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목재 부족이 심각하다. 원목을 구하지 못한 합판보드업계와 미이용 바이오매스를 주로 사용하는 펠릿업계 모두 공장가동 중단을 걱정하고 있을 정도다.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목재는 가구와 건축자재 등 친환경 재료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목재펠릿 등 재생에너지로도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그에 반해 목재 공급은 벌채(나무수확)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국제 목재 가격이 크게 올랐고, 국내산 가격도 덩달아 급등하고 있다. 합판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산 침엽수 가격은 불과 1년여 만에 톤당 7만2000원에서 9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더 큰 문제는 목재가격 상승이 산주와 임업인들의 소득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임업계 관계자는 “산에 있는 나무의 수량을 정확히 알 수 없고, 생산비도 얼마가 들어가는지 모르다보니 원목생산업자가 제시하는 가격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지금 나무가 부족한 게 아니다. 나무가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유통구조부터 투명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임목축적대비 소비량은 2008년 4.1%에서 지난해 2.7%로 오히려 하락했다. 산림자원을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목재자급률도 15.9%로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실현 등 목재 사용은 향후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이미 목재 이용 확대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2022년부터 정부 건물 신축 시 목재 50% 의무사용 규정을 추진 중이고, 네덜란드는 2025년부터 신축되는 모든 건물에 20% 이상 목재 혹은 기타 바이오기반 재료를 의무화했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브리티쉬 콜롬비아대 기숙사(18층/53m)를 목조로 지었는데, 탄소저장량 1750톤, 이산화탄소 감축 2432톤, 차량 미운행(511대/1년) 등의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목재는 탄소를 저장하는 ‘통조림’으로 불린다. 저장한 탄소를 쉽게 대기 중으로 토해내지 않기 때문에 가구나 건축자재 등으로 오랜 기간 사용하면 그만큼 탄소가 방출되는 걸 막을 수 있다. 폭 10.5cm, 길이 3m의 목재 기둥에 고정돼 있는 탄소량은 약 6kg으로, 이는 살아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1년 반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양이다. 목재를 많이 쓰면 쓸수록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목재자급률을 적극적으로 높여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목재의 유통구조 개선이 시급히 요구된다. 산주와 임업인의 소득이 안정적으로 보장될 때 목재자급률 향상도, 나아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기노 농정팀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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