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삼겹살 가격 올랐지만
거리두기 해제로 ‘반짝 상승’
돼지고기 수급 차질 없어

사료가격 등 생산비 치솟아
양돈농가 적자 심화 우려
“생산기반 무너질 수도” 한숨

“지금의 삼겹살값 상승은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공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치솟는 생산비로 농가가 무너지고 난 뒤 삼겹살값이 상승할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연일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금겹살’ 보도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양돈업계에선 공급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지금’이 아닌,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앞으로’를 대비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소비자가격 정보를 보면 이달 1~23일 삼겹살 100g 평균 가격은 276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19원보다 14.1% 상승했다. 이를 바탕으로 ‘삼겹살값 상승에 따른 밥상물가 비상’ 소식이 연일 언론에 도배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보도가 국내산 돼지고기 소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뿐더러 관련 정보도 잘못됐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보도가 돼지 질병 등에 따른 공급 부족을 삼겹살값 상승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산 돼지고기 공급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실제 최근 금겹살 보도가 집중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 국내산 돼지고기 공급이 원활함을 알렸다. 이에 따르면 올해 1~4월 돼지고기 공급량은 평년 비 4.8%, 지난해와 비교해서도 0.6% 늘어난 600만2000여마리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달 들어서도 1~18일 기준 국내산 돼지 도축마릿수는 90만40마리로 지난해보다 6.3% 늘어난 역대 가장 많은 물량이다. 

19일 대한한돈협회에서도 비슷한 동향 정보를 내놓은 가운데 협회에선 최근의 삼겹살 가격 상승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매년 반복되는 돈가 상승기(4~8월)가 맞물린 현상으로 분석했다. 돼지고기에 대한 외식 수요가 단기간에 일시적으로 급증해 삼겹살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 

우려스러운 건 앞으로는 정말 돼지고기 공급에 문제가 발생해 삼겹살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돈협회는 돼지용 배합사료에 쓰이는 옥수수 실제 가격이 2020년 12월 209원(kg)에서 올 2월엔 394원까지 올랐고, 9월엔 510원까지 뛸 것으로 봤다. 이에 맞춰 하반기 사룟값 추가 인상도 예고되고 있고, 농가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들고 있다. 돼지 생산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사룟값 상승만으로 돼지 한 마리를 키울 때마다 작년 대비 6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고, 하반기엔 돼지 생산비가 전년보다 10만원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정부의 방역시설 강제와 인력난, 자재비 상승 등이 겹치며 협회에선 내년엔 돼지농가 중 30% 가량이 도산할 수 있다는 비관 섞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지금의 삼겹살값 상승과는 차원이 다른, 즉 대표적인 국민 먹거리인 돼지고기 수급 불안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대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남 하동에서 양돈장을 운영하는 문석주 한돈협회 부회장은 “불과 1~2월에만 해도 돈가가 안 좋고 생산비는 치솟아 적자를 보는 농가가 많았다. 지금도 돈가가 좋다지만 여름철엔 출하두수가 줄어드는 시기로 농장 매출은 잘 나오지 않고 있다”며 “더욱이 지금 삼겹살이 비싸다는 여론이 형성돼 소비가 외면 받고, 삼겹살이 적체되는 데다 FTA로 무관세인 수입산이 쏟아져 들어올 경우 농가들은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여기에 하반기 사룟값이 더 오른다고 하니, 자칫 앞으로의 일들을 대비하지 못하면 자급률까지 하락하는 최악의 현실이 그려질 수 있다”며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한 지원이 하루빨리 강구돼야 한다. 사룟값 오른 게 언제인데 아직도 현실화된 게 없다”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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