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제도 개편 큰 틀서 합의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일 서울 양재동 소재 aT센터에서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 주재로 생산자·수요자·소비자 등이 참여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일 서울 양재동 소재 aT센터에서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 주재로 생산자·수요자·소비자 등이 참여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물량
음용유 195만+가공유 10만 톤
1차안보다 다소 진전됐지만
사실상 정부안 고스란히 

생산비·원유 수급 상황 반영
원유가격 결정방식 개편
낙진회 의사결정 구조도 변경
이사진에 소비자·학계 포함

▶ 세부계획서 마찰음 우려
원유가격 인상 폭·적용방식 등
생산자-유업체간 입장차 여전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서
서울우유 제외돼 실효 의문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일 개최한 낙농제도 개편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생산자·수요자·소비자 등이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안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 원유가격 인상 등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하지만 원유가격 인상 폭과 적용방식 등에서 생산자·유업체 간 입장차가 적지 않고 서울우유가 빠진 채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시행하는 것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향후 낙농제도 개편을 위한 세부실행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마찰음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대립하던 생산자단체, 협상으로 입장 선회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던 한국낙농육우협회와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 등 생산자단체가 낙농제도 개편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에 협조할 것이라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안이 순풍을 탔다.

실제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회장 맹광렬)는 1일 보도자료에서 “농식품부에서 추진 중인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통한 낙농가 소득 향상, 우유 자급률 확대에 대해 공감했으며 정책 반영을 위해 농식품부에 조합장의 뜻을 전달할 예정”이라며 “협의회는 낙농제도 개편이 조속한 시일 내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농식품부에 적극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단도 8월 29일 “우리는 정부와 건전한 대화를 통해 직면한 낙농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희망하며 더 이상 정부와의 오해와 갈등을 바라지 않는다”며 “낙농제도 개편 방향에 대한 정부-생산자 간 조속한 합의를 요구한다” 등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했다.

배합사료와 조사료 가격 폭등 등의 여파로 낙농가들의 경영 악화가 가속화된 상황에서 당초 8월 1일 상향 조정할 것으로 기대했던 원유가격이 인상은커녕 협상 시작조차 진행되지 않으면서 팽팽했던 정부-생산자 간 대치에 변화가 생겼다.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단이 입장문을 통해 “사료값 폭등에 따른 낙농생산기반 유지를 위해 올해 원유가격 협상·조정을 조속히 추진해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집회 이후 7개월 동안 진행된 여의도 농성이 별다른 소득 없이 대치 상태만 이뤄졌고 낙농가들은 생산비 폭등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원유가격 인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농가들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제도 개편 보다 원유가격 인상이 필요했기 때문에 생산자단체들이 정부안에 맞춰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의지대로 낙농제도 개편 추진

생산자단체들의 입장 변화로 낙농제도 개편안은 탄력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생산자와 수요자(유업체), 소비자 등이 공감한 낙농제도 개편안은 용도별 차등가격제의 적용 물량을 제외하면 사실상 정부안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실제 용도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물량은 음용유 195만 톤+가공유 10만 톤으로 적용한다.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음용유는 리터당 1100원, 가공유는 800원을 농가들에게 지급할 전망이다. 농가 입장에선 당초 정부의 1차 제시안(음용유 187만 톤+가공유 31만 톤)과 2차 제시안(음용유 190만 톤+가공유 20만 톤) 보다 다소 진전된 방안이다.

원유가격 결정방식은 생산비와 원유 수급 상황 등을 함께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격결정 구조를 개편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낙농진흥회 의사결정구조 방식도 정부안대로 재적이사 과반수 개의·의결로 바꾸고 이사회 구성원도 현행 15명에서 소비자·학계 등의 인사를 포함해 23명까지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낙농진흥회 총회 구성도 대표 단체로 회원을 조정하고 현행 만장일치제도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낙농제도 개편이 큰 틀에서 합의를 도출한 만큼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열리는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와 의사결정구조 개편 등이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후 생산자와 수요자가 참여하는 원유가격결정소위원회를 통해 원유가격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이 골자인 낙농제도 개편 관련 TF가 구성돼 낙농제도 개편에 대한 제반규정 정비와 세부실행계획 마련 등이 추진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정재환 농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추석 명절 이후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큰 틀에서 낙농제도개편과 의사결정구조 등이 의결되면 세부실행방안을 논의를 통해 구체화 하겠다”고 답변했다.
 

향후 쟁점은?

낙농가들은 조속히 원유가격 협상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지만 생산자와 유업체 간 입장 차로 빠른 시일 내에 완료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생산비만 반영된 기존 제도와 생산비+수급상황을 고려한 새로운 제도 중 어느 방안을 적용할지도 원유가격 협상의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가격인상분을 8월 1일부터 소급 적용할지도 미지수다.

A축협의 한 관계자는 “배합사료와 조사료 가격을 비롯해 여러 가지 제반비용이 상승하면서 리터당 생산비가 1000원대까지 올랐다. 농가들은 소득은커녕 시설투자 등으로 빚진 대출금의 이자도 못 내는 상황”이라며 “서울우유가 실질적으로 58원을 인상했지만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리터당 100원을 올려줘야 안정적으로 낙농업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원유가격인상이 8월 1일 생산물량부터 적용됐어야 하는 만큼 이 시기부터 소급적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낙농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가격 협상은 정부가 아닌 낙농가와 유업체 간에 이뤄지고 서로 처한 여건이 달라서 농가들이 원하는 금액만큼 충분히 인상할지 알 수 없다”며 “다만, 서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는 등 공통분모도 있는 만큼 협상과정에서 서로 입장에 대한 이해와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장점유율 40%에 달하는 서울우유를 제외한 채 시행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쪽짜리 제도가 될 수 있다는 것. 낙농업계 관계자는 “지난 번 서울우유가 58원을 인상하면서 서울우유 납유 농가와 그렇지 않은 농가가 받는 유대가격이 달라졌다. 이처럼 서울우유가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농가 수취가격이 다르다면 적게 받는 농가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심할 수밖에 없고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해외 사례를 감안할 때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적잖다. 낙농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1억 만 톤을 생산하는 미국은 주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다르게 적용하는 등 이미 해외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도 서울우유, 낙농진흥회, 집유조합 등 다양한 주체가 있고 그들마다 입장차가 다른 만큼 그에 맞게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시행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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