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용인시 백암면에서 친환경 부추와 쑥갓을 생산하고 있는 박기현 씨. 박기현 씨는 학교급식 중단 및 축소에도 친환경농산물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정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인시 백암면에서 친환경 부추와 쑥갓을 생산하고 있는 박기현 씨. 박기현 씨는 학교급식 중단 및 축소에도 친환경농산물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정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제 급식 중단·축소될지 몰라” 
인건비 높은 탓 인력운영 애매
농산물 납품 문제 생기면
차기년도 물량 배정 제외 ‘타격’
생산면적 줄이는 농가도 허다

관련예산 활용 대책 마련 여론

“다음 주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네요. 2020년부터는 매주 불안한 날의 연속입니다.”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에서 친환경 부추와 쑥갓을 재배하고 있는 박기현(43) 씨가 스마트폰에 있는 3월 둘째 주 학교급식용 친환경농산물 발주 상황을 들여다보며 한 말이다. 3월 둘째 주 발주량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이었던 2019년도의 75% 정도. 얼굴의 반은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지만 답답한 박 씨의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27살이던 2006년부터 농사짓기 시작한 박기현 씨는 이듬해인 2007년에 곧바로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획득했다. 학교급식용 친환경농산물 납품에 참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재 박 씨의 영농 규모는 1만3200㎡(약 4000평) 수준으로, 전체 농지 가운데 친환경인증 면적은 절반인 6만6000㎡(약 2000평)다. 박기현 씨는 “시설하우스에서 생산한 친환경 부추와 쑥갓은 학교급식과 친환경농산물 유통업체에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까지 박 씨가 친환경농산물 생산을 통해 올렸던 연간 매출은 1억5000만원 가량. 특히 학교 급식 매출이 절반 이상인 약 8000만원을 차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학교급식 운영에도 큰 차질이 발생해 2020년에는 학교급식 매출이 3000만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박기현 씨는 “2020년의 경우 친환경농산물 유통업체 납품 비중을 높이고, 기업 납품과 일반 농산물 거래 등 일회성 거래선 발굴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학교급식 외에 다른 거래 선이 없거나 마땅한 판매처를 찾지 못한 많은 친환경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정상 등교하는 학교가 많아지고,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 사업이 생기면서 친환경농산물 공급이 다소 안정되기는 했다. 박기현 씨 역시 학교급식 매출(임산부 지원 포함)이 7000만원 수준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의 지속적인 증가세는 여전히 친환경농가들을 ‘언제 다시 등교 인원이 축소되고, 학교급식에도 차질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교육부에선 어떠한 대책을 내놓을지 예측할 수 없어서다. 박기현 씨는 “힘들어도 친환경농업을 선택한 이유는 학교급식용 친환경농산물 계약 재배를 통한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이었다”며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교육부 방침에 의해 농사가 좌지우지 되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이같이 학교급식이 다시 축소·중단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친환경농가들의 영농활동 자체를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특히 인력 운용 측면에서 더 그렇다. 박 씨는 “현재 외국인 노동자 2명을 포함해 셋이서 일하고 있는데, 매주 들어오는 학교급식용 농산물 발주가 들쑥날쑥하면 인력 투입이 애매해 진다”며 “요즘처럼 인건비가 높은 상황에서 발주량이 줄어들면 인력을 계속 유지할 수 없고, 그러다 갑자기 발주량이 많아져 납품에 차질이 발생하면 패널티를 받게 돼 아예 친환경 생산 면적을 줄여버리는 농가도 많다”고 언급했다.

혹여 학교급식용 농산물 납품에 문제가 생기면 그 농가는 해당 품목에 대한 차기년도 물량 배정에서 제외돼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에 박기현 씨는 친환경농가들이 안심하며 농사지을 수 있도록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도 친환경농산물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씨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학교급식 운영에 계속 차질이 발생하는데도 정부는 학교급식용 친환경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한 대응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코로나19 외에도 다른 악성 전염병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친환경 도시락 급식 등 학교급식 예산과 인력을 활용해 친환경농산물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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