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농식품부의 낙농산업발전대책 <상> 정부의 불투명한 청사진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지난달 28일 열린 제5차 낙농산업발전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10여명의 청년 낙농인들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낙농산업발전대책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제5차 낙농산업발전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10여명의 청년 낙농인들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낙농산업발전대책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구조 개편 등을 골자로 한 낙농산업발전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그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지만 당초 농식품부가 처음 제시한 안에서 조정된 내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 정부가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소통 없이 정부 입맛대로 낙농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요식행위로 운영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본보에서는 2회에 걸쳐 낙농가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정부의 낙농산업발전대책을 점검한다.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하며 
222만톤까지 생산 확대 계획
“우유 자급률 높이고 소득 유지”

현재 우유 생산량 205만톤 불과
인건비 등 올라 늘릴 여력 없어
유업체, 가공유 매수도 ‘부정적’

다섯 차례 의견 수렴 ‘요식행위’
농식품부 초안 조정 거의 없어
소통 구실 광고는 혼란만 불러 

 

정부, 생산량 늘려 소득 증가 vs 현장에선 증산 여력 없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205만톤의 우유를 생산해 쿼터 내 201만톤은 리터당 1100원, 쿼터 외 우유는 리터당 100원을 농가가 수취한다. 앞으로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해 1100원을 적용하는 음용유 187만톤, 900원을 적용하는 가공유 31만톤, 100원을 적용하는 쿼터 외 4만톤으로 개편한다. 이를 통해 지금보다 11만톤 늘어난 222만톤의 우유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이렇게 재편되면 우유 자급률이 48%에서 52~54%로 상향되고 생산량이 늘어 농가 소득이 감소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생산 증가 여력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2021년 12월 기준 젖소 40만1000마리(2021년 12월 기준)에 필요한 법적 면적은 430㎡이지만 현재 젖소농장 사육시설 허가면적은 1073만㎡로 공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또 낙농진흥회 소속 259농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29%가 생산량 증가가 가능하다고 답했다고 첨부했다.

하지만 낙농가들은 정부의 제시안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현재 쿼터 물량은 222만톤이지만 실제 생산량은 205만톤에 불과하는 등 지금도 쿼터 물량을 채우지 못할 만큼 생산 여건이 좋지 않다. 결국 정부 방안이 실행되면 정상 가격을 받는 쿼터 물량이 187만톤으로 줄어들어 농가 소득만 감소할 것으로 낙농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유업체들이 900원을 적용하는 가공유 31만톤을 매수해야 정부 의도대로 생산량이 늘어날 수 있지만 유업체들은 이 가격이 400~500원 수준인 국제원유가격 보다 높아 900원 짜리 가공유 물량에 대한 매수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경기도 A지역의 낙농가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예전보다 외국인 인건비가 25% 이상 올랐지만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배합사료와 조사료 가격은 계속 오르고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등 정부 정책에 맞춰 시설을 갖추느라 많은 비용이 소요됐다. 우유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더 확장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와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회장 맹광렬)는 12월 30일 공동보도자료에서 “60대 이상 비중이 48%에 달하는 등 낙농가들의 고령화와 각종 환경규제로 원유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허가면적을 기준으로 증산여력이 충분하다고 밝혔지만 농가별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정상 원유가격을 지불받을 수 있는 쿼터 이내에서 소득 감소가 초래할 수 있다”며 “유업체가 직접 소속농가의 집유·쿼터관리를 하고 있는 현 체제에서 유업체에게 낙농가의 증산원유를 사용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이지 않는 정부의 소통 의지

지난해 12월 27일 매일경제신문 1면 하단에 ‘지속가능한 낙농산업’을 주제로 광고가 게재됐다. 농식품부가 의뢰한 광고다. 박범수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12월 28일 회의에서 “(광고를 낸 이유는) 소통하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낙농가·조합원들과 소통하려고 일간지 광고를 게재했다는 해명은 낙농 생산자단체들의 반발로 이어졌다.

이승호 회장은 “이 정도 내려면 광고비만 최소 3000만~4000만원이다. 소통을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느냐”고 질타했다. 맹광렬 회장도 “(광고에서 국내외 원유가격 추이를 비교할 때) 한국을 미국·유럽과 비교했다. (한국과 여건이 비슷한) 일본은 왜 안 넣었느냐. 그런 광고를 보면 국민들의 오해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와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는 “한국과 생산 여건이 다른 미국·유럽과 원유가격을 비교해 국제경쟁력 하락을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원유가격이 리터당 120원 정도 비싸며 지난 20년간 물가대비 실질원유가격상승률은 일본 30.3%, 한국 20.03%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12월 30일 브리핑에서 권재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세부적인 도입방안에 대해 계속해서 생산자단체 및 유업체와 실무협의를 갖고 정리하겠다”고 밝혔고 권역별 낙농가 현장 설명회, 소비자·유업계 간담회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생산자들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다. 우선 제5차 낙농산업발전위원회에서 박범수 국장은 “실무위원회는 별도로 구성하지 않고 필요한 경우 생산자·수요자를 각각 불러서 협의하겠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정부가 짜놓은 틀을 수용하면 협의를 할 것이고 아니면 강행하겠다는 속셈”이라며 “실무논의에서 생산자는 완전히 배재됐고 3차 회의에서 정부 초안이 제시된 후 실질적 협의를 가진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