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취지 훼손하지 않으면서 농축수산물 소비 확대 기대”

[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이학구 한농연중앙연합회장은 지난 1년여 간 청탁금지법 개정을 위해 말 그대로 ‘동분서주’ 해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연이어 만나 청탁금지법 개정 촉구 건의문을 전달하는 등 정치권의 지지를 끌어냈고, 수차례의 기자회견과 정책 토론회 개최 등 청탁금지법 개정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알리는데 주력했다. 농업계를 대표해 누구보다 청탁금지법 개정에 앞장서온 이학구 회장을 만나봤다.

농축수산물 명절 소비 의존도 높아
소비 촉진으로 농업인 숨통 기대
1년 여 노력 끝 연내 개정안 통과

명절 한 달 전부터 적용 이뤄져야
실질적 정책효과 거둘 수 있어
상향기간 원안대로 지켜주길

국산 농축산물 고품질화에 최선
국민-농업인 공감의 문화 확산돼야


Q.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그동안 청탁금지법 개정을 위해 어떠한 활동을 해왔는지 궁금합니다.

-농업·농촌의 수많은 현안 가운데, 청탁금지법 개정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고 대응활동에 전념해왔습니다. 올해 설과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한농연 차원의 공식 성명서를 4회에 걸쳐 발표했고, 청탁금지법 개정의 당위성을 알리는 기자회견과 정책 토론회 등 조직적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이러한 활동이 청탁금지법상 농수산물 선물가액 상향에 대해 농업인은 물론, 학계와 소비자, 정부 등 이해 관계자 간에 합리적 개선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 전현희 위원장을 비롯,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과 연이어 면담을 갖고, 농업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호소문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의결된 11월 29일,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장 내년 설부터 선물가액 상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청탁금지법 개정안의 연내 본회의 통과를 촉구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Q. 지난 추석명절에는 청탁금지법의 한시적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실망감이 컸습니다. 청탁금지법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탄 변곡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난 추석명절, 청탁금지법의 한시적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국민권익위원회는 선물가액 상향을 두고, 청렴사회 구현을 위한 청탁금지법의 반복적인 예외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었고, 권익위 전원위원회에서도 이러한 입장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불과 1년 전 권익위는 코로나19에 따른 민생안정 대책으로 명절기간 한시적으로 선물가액을 상향했고, 이는 우수 행정사례로 발표된 바가 있는데, 이번 추석명절에는 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논리를 앞세워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았습니다.
이 가운데 지난 9월 6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김부겸 국무총리가 명절마다 한시적으로 청탁금지법의 예외를 두는 것보다는 국회 차원에서 청탁금지법을 개정해 선물가액 상향을 정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개정논의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이미 국회에는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여러 건 제출돼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농연도 국회와의 협력 및 대응활동에 집중했습니다.
 

Q. 청탁금지법 개정이 갖는 의미에 대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주지하다시피 코로나19 장기화와 이상기후 증가로 인해 농축수산업계의 어려움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학교급식 중단, 외식수요 급감,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이동제한 등으로 국산 농축수산물 선물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했습니다. 특히 명절 소비 의존도가 큰 농축수산물의 경우 그 피해는 여타 산업에 비해 더욱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외식업계 매출 감소액은 10조3000억원, 국산 농수산물 등 식재료 소비감소는 약 2조900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이와 더불어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면서 심각한 이중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2020년 추석과 2021년 설, 민생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한시적으로 농축수산물 선물가액을 20만원으로 상향했으며, 그 결과 농축수산 선물 매출액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청탁금지법 개정은 청렴사회 구현이란 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별도의 사회적 비용 없이 국산 농축수산물의 소비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청탁금지법상 선물가액 기준으로 인해 국내산 우수 농축산물의 소비를 저가 수입산으로 이동시키는 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선물가액 상향이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도 일부 있습니다.

-뿌리 깊은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정신과 국민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만들어진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와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국산 농축수산물의 선물가액을 인상하는 것이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국·베트남·뉴질랜드 FTA(자유무역협정)의 본격 발효를 계기로, 완전 개방시대에 진입한 농업·농촌의 어려운 현실은 물론, 농축수산물 및 농축수산식품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시행된 청탁금지법의 여파로 250만 농업인들의 직·간접적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현실을 국민들께서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청탁금지법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부정한 청탁과 선물 등을 제한하기 위해 상한액을 설정해 적용하고 있지만, 실제로 기업이나 민간에서 제공하는 명절 선물은 공무원뿐만 아니라 민간인에게도 제공되기 때문에 농수산물 등 선물 상한액 조정은 우리 농산물 소비를 확대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명절에 농축수산물을 서로 선물하는 것은 예로부터 내려온 정(情)이자, 대한민국 고유의 문화입니다. 명절 기간 한시적으로 법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선물가액 상향을 통해 우리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면 250만 농업인도 함께 웃을 수 있습니다. 보다 더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청탁금지법으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랍니다.

Q. 명절기간 선물가액의 상향 기간을 두고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본격적인 시행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권익위를 중심으로 적용기간(명절 전 30일, 명절 후 7일) 축소에 대한 의견이 일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적용기간을 축소하면 상품구성 및 예약판매, 배송기간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정책 효과를 달성하는데 한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어려운 농업·농촌의 여건을 반영해 통과된 법안이고, 권익위 또한 해당 법안의 내용에 동의했기 때문에 원안대로 상향 기간을 적용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Q. 2022년도 설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국민들께 당부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내년 설날을 시작으로 농수산물과 농수산가공품의 선물 가액이 20만원으로 상향됩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명절은 전국 250만 농업인이 한 해 동안 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을 국민 여러분들에게 선보이는 날입니다. 주요 농축산물 소비의 약 40% 가량이 명절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우리 농업인은 5000만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국산 농산물의 고품질화에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농산물 선물세트는 주로 명절기간에만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명절기간만큼이라도 우리 농산물을 많이 애용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전국 250만 농업인들 또한, 찾는 이가 만족하고 받는 이가 감탄하는 고품질 농산물 생산을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청탁금지법 개정안 통과를 바탕으로 국민과 농업인이 더욱 하나되는 공감의 문화가 확산되길 기원합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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