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서경항운노조 협상요구 공문
노동조건 열악, 인력난 심화
하역비 인상 불가피할 듯

기계화 여부, 작업 난이도 고려
품목별 차등적용 움직임 
출하 몰리는 주말·명절 대목 
할증 도입 등도 검토 전망 


가락시장 하역비 협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가락시장 하역비 협상은 통상 3년마다 이뤄져 왔으며, 마지막 하역비 협상은 3년 전인 2019년 각 도매시장법인 별로 이뤄진 바 있다. 

가락시장 내 가장 큰 하역단체인 서울경기항운노동조합(서경항운노조)은 이미 올해 초 하역비 협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각 도매시장법인에게 보내 놓은 상태다. 아직 구체적 논의는 오가지 않지만, 야간작업과 긴 노동시간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노동조건에 가락시장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하역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본보 2월 25일자 6면 참조

다만 이번 하역비 협상은 통상 일률적으로 하역비 요율을 올리는 것에서 벗어나 하역 효율에 따라 각 품목별로 요율을 차등 적용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시 말해 하역기계화 등으로 하역 작업이 쉬워진 품목이나 출하품은 요율을 낮추고, 하역 작업이 어려운 품목은 요율을 인상하는 쪽으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출하 물량이 집중되는 시기 하역비 요율을 차등 적용하는 얘기도 나와 관심이 쏠린다. 

도매시장법인 중에선 처음으로 동화청과(주)가 지난 17일 서경항운노조 동화청과분회와 상견례를 갖고 하역비 협상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배성호 동화청과 경영관리본부 이사는 “협상이라기보다 상견례 형식으로 하역비 인상 방향에 대해 하역노조와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의 기본 입장은 출하주 상품을 빨리 하차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또 좋은 가격을 내기 위해 진열이 잘 되도록 경매 시작 전에 하역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 앞으로 파레트화 된 품목을 더 많이 유치해 나갈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하역 효율화로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근로강도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역이 비교적 쉬운 품목은 하역비를 내리든지 동결하고, 하역이 어려운 품목은 하역비를 인상하는 쪽으로 얘길 했다”라며 “평소보다 물량이 많이 들어오는 주말이나 명절 대목장에는 인원이 부족한 만큼 하역 지연으로 시세 하락이 생기지 않게 할증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하역노조 측은 인상 폭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해봐야 하겠지만, 열악한 작업 여건으로 구인난에 시달리는 현실이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견례 자리에 참여한 박문철 서경항운노조 동화청과분회장은 “시장 내 하역 노동조건은 최악이라고 볼 수 있다. 철야작업에 낮은 임금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하역기계화로 하역 효율을 높이는 것은 좋지만, 소농들이 출하하는 물량이 많기 때문에 기계화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화청과와 함께 가락시장 내 다른 도매시장법인들도 각각의 상황에 맞게 하역비 요율을 조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가락시장 도매법인 관계자는 “아직 협상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배달 라이더들 급여 수준과 비교되고, 젊은 사람 충원이 안 되다 보니 60~70대 하역 인원도 있다”며 “지금까지는 보통 3년에 5% 정도를 올려왔는데 올해 같은 경우 대폭적인 인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조건 올리기보다 하역기계화로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부분은 내리는 쪽으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도매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하역비 협상이  도매시장법인 출하수수료 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하역비 인상과 함께 출하수수료를 올리면 도매시장법인이 하역비를 출하자에게 전가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어서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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