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한솔양계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황한솔 한솔양계 대표가 천연물질인 폴리페놀 나노코팅을 계란에 입히는 작업과 효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황한솔 한솔양계 대표가 천연물질인 폴리페놀 나노코팅을 계란에 입히는 작업과 효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스포츠 ICT분야 전문가서
아버지 따라 양계업에 발 디뎌

‘계란’덕에 미국 박사학위 받고
늘 고마운 마음 있었지만
제값 못받는 현실에 속상
5년 전 양계업 뛰어들면서
‘가치 제대로 인정받자’ 욕심

“계란 가격은 높아도 됩니다.” 충남 당진에서 농업회사법인 한솔양계를 운영하는 황한솔(45) 대표는 계란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강한 ‘양계인’이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계란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서울대에서 체육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스포츠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스포츠 ICT 분야의 내로라하는 국내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대선 기간 국회에서 열린 ‘한국 체육의 길을 묻다’ 정책토론회에선 ‘스포츠 참여 활성화를 위한 빅데이터 기반의 선순환 비즈니스 모델’을 주제로 강연자로도 나섰다. 그런 그의 인생을 바꾼 건 양계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뇌출혈이었다. 여전히 찾는 이들이 많아 스포츠 관련 일도 놓을 순 없지만, 그는 이제 자신을 ‘양계 농민’이라고 말한다. 타 분야에서 전입, 지난 5년간 계란산업에서 그가 느꼈던 경험담을 들어봤다. 

“몇 년 전 아버지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셨는데 양계장을 이어 할 사람이 저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계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늘 지니고 있었죠. 계란 덕분에 대학에서 공부하고 미국 유학 가 박사학위까지 받은 거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 아버지가 생산하시는 계란은 최고의 품질이었지만, 이를 입증할 데이터가 없으니 값은 제대로 받지 못했어요. 제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계란은 늘 한 알에 100원이면 된다고 하는데, 전 그게 싫었고 품질 좋은 계란에 대한 값어치를 인정받고 싶었어요.”

계란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다는 황 대표의 5년 전 목표는 현재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5만 수의 산란계를 키우는 황한솔 대표는 양계업에 뛰어들며 직접 계란유통센터(GP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황 대표의 계란과 인근 협력농장의 계란은 GP센터를 거쳐 ‘맘란’이란 브랜드로 유통되는데, 10구에 5500원, 즉 한 알에 550원이 기준가가 되고 있다. 가격이 높음에도 소비자들의 재구매율도 좋다. 온라인 포털사이트 쇼핑몰에서 맘란은 평점이 5점 만점에 근접하고, 입점한 지 2년여 만에 하나로마트 창동점에선 맘란 점유율이 80%가량까지 됐다. 이 중심엔 난각 코팅 기술개발이 있다. 천연물질을 활용한 난각을 코팅하는 유통 과정 중의 기술개발이 맘란의 신선도와 안전성을 동시에 높여놓은 결과다. 
 

농협유통에서 맘란을 홍보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농협유통
농협유통에서 맘란을 홍보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농협유통


신선도·안전성 유지 고민하다
카이스트와 ‘나노코팅’ 기술협약
모든 농축산물 적용 연구 중

“계란을 비롯한 신선식품의 경쟁력은 ‘신선도’와 ‘안전성’에 있다고 봐요. 이것만 인정받으면 소비자들은 값이 높다손 쳐도 지갑을 엽니다. 그럼 계란에선 신선도와 안전성을 유지하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우연히 뉴스에서 카이스트 연구진이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해당 교수님을 찾아가 계란에 적용해보자고 했어요. 무모했지만 그 교수님도 확신했는지 이후 카이스트와 기술협약을 해 100% 천연물질 폴리페놀 나노코팅 기법으로 신선도를 유지하며 살모넬라균 제거 등 안전성까지 확보하고 있어요. 이 기술은 현재 특허청에서 특허(발명의 명칭: 난각 코팅 조성을, 이로 코팅된 계란, 이를 이용한 난각 코팅 방법 및 이를 이용한 계란 선도 유지 방법)도 받았어요.”

난각에 폴리페놀 나노코팅을 입힌 계란은 세척을 거쳐야 하는 계란의 수분 손실 방지와 더불어 외부 병원성 세균이나 곰팡이로부터 보호해 신선도와 항균성을 향상시킨다. 물론 이는 딸기 등 타 농축산물에도 활용할 수 있고, 신선도가 생명인 수출 시장에서 특히 주목받을 수 있을 것으로 황 대표는 보고 있다. 더 나아가 황 대표의 계란과 농축산물에 대한 기술개발은 진보하고 있다. 

“신선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지구 온난화 진행 등 이제 농축산물 신선도 유지는 더 어려운 과제가 됐어요. 이에 기존보다 더 신선도를 높일 수 있는 연구인 난각 두께 강화와 더불어 기능성 항균 코팅을 모든 농축산물에 적용하려고 해요. 이미 데이터 실험은 다 끝냈고, 특허 작업을 진행 중에 있어요. 이 기술이 모든 농축산물에 적용되면 농축산물의 부가가치는 더 올라갈 거라고 확신합니다.”

황한솔 대표가 10구에 5500원을 하는 맘란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가격대가 높지만 호평 속에 맘란에 대한 소비자 재구매율이 상당히 좋다.
황한솔 대표가 10구에 5500원을 하는 맘란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가격대가 높지만 호평 속에 맘란에 대한 소비자 재구매율이 상당히 좋다.

스포츠와 농업이란 전혀 다른 두 곳에서 활동한 황한솔 대표. 다른 분야에 있어 봤기에 그는 누구보다 농업 현장의 고충도 잘 알고 있었다. 

“농업 분야에도 다양한 정책 자금 지원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정작 더 지원받아야 할 규모가 작은 농업법인이나 농민들은 이런 지원에서 상당히 소외돼 있어요. 아무리 기술이 있어도 이는 보지 못한 채 담보력이나 신용도만을 놓고 평가하니까요. 저도 사실 나노코팅 기술을 계란에 접목한 뒤 2년 만에 매출이 230% 늘었어요. 그래서 정책자금 지원도 늘어났는데 막상 은행에선 담보력이 약하다는 등의 이유로 집행을 안 해주는 거예요. 그나마 한솔양계는 농식품 투자기업으로 모태펀드를 받았지만 일반적인 농업법인들은 정책자금 지원을 받는 게 불가능하다고 봐요. 결국 농업에선 재정적 지원이 상당히 빈약하다고 밖에 볼 수 없죠.”

마지막으로 황한솔 대표는 계란을 생산, 유통하면서 느꼈던 농업의 가치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왜 농축산물은 싸야 하나요. 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농업도 스포츠 못지않게 마케팅이 중요하고, 이 중심엔 품질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품질이 좋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 소비자들이 확인할 수만 있다면 더 값을 치르더라도 소비자들은 그런 농축산물을 구매할 겁니다. 지금 스포츠 스타들이 능력 하나만으로 국내외에서 국위선양 하는 것처럼 대한민국 농축산물도 품질로 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계란은 비싸도 됩니다. 다만 그 가격에 맞는 신선도와 안전성이 담겨 있어야 하겠지요.”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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