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산림청 보유 KA-32 헬기가 산불지연제(리타던트)를 살포하고 있다.
산림청 보유 KA-32 헬기가 산불지연제(리타던트)를 살포하고 있다.

러시아산 ‘KA-32’ 기종
일부 부품 재고 턱없이 부족
러-우크라 전쟁에 조달 차질 땐
재난 상황 피해 확산 우려

30년 전 도입, 노후도 문제
헬기 국산화 등 대책 필요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이 대형화·연중화되고 있는 가운데, 산림청의 주력 진화헬기인 러시아산 ‘KA-32’ 헬기의 수리부품 재고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부품 조달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난상황에 따라 막대한 피해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산 헬기 도입 및 수입선 다변화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한국농어민신문이 서삼석 더불어민주당(전남 영암·무안·신안) 의원과 함께 산림청이 보유한 47대의 진화헬기 중 러시아산 ‘KA-32’ 기종 29대에 대한 부품 재고현황을 분석한 결과, 1000시간마다 점검해야 하는 △GASKET 부품 재고는 5개 △CVR MOTOR 부품 재고는 14개, 300시간마다 점검해야 하는 △FILTER ONLY 부품 재고는 16개 등 일부 부품의 재고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산 KA-32 기종은 담수 용량이 3400ℓ에 달하는 대형헬기로, 힘이 강력한 만큼 부품 교체 주기가 빠르고, 유지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을 갖고 있다. 특히 기술보완이 철저해 러시아산 부품만 사용하고, 러시아 기술진이 내한하거나 러시아에 직접 가져가서 수리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적정 부품재고 보유 실패 등 산림청의 관리소홀 문제가 지적된다. 지난 5월 17일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서삼석 의원은 “산림청 헬기의 62%가 러시아산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부품 수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물었고, 남성현 산림청장은 “10개월에서 1년 치의 부품 재고는 남아있다”고 답변한 바 있지만, 현재 부품 수급에 일부 차질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청이 지난 6월 16일 서삼석 의원실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부족한 러시아산 부품에 대해서는 공군·해경과 협력 체계를 마련했으며, 경우에 따라 고장난 헬기의 부품을 재활용할 계획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러시아산 부품 조달에 일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족한 부품 조달을 위해 관계기관과 상호 협력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산림청 주력 헬기인 러시아산 헬기가 30년 전 도입된 노후 모델이란 점이다. 장기적으로 수리온 등 국산 헬기 도입 확대 및 수입선 다변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서삼석 의원은 특정 국가에 대한 산불 헬기 의존이 큰 상황에서 부품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헬기 운용에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산림청은 부품을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모색하는 한편, 추후 도입하는 헬기에 대해서는 수입선 다변화 및 국산화 등 중장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림청은 신속한 진화체계 구축을 위한 초대형헬기(5000ℓ 이상)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지난 5월 2차 추경에서 초대형헬기 1대 도입 예산 55억원을 확보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조달 기종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러시아산 초대형헬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기종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헬기 도입까지는 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고, 이번 추경 예산도 전체 비용의 일부만 반영된 것으로, 연내 계약을 완료하면 2024년경에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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