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낙농진흥회가 2일 이사회 안건으로 낙농산업발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 개편 등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열린 낙농진흥회 이사회 장소 앞에서 낙농가들이 시위하는 모습.
낙농진흥회가 2일 이사회 안건으로 낙농산업발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 개편 등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열린 낙농진흥회 이사회 장소 앞에서 낙농가들이 시위하는 모습.

낙농진흥회가 2일 열리는 이사회 안건으로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 개편, 원유기본가격 결정방법 등을 상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안건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도하는 낙농산업발전위원회의 주요 논의사항으로 세 차례 걸친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낙농가들은 농식품부가 현재 진행 중인 의사결정체계를 무시한 채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거수기로 활용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낙농진흥회 이사회 주요 안건은?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
원유가격 결정방법 개편 등
낙농산업발전위서 결론 못낸
농식품부 제시안과 일치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는 ‘원유의 생산 및 공급규정 개정(안)’과 ‘정관 개정(안)’ 등이 상정된다. 모두 의결이 필요한 안건이다.

원유의 생산 및 공급규정 개정(안)부터 살펴보면 현행 제3조에 기준원유량은 정상원유대를 지급하는 기준량으로 명시됐다. 또 제7조(원유가격조정) ③항에는 원유기본가격은 매년 통계청 발표 우유생산비 증감률이 ±4% 이상 발생한 경우 협상을 통해 조정하되 증감률이 ±4% 미만인 경우 2년마다 협상해 조정하도록 적혀 있다.

하지만 개정안을 보면 기준원유량은 낙농진흥회장이 소속 낙농가에게 배정한 납유 기준량으로 바꿨고 원유기본가격은 통계청 발표 우유생산비, 원유수요자의 유제품 생산원가, 원유수급상황, 국제경쟁력 등을 고려해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해당 개정안은 이사회 다음날인 12월 3일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명시했다.

낙농진흥회는 이 같은 원유기본가격 결정방법을 변경한 사유에 대해 “낙농진흥회법 제9조 제3항에서는 원유기본가격을 정함에 있어 원유 수요자의 유제품 생산원가 등을 고려하도록 돼 있지만 낙농진흥회 원유의 생산 및 공급규정 제7조는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우유생산비 증감액만 협상을 통해 반영하고 있어 법규와 충돌되는 문제가 있어 이를 해소코자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관 개정(안)은 총회 회원 자격 확대와 이사 정수 확대가 주요 골자다. 낙농진흥회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 중인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 개편(안)에 맞춰 총회에 부의할 정관 개정(안)을 의결코자 한다”고 제안사유를 밝혔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금까지 회원 자격은 농협경제지주, 한국낙농육우협회, 한국유가공협회 등 낙농 관련 단체로 규정했지만 개정안에는 낙농 관련 단체 외에 낙농진흥회에 참여하고자 하는 자로서 회원 과반수의 추천을 받은 자를 포함했다. 이사 정수도 15명에서 23명으로 늘린다.

현행 이사 구성은 낙농진흥회장과 당연직 1명, 학계 1명, 소비자단체 1명,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대표 추천 4명, 한국낙농육우협회 추천 3명, 한국유가공협회 추천 4명 등 15명이었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정부 2명(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 학계 2명, 소비자단체 2명, 변호사 1명, 회계사 1명 등 8명이 추가돼 총 23으로 늘어난다.

임원 선임과 해임 절차도 선임직 이사의 경우 이사회에서 선임하고 이사회 의결로 해임할 수 있는 것으로 개정안을 냈고 이사회 의결방법도 재적이사 2/3 이상 출석으로 개의, 출석이사 과반수 찬성 의결에서 재적 이사 과반수 찬성 의결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총회 의결방법은 전원 참석·전원 찬성에서 재적 회원 과반수 찬성으로 수정안을 제출했다.

 낙농가들 강하게 반발 

국회 보고 등 절차도 외면
농가 반발 큰 안건 상정 도마

“낙농산업발전위 거수기 활용
연동제 폐지·쿼터 무력화 의도”
낙농육우협회 거센 비판

앞서 언급한 낙농진흥회 이사회 주요 안건은 현재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낙농산업발전위원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시한 안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세 차례 걸쳐 진행된 낙농산업발전위원회에서는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 개편,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우유 생산비 절감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이해당사자 간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결론을 맺지 못한 채 회의가 끝났다. 즉, 낙농산업발전위원회에서 논의를 통해 기본안을 마련한 후 국회 보고, 낙농진흥회 이사회 논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낙농진흥회는 이 같은 절차를 무시한 채 2일 열리는 이사회에 결론을 내리지 못한 사안을 안건으로 상정한 것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11월 26일 성명서에서 “내년도 예산 심의를 위해 소집한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낙농진흥회 공기관화를 통해 낙농가들의 팔과 다리를 묶고 연동제 폐지, 쿼터 무력화를 위한 안건상정을 기습적으로 알렸다”며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농림축산식품부 입김에 따라 움직이도록 개편하고 용도별 차등가격제 정부안을 밀어붙이기 위한 연동제 폐지, 쿼터무력화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안이 완성되면 국회 상임위에 보고하겠다”(10월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중 발언)고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약속했지만 이번 안건 상정으로 국회를 패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과연 낙농진흥회 스스로 낙농산업발전위원회에서 논의 중이고 첨예하게 이해당사자들이 대립하고 있는 사안을 이사회 안건으로 올렸겠느냐”며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다.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지만 정부는 국회에 보고하겠다는 약속도 외면한 채 자신들 생각대로 낙농진흥회 규정부터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김현수 장관은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거수기로, 민간기구인 낙농진흥회를 아바타로, 국회를 허수아비로 활용해 낙농몰살을 획책하고 있다”며 “국회는 낙농가 소득안정과 자급률 향상이라는 거짓 간판 아래 낙농가 쿼터 감축, 원유가격 인하를 통해 낙농몰살을 책동하는 김현수 장관의 독단행정, 비민주적 행정을 중단시켜줄 것”을 호소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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