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2일 열린 낙농진흥회 이사회 회의실 앞에서 십 수 명의 낙농가들은 '생산자 동의 없는 낙농대책 즉각 폐기하라' 등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낙농제도 개편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2일 열린 낙농진흥회 이사회 회의실 앞에서 십 수 명의 낙농가들은 '생산자 동의 없는 낙농대책 즉각 폐기하라' 등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낙농제도 개편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생산자측 이사 전원 불참
원유 생산·공급규정 개정 등
기습 안건 상정에 반발
정부 일방추진 갈등 깊어져

낙농가 “대화가 먼저” 강조
충분한 협의, 대안 마련 촉구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또다시 파행됐다. 이사회가 개의하려면 15명의 이사 중 2/3인 10명 이상이 참석해야 하지만 생산자 측 이사(7명)들의 불참으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산자 측 이사들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지난 2일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은 원유의 생산 및 공급규정 개정(안)과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사결정구조 개편이 골자인 정관 개정(안)이다<12월 3일자 '낙농진흥회, 첨예 대립 ‘낙농산업 개편안’ 이사회 안건 상정, 왜?' 기사 참조>. 생산자 측 이사 숫자가 전체 이사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해당 안건을 표결에 붙일 경우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안건이 통과될 것이라고 판단, 이사회에 불참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낙농산업발전위원회에서 제기된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의 문제점을 이사회에서 논의하기 위해 상정된 안건이라고 말하지만 전형적인 꼼수에 불과하다”며 “생산자 측이 참석해 이사회가 개의했다면 수적 우세를 통해 해당 안건 통과를 밀어붙였을 수도 있다.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 이사회가 아닌 실무선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국낙농육우협회와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는 2일 ‘우리는 파국을 바라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의해 낙농진흥회장이 기습적으로 상정한 정관개정(안)과 원유의 생산 및 공급규정 개안(안)은 법과 원칙을 무시한 독단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10월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국감에서 농식품부의 독단행정에 우려를 표명하며 생산자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칠 것을 요구했고 농해수위원장은 정부안 확정 전에 국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안을 국회에 보고하기도 전에 낙농진흥회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한 것은 국회를 패싱하는 대단히 오만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낙농진흥회 이사회에는 생산자 측 이사 7명이 불참하면서 열리지 못했다. 이날 참석 이사 8명은 공동입장문을 발표해 생산자 측 이사들의 참여를 요청했다.
낙농진흥회 이사회에는 생산자 측 이사 7명이 불참하면서 열리지 못했다. 이날 참석 이사 8명은 공동입장문을 발표해 생산자 측 이사들의 참여를 요청했다.

농식품부가 정관개정 권한이 없는 것은 물론 정부가 독단적으로 원유의 생산 및 공급규정 개정을 추진하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낙농진흥법 제7조에 따라 민법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으며 민법 42조에 따라 정관변경의 정수에 관해 정관에서 정할 경우 그 규정에 의한다고 되어 있어 사단법인인 낙농진흥회의 정관을 농식품부가 강제로 개정할 권한이 없다. 법적 시비를 없애기 위해 농식품부는 낙농진흥회 등 뒤에 숨어서 정관개정을 겁박하는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행 연동제를 개편하려면 최소 생산주체인 낙농가 대표들과 함께 대안을 마련하고 확정해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하지만 (이번 안건 상정은) 용도별차등가격제 관련 돌연변이 정부안을 밀어붙이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비민주적이고 독재 농정의 표본”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낙농 생산자들은 “이번 이사회 불참 관련 농식품부는 분명 언론을 통해 생산자 반대 프레임을 씌우고 정부가 절대 선인 것처럼 포장할 것이다. 정부안을 밀어붙일 게 아니라 국회 지적에 따라 생산자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정부안을 마련해 국회 동의를 구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요구했다.

또 “농식품부와 낙농진흥회는 이번 안건상정을 폐기하고 진정한 대화의 길로 나오라. 우리는 파국을 바라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의 호소이자 경고”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박범수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을 포함한 8인의 이사들은 공동입장문을 통해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낙농관련 중요 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기관인 만큼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사회 기능과 역할의 중지행위는 근절돼야 한다”며 “생산자단체를 제외한 학계·소비자·유업계 모두가 동의하는 정관 개정에 동참하고 생산자 측 이사는 지속가능한 낙농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 논의에 적극 참여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낙농진흥회 이사회 회의실 앞에는 낙농가들이 ‘생산자 동의 없는 낙농대책 즉각 폐기하라!’, ‘여론조작 낙농가 매도! 보복행정 규탄한다!’, ‘법과 원칙 무시! 안건상정 원천무효!’ ‘낙농몰살 안건상정! 전쟁개시 신호탄!’, ‘정부만행 묵인하는 낙농진흥회장 규탄!’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농식품부와 낙농진흥회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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