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낙농제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일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이 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 소속 조합장들과 간담회를 연데 이어 21일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개최됐다. 21일 이사회에서는 낙농제도 개편과 원유기본가격 협상 등에 대한 논의가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낙농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낙농가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일과 21일 열린 회의에서 제기된 낙농제도 개편 핵심쟁점 3가지를 정리했다.
 

①용도별 차등가격제

정상가격 물량 195만톤 제안
정부 “농가소득 감소없다” 강조
농가 현재 쿼터물량 220만톤
“결국 25만톤 감소한 셈” 주장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날 발표한 ‘낙농산업 현황 및 제도 개편 방향’에 따르면 농가 생산량을 기준으로 음용유 195만 톤은 리터당 1100원, 가공유 10만 톤은 800원을 각각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 도입을 추진한다. 당초 정부의 1차 제시안(음용유 187만 톤·가공유 31만 톤)과 2차 제시안(음용유 190만 톤·가공유 20만 톤) 보단 음용유 물량이 확대됐다. 이에 대해 김인중 차관은 20일 “소득 감소에 대한 낙농가의 우려를 반영해 제도 개편 초기인 금년에는 정상가격으로 거래되는 음용유 물량을 195만 톤으로 증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1일 이사회에서는 정부의 용도별 차등 가격제 도입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현행 정상가격을 보장하는 물량이 220만 톤(국내 쿼터 총량)에서 195만 톤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낙농진흥회 소속 농가들을 예로 들면 현재 이들이 보유한 쿼터 53만 톤을 195만 톤 기준으로 환산하면 낙농진흥회 소속 농가들의 몫은 47만 톤으로 줄어든다. 농가 입장에선 1100원을 보장받았던 물량 중 6만 톤이 낙농제도개편으로 800원 또는 100원을 받게 되고 이는 소득 감소와 자연스런 쿼터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생산자 측 이사는 “정부가 제시한 195만 톤은 국내 쿼터 220만 톤의 88% 정도 밖에 안 된다. 결과적으로 쿼터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2021년을 기준으로 원유기본가격은 리터당 1094원이지만 생산비와 경영비는 각각 843원, 713원으로, 농가들이 가공유 가격을 받아도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195만 톤+10만 톤으로 시행하면 평균 소득 상 손해 보는 농가들은 없을 것이다. 다만, 개별농가들의 특성 등을 시뮬레이션해서 농가들의 소득을 어떻게 하면 더 보장하고 덜 피해보게 할지 그 부분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낙농가들이 정상가격을 받을 수 있는 195만 톤을 수용해도 이에 대한 보장기간을 정부가 언제까지 담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일단 올해에 대해선 음용유 물량을 195만 톤으로 말했을 뿐 제도 시행 후 어떻게 조정될지 알 수 없다”며 “농가들의 불안함은 그런 부분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낙농가들은 정부안 대로 제도 개편 시 정상가격을 받을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어 실질적인 쿼터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22일 경남도청 앞에서 열린 경남지역 낙농가들의 집회에서 우유를 반납하고 있는 퍼포먼스.
낙농가들은 정부안 대로 제도 개편 시 정상가격을 받을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어 실질적인 쿼터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22일 경남도청 앞에서 열린 경남지역 낙농가들의 집회에서 우유를 반납하고 있는 퍼포먼스.


낙농진흥회를 제외한 유업체들이 제도권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고 195만 톤에 대해 정상가격을 보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농식품부는 “참여를 강제할 수 없다”면서도 “가공유에 대해 리터당 200원 수준으로 지원하는 것은 물론 유업체와 협약서 체결, 실적 점검 등을 통해 이행토록 하겠다. 만약 참여하지 않는 유업체는 가공유 지원 등 모든 낙농제도 관련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②원유기본가격 조정 협상

농가 “생산비 급등에 고통 가중”
“가격협상 서둘러 추진” 촉구
유업체는 위원 추천조차 안해
정부 “제도 개편과 병행” 입장


통상 통계청의 생산비 발표 후 1개월 내에 원유기본가격 조정 협상을 마치고 8월 1일 생산분부터 조정가격을 반영해야 한다. 원유기본가격 조정 협상은 생산자·수요자 등으로 구성된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에서 실시한다.

올해 원유기본가격 협상 범위는 우유 생산비 증가분(34원)과 2020년 유보분(18.67원)을 감안해 리터당 47~58원 사이다. 하지만 수요자(유업체) 측에서 위원 선정에 나서지 않으면서 위원회 구성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요자 측에선 용도별 차등 가격제 도입 등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에 대해 생산자 측 이사들은 21일 이사회에서 “용도별 차등 가격제 도입을 골자로 한 낙농제도개편과 원유기본가격 협상은 별개로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배합사료·조사료 가격 폭등 등으로 생산비가 급증해 낙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원유기본가격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낙농제도개편과 함께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가격 협상만 먼저 이뤄질 경우 낙농제도 개편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만, 생산자와 유업체를 동수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협상력을 담보하는 등 정부가 공정하게 중재한다는 계획이다. 가격협상은 소위원회에서 결정한 내용을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추인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지역 낙농가들이 22일 집회에서 정부의 낙농대책을 비판하며 원유가 인상 등을 강하게 촉구했다.
경남지역 낙농가들이 22일 집회에서 정부의 낙농대책을 비판하며 원유가 인상 등을 강하게 촉구했다.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보는 “정부가 원유기본가격 협상을 하라 또는 하지 말라고 한 적 없다”면서도 “원유기본가격 협상 보다 낙농제도 개선이 더 중요하다. 지금의 가격 협상 보다 중요한 것이 낙농산업의 미래다. 빨리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③낙농진흥회 정관 개정

‘2/3 출석이냐, 1/2 출석이냐’
이사회 개의 조건 두고 갈등
정부 원상회복은 불가능 입장
표결 아닌 합의처리 원칙 제안


오용관 대구경북낙협 조합장은 “낙농진흥회 이사회 개의 조건을 정족수 2/3 이상 참석으로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당초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열리려면 재적이사 2/3 이상 출석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해 낙농진흥회 정관에 대한 효력정지처분을 내렸고 1/2 이상 참여하면 이사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이 같은 조건에서 낙농제도개편 방향이 생산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북 낙농가들은 21일 경북도청 앞에서 낙농가 총궐기대회를 개최해 정부와 유업체를 규탄했다.
경북 낙농가들은 21일 경북도청 앞에서 낙농가 총궐기대회를 개최해 정부와 유업체를 규탄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합의를 원칙으로 이사회를 운영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범수 차관보는 “2/3 이상의 구성원이 참석해야 열리는 낙농진흥회 이사회 관련 규정은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 원상회복은 불가능하다”면서 “다만,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을 만났을 때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표결처리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합의를 원칙으로 이사회를 운영하는 내용을 규정에 넣는 것으로 검토하겠다. 분명한 것은 강제로 하지 않겠다. 제도개선에 대해 생산자와 유업체 등과 충분히 논의해서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향후 계획

21일 이사회에서는 낙농제도개편 관련 생산자 중심의 TF를 구성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전날 열렸던 김인중 차관과 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 소속 조합장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욱 국장은 “조합장들이 생산자단체와 함께 TF를 꾸려서 개편된 낙농제도의 현장 적용 과정에서 우려되는 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등을 먼저 논의한 후 해당 내용들이 어느 정도 숙성되면 정부가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범수 차관보도 “낙농제도 개편이 되지 않으면 정부는 재정 지원을 할 수 없다. 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에서 TF 구성한다고 한 만큼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낙농제도개편 관련 설명회를 낙농가와 지자체 공무원, 일선 조합 직원 등을 대상으로 7월 하순부터 8월 초순까지 실시하고 제도개편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낙농산업발전위원회와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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