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주불 진화 소요시간 ‘역대 최대’ 
6개 읍·면, 주택 319채 불타
산림피해는 2만923ha 추정

경북 울진에서 발생해 강원 삼척까지 확산된 울진삼척 산불의 주불이 3월 13일 진화됐다. 9일간 진행된 이번 대형산불로 인해 울진군 4개 읍·면, 삼척시 2개 읍·면이 피해를 입었다. 재산피해는 주택 319채, 농·축산시설 139개소, 공장·창고 154개소, 종교시설 등 31개소가 소실됐고, 산림피해는 울진 1만8463ha, 삼척 2460ha 등 2만923ha로 추정되고 있다. 산불 진화 소요시간은 총 213시간을 경과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산불 발생 초기 건조한 날씨와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이 불면서 울진 원전을 지나 강원 삼척 원덕읍까지 산불이 급속히 확산되는 등 불가항력적으로 피해 구역이 확대됐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주요시설 우선 방어를 위한 진화 후 산림지역 진화에 나섰지만, 짙은 연무로 산불현장의 연기가 빠져 나가지 않고 하늘을 뒤덮어 헬기 진화에 애로가 많았다”면서 “울진 금강송면 소광리와 이어지는 삼척 응봉산 자락은 해발고도가 높고 절벽지, 급경사지로 인력 접근이 매우 어려운 곳으로 헬기에만 의존한 게 어려운 점이었다”고 밝혔다.

산림당국은 울진 한울 원전, LNG 가스기지 등 국가기간시설과 인구밀집지로 산불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시설물과 민가보호에 주력했다. 천년고찰 불영사 인근까지 남하한 산불을 저지했고, 특히 수백년 자란 울진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를 지키기 위해 산림청 헬기 집중배치, 지연제(리타던트) 살포, 이동저수조 설치, 수리온 헬기 야간 진화, 특전사·해병대 투입 등 모든 전략을 총 동원했다. 그 결과 한울 원전, 삼척 LNG 가스기지 등 국가기간시설과 불영사, 금강송 군락지 등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산림피해는 상대적으로 커졌다.

산림청 수습·복구 단계로 전환
“산사태 방지 등 응급 복구
산림생태계 복원계획 수립”

예산 확대 등 개선방안 촉구도

최병암 산림청장은 “산불 진화대응 단계를 수습·복구 단계로 전환해 피해조사와 피해지역 주민의 조기 생활안정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산림피해와 관련해선 ‘산림분야 조사·복구 추진단’을 구성해 신속한 산림피해조사와 산사태 등 2차 피해방지를 위한 응급복구, 경제림 조림 및 산림생태계 복원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대형산불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산림청은 올 초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산불예방을 강화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다. 산불방지임도(150km), 내화수림대(351ha), 산불예방숲가꾸기(8000ha) 등 산불예방을 위한 기반구축과 산불위험예보시스템 고도화, 확산예측시스템 활용 등을 강조했지만, 건조한 날씨와 강풍 앞에서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번 산불의 경우 ‘대형산불 특별대책 기간(3월 5일~4월 17일)’에 발생했고,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역대 최악의 피해를 발생시켰다는 점에서 예산확대 등 산불대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귀 한국산림경영인협회 정책실장은 “현재 산불예방 대책인 숲가꾸기와 임도 확대, 방화림 조성만 제대로 이뤄져도 대형산불의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면서 “특히 웬만한 산불은 진화헬기를 통해 잡을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보니 확보가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산불예방 대책과 관련한 예산부터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산림청 산불방지과 관계자는 “50여년만의 극심한 겨울가뭄에다 바람이 워낙 심하게 불다보니 진화에 어려움이 많았고, 특히 중대형 헬기 부족으로 인해 산불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산불 진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중대형 헬기가 필요한데, 1대당 가격이 250억원에 달해 관련 예산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산림청은 산불진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서 면밀히 분석,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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