적자를 안고 있는 한국전력이 ‘연료비 연동제’를 근거로 올해 kWh(킬로와트시)당 19.3원의 요금을 인상했고, 이로 인해 농어민들의 추가 부담액만 4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농사용 전기요금에 지나치게 높은 인상률이 적용되면서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지만,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전은 지난 4월 4.9원, 10월 7.4원 등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전력량 요금을 kWh당 12.3원 인상했다. 여기에 기후환경요금 2원 인상, 연료비 조정요금 신설(5원) 등을 종합하면 총 19.3원이 오른 셈이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제주 서귀포시) 의원에 따르면, 2021년 농사용 전기요금(갑·을)은 총 9467억원이며, 동일한 사용량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내년도 요금은 3976억원(42%)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한전이 전력사용 용도와 관계없이 전력량 요금을 동일하게 인상하면서, 농어민들의 전기요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농사용 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사용(을)은 지난 1월 34.2원에서 46.5원으로 36% 인상됐다. 반면 같은 기간 산업용(갑)Ⅱ는 79.5원에서 91.8원으로 15.5% 인상에 그쳤다.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지난 10월 25일 ‘제주수산업단체 전기요금인상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윤수)’가 출범하는 등 농사용(을) 전기 사용량이 많은 양식업계가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윤수 위원장은 “농사용(을) 전기요금이 산업용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준의 인상률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업종별 형평성을 무시한 처사”라면서 “광어양식업계 입장에선 총 생산비의 약 20%를 차지하는 전기요금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올랐다”고 호소했다. 덧붙여 이 위원장은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수조 면적 1500평 기준 전기요금 인상으로 매달 500만원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천연가스, 유연탄 등 국제 연료비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반기에만 14조원의 적자가 발생했음에도 인상요인 중 일부만 요금에 반영했다”면서 “농사용 전기요금의 인상률이 높아 보이는 건 정책적으로 굉장히 낮은 수준의 요금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여전히 농사용 전기요금 평균단가는 산업용의 50% 수준”이라고 밝혔다.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농식품부와 해수부 등 관계부처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지원방안 마련과 함께 전기요금 인상 절차에 대한 개선이 함께 요구된다.

위성곤 의원은 “한전이 농사용 전기요금을 크게 인상해 농어가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졌고, 이 과정에서 손 놓고 있었던 농식품부와 해수부에도 잘못이 있다”면서 “지원책을 마련해 농어가의 전기료 인상부담을 완화해야 하며, 전기요금 인상이 일방적으로 이뤄지지 않도록 농식품부와 해수부 등 관계부처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 이사회 의결 후 산자부에서 인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산자부와 기재부가 협의하지만, 다른 부처의 의견을 따로 묻진 않는다”면서 “전기요금 체계가 복잡하다보니 정확히 말하긴 곤란하지만, 대체로 연초 대비 40% 정도 농사용(을) 요금이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예산 지원과 관련해선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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